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photo 아스트라제네카·뉴시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photo 아스트라제네카·뉴시스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선진국에 비해 늦어지면서 ‘백신 디바이드(Divide)’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각국이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자국 유입 등에 제한을 두게 되면 글로벌 기업 활동이나 경제 회복세에 차이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실제 일부 국제단체에선 이른바 ‘백신 여권’을 개발해 코로나 백신 접종 진위를 확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가 확보했다고 밝힌 코로나19 백신 규모는 전 국민의 88%가 접종할 수 있는 4400만명분이다. 다국가 백신 확보 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로부터 1000만명분을 확보했고,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에서 각각 1000만명분, 얀센에서 400만명분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이중 선구매 계약을 한 곳은 아스트라제네카 뿐이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들은 구매 물량만 확정된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커 백신은 내년 2~3월부터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내년 하반기 접종을 예상했는데 1분기부터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백신 확보 추이는 해외와 비교해 더딘 편이다. 미국 듀크대 글로벌보건혁신센터가 발표한 ‘국가별 코로나 백신 선구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세계 33개 국가의 선구매 계약 규모는 코로나 백신 73억회분이다. 인도는 16억회분, 유럽연합은 15억8500만회분, 미국은 10억1000만회분을 선구매로 확보했다. 캐나다, 영국, 인도네시아가 각각 3억5000만~6000만회분을 확보했고 일본은 2억9000만회분을 구매했다. 이중 영국과 미국은 벌써 백신 접종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 측은 “코로나 확산세가 강하지 않고 백신 임상 결과에 따라 각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토했어야 했다”는 입장이지만, 확보 백신 규모가 해외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유일하게 선구매한 아스트라제네커 백신의 경우 미국 FDA의 승인이 내년 중반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두고 국내 안팎에선 이른바 ‘백신 디바이드’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가 코로나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자국 유입에 제한을 두게 되면 기업 경제 활동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국가간 이동시 ‘백신 여권’을 요구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지면 백신 여권을 가진 국민과 못 가진 국민 간 경제 활동 범위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이미 국제사회에선 일부 아프리카 국가 입국에 앞서 황열병 등의 예방접종 증명서를 요구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백신 여권을 운용해 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경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코로나용 ‘디지털 백신 여권’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 1분기에는 이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여권은 보건 당국이 승객의 코로나 백신 접종 및 음성 확인서를 발급하면 정부와 항공사가 이중으로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BBC 등 외신에선 백신 여권을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신흥 계급’이 형성될 거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정치권 안팎에서도 백신 디바이드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1년 경제는 백신 디바이드에 좌우될 것이다. 코로나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나라는 경제회복 열차를 탈 것이고 백신 조기확보에 실패한 우리는 코로나 역에 남아야 한다”며 “2조 원으로 화이자 백신 5000만명분을 선구매했더라면 최소한 수십조 원의 GDP와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기회비용으로 날리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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