한 대학생이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줌 수업’을 받는 모습.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비대면 수업은 대세가 됐다. ⓒphoto 정예륜
한 대학생이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줌 수업’을 받는 모습.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비대면 수업은 대세가 됐다. ⓒphoto 정예륜

“조수진(가명) 학생 없나요? 대답 없으면 다음 학생으로 넘어갈게요.”

2020년 9월 2학기 수업 첫날, 교수가 화상 카메라를 통해 말했다. 서울 A대 미디어계열 재학생 조모(여·24) 씨는 2학기 전공 수업을 실시간 화상대화 프로그램인 ‘줌(Zoom)’으로 처음 수강하고 있었다. 조씨는 계속해서 말했지만, 교수와 다른 학생들은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조씨는 “얼굴이 빨갛게 될 만큼 당황했다”라며 “결석으로 처리돼 교수께 따로 연락을 드렸다”라고 말했다. 그 이후로 그는 수업 시작 30분 전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마이크가 되는지 확인한다고 한다. 이처럼 원격 수업에서 크고 작은 문제는 매일 발생한다.

코로나19 확산 후 대학에서 원격 수업을 시행한 지 2개 학기가 지나고 있다. 이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는 것은 대학생들의 주된 학습 방식으로 정착됐다. 대학 비대면 수업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슈가 됐다. 대학 수업의 질적 하락은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언론이 이 문제에 관한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깊이 있게 전한 적은 별로 없다.

2학기 종강을 앞두고 필자는 4년제 종합대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생들의 비대면 수업 1년 체험’을 심층 취재했다. 그 결과, 상당수 학생은 ‘온라인 수업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 피로는 △출석·과제 스트레스, △사생활 노출, △학습능률 저하, △기기 조작 미숙이라는 네 가지 차원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었다.

출석·과제 스트레스

학생들은 대부분 원격 수업 사이트에 올라오는 실시간 화상 강의나 녹화 강의를 듣고 ‘진도율’을 채우는 방식으로 출석 점수를 받았다. 보통 진도율 90% 이상을 충족해야 출석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서버에서 오류가 발생하거나 지정된 시간을 정확히 채우지 않아 진도율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출석 체크 문제로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말한다.

서울 S대 경영학과 재학생 김모(여·25) 씨는 수업을 다 들은 뒤에도 출석률 100%를 달성하기 위해 강의 창을 띄워 놓고 있다고 한다. 그는 “80분 강의를 배속해 듣는 경우 수강 시간이 70분밖에 되지 않아 출석률이 충족되지 않는다. 강의 종료 후 화면을 틀어놓고 시간을 채운다”라고 했다. “출석률을 채우지 못해 세 번이나 사정을 설명해야 했다. 이렇다 보니 출석 문제에 계속해 신경을 쓰게 된다.”

출석 확인 문제로 과제가 대폭 늘어간 것도 부담이었다. 강원 H대 기계자동차공학부 이모(26) 씨는 “‘수강생들이 강의 영상만 틀어놓는 것으로 출석한다’라고 생각하는 교수님들은 강의 요약본을 매번 제출하라고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수업을 잘 듣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점은 이해하지만 대면 수업을 할 때보다 ‘출석 확인용 과제’가 훨씬 늘어나 힘들다”는 것이다. 이씨는 출석 시스템에 대해 “수업마다 방법이 달라 혼란스러웠다”라고 말했다.

프라이버시 노출

대학 원격 수업은 강의를 녹화한 영상을 온라인에 올려 듣게 하는 방식이나 줌, 팀즈(Teams) 같은 플랫폼에서 라이브로 강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수강생들이 실시간 강의를 각자의 공간에서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북 G대 간호학과 재학생 이모(여·22) 씨는 “집에서 실시간으로 강의를 들을 때 통제 불가능한 일이 많이 일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시험을 볼 때 가족들이 계속 큰 소리를 냈다. 다른 수강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마이크를 껐다가 켜길 반복했다”라고 했다. 이씨는 “수업을 들을 때마다 친구들의 눈치가 보였다. 나와 같은 다자녀 가구의 경우 수업 들을 조용한 공간을 준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토로했다.

대면 수업을 하는 강좌와 온라인 수업만 하는 강좌를 모두 듣는 이모(24·서울 A대 미디어계열 재학생) 씨는 학교로 와서 강의실에서 대면 수업을 듣는다. 이 수업이 끝난 뒤 바로 실시간 비대면 수업이 이어진다. 이씨는 이 실시간 수업에 참여하기 위한 조용한 공간을 찾느라 매번 캠퍼스를 헤매고 돌아다닌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 비대면 수업을 편하게 수강할 수 있는 장소가 별로 없다. 수업을 듣기 위한 장소를 내가 찾아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 학생들은 대개 자신의 자취방에서 강의를 들었다. 5평 남짓한 자취방에서 실시간 비대면 수업을 듣는 서울 H대 재학생 문모(23·서울 군자동) 씨는 “화상 강의를 들으려면 카메라를 켜야 하는데 수강생들에게 내 자취방 배경이 보이는 게 늘 신경 쓰인다”라고 말했다. 문씨는 “방이 좁아 배경이 깔끔하게 나오는 곳은 침대 벽면뿐”이라며 “침대에서 강의를 듣느라 허리가 너무 아프다”라고 했다.

대학생들은 업로드된 강의들의 출석률을 채우는 방식으로 비대면 출석을 증명한다. ⓒphoto 정예륜
대학생들은 업로드된 강의들의 출석률을 채우는 방식으로 비대면 출석을 증명한다. ⓒphoto 정예륜

학습효율 저하

여러 학생은 온라인상에서의 교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대면 수업에서의 소통보다 훨씬 못하며 이로 인해 학습효율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서울 A대 영어영문학과 재학생 최모(여·24) 씨는 “수업 직후 잘 이해가 안 되는 내용에 대해 질문을 자주 하는 편인데 원격 수업에서는 질문하기가 부담으로 다가온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이-메일을 보내자니 사소한 질문인 것 같아서 그냥 포기한다. 하필 중간고사 때 그 부분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서울 S대 미디어계열 재학생 박모(여·20) 씨는 올해 대학에 진학한 새내기다. 박씨는 자신이 수강하는 온라인 수업들에서 고교 시절 인터넷 강의를 듣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는 수업 내 소통 강화를 위해 마련되는 팀별 학습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시간 수업에서 교수께서 소회의실 기능을 통해 다른 학생과 1:1로 이야기하는 상황을 만들어 줬다. 처음 학교에 와서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얼굴도 본 적이 없어 나와 그 학생 사이에 말 그대로 정적만 흘렀다.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온라인으로 시험을 볼 때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대면 수업에선 여러 상호작용으로 문제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줌에서는 음 소거를 해지한 뒤 말하거나 채팅을 시도해야 한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 시간 또한 꽤 소요됐다. 시험을 보면서 정말 불안했다”라고 했다.

영남대 고등교육중점연구소에서 실시한 ‘일반대학 1학기 원격 수업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교수 및 다른 수강생들과의 소통 부족(59.2%)을 원격 수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대학생 조모(여·24) 씨는 “대면 수업 때는 조별 토론에서 얼굴을 마주 보면서 한마디씩은 했다. 지금은 토론시간에 카메라를 꺼버리고 아예 참여하지 않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약속장소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도 있다. 수업 참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라고 했다. 여러 학생의 말에 따르면, 출석 체크 목적으로 강의 영상을 열어두면서 전혀 시청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면 학습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면 수업에선 강의실에서 엎드려 잠을 자더라도 수업 내용 중 일부는 듣게 된다. 강의실을 오가며 사람들로부터 학업·취업에 관한 여러 실용적인 정보도 얻는다. 비대면 수업에선 이런 게 없다. 수강생이 자기 자신을 규칙적으로 잘 통제하지 못하면 강의 영상에 집중하지 않게 된다. 수업을 통해 전공지식과 교양을 쌓아가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점점 고립되고 대학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실험·실습이 포함된 강의에서는 대면 소통의 부재가 더 크게 다가온다. 서울 S대 경영학과 재학생 김모(여·25) 씨는 “코딩 수업 실습을 할 땐 컴퓨터 화면에 뜬 내용을 보여주면서 교수님께 질문하는 방식이 가장 정확하다. 온라인 수업에선 일일이 에러 화면을 캡처하고 글로 정리해 질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기 조작 미숙

전북 G대 간호학과 재학생 이씨는 “온라인 실시간 수업에 처음 참여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헤맸다. 기기 조작 미숙으로 수업에 늦게 참여하기도 했다. 학교에서도 방법을 정확히 모르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줌에서 전체 수강생들을 여러 팀으로 나누는 것 같은 난도가 높은 기능에선 문제가 나타났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도 능숙하게 조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교수가 기능을 미처 파악하지 못해 팀이 나누어지는 1시간 동안 학생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도 했다.” (이씨)

서울 S대 미디어계열 재학생 박씨는 “원격 수업에 사용되는 줌 프로그램에 비밀 채팅, 이름 바꾸기 같은 여러 부가적인 기능이 많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또, “줌이 40분을 무료로 제공하지만 보통 대학 강의는 회당 1시간 이상 진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무료 버전 줌을 사용하는 수업은 40분마다 재접속을 해야 한다. 이 점이 매우 불편하다. 수업의 흐름이 끊긴다”라고 덧붙였다.

한 대학 재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한 이용자는 “줌으로 수업할 때 중간에 ‘음 소거 처리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는 왜 계속 뜨는 거야? 불안해서 10분마다 음 소거 확인하고 그러는데 미칠 거 같아”라는 글을 올렸다.

학생들은 “밤이고 낮이고 무분별하게 오는 수업 알림 때문에 항상 학교에 있는 느낌”, “강의 연결이 원활하지 않을 때마다 나만 피해를 보게 될까 봐 불안함”, “명절 때 모든 온라인 강의가 휴강 없이 진행되어 내내 이어진 학습으로 피로도가 상승함”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원격 수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았다. “언제든 강의 녹화 영상을 다시 다시 들을 수 있어 복습하기 편하다”라는 점이 주로 좋은 점으로 꼽혔다. “통학 시간이 절약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라는 평가도 있었다. 서울 H대 경제학과 재학생 김모(21) 씨는 “학기가 끝날 때쯤 교수와 학생들도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졌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의미 없이 보내는 통학 시간과 공강 시간이 사라진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주간조선 대학생 기사 공모' 기사입니다.

정예륜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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