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코로나19가 끝나면 세상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까요? 절대 아닙니다. 인류 역사를 보세요. 전쟁이나 전염병 이후 세상은 판이 바뀝니다. 2022년은 반등의 해가 될 겁니다. 그 준비를 2021년에 해야 합니다.”

“팬데믹은 변화의 속도를 5년 앞당겼습니다. 우리는 2025년에나 살아갈 세상을 5년 먼저 살게 되는 겁니다. 다시 말해 5년치 공부를 한꺼번에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젠 공부 안 하면 소비도 못 합니다. 디지털 모르면 쇼핑도 못 하고 돈도 못 보냅니다. 디지털 쓰나미 시대 생존을 위해서는 배워야 합니다.”

유튜브 대학 ‘MKYU’를 만들어 ‘대학 밖의 대학’을 실험해온 김미경 학장의 말은 기승전 ‘공부’로 끝났다. 그는 “2021년은 어른들에게 수능의 해”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험지를 받아든 수험생인 셈이다. 새해엔 ‘빡세게’ 공부하지 않으면 갑자기 밀어닥친 ‘듣보잡’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기업들은 부동산을 팔아서라도 직원들을 공부시켜라. 달라진 세상에서 돈 버는 방법을 알게 해야 한다.’ 미래학자 제임스 생커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을 전하면서 그는 “개인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대학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MKYU’의 성장은 눈에 띈다. ‘MKYU’는 2년 전 블로그를 통해 ‘유튜브 대학’의 시동을 걸었다. 일종의 베타서비스였다. 2020년 온라인에 공식 캠퍼스를 만든 이후 코로나19 속에서 급성장했다. 1월 3000여명이던 학생은 1년도 안 돼 2만명을 넘었다. 무료회원까지 하면 5만5000여명, 4년제 대학 총학생수보다 많다. 직원도 2~3명에서 30명까지 늘었다. 새해에는 스타트업으로 진용을 갖추고 본격적인 미래 대학 실험에 나선다. 지방 곳곳에 오프라인 캠퍼스를 계획하고 있고, 대학교수들과의 협업, 업계 최고 전문가 초청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준비 중이다. 그는 새해 ‘MKYU’ 교육 과정을 포스트 코로나형 인재 키우기에 맞췄다. 국민강사에서 학장, 스타트업 CEO로 명함을 바꾼 김미경이 외치는 “공부합시다!” 구호는 우리 모두를 향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수능에 대비하자

‘포스트 코로나’라는 수능 대비용으로 김미경은 3과목을 꼽았다. 첫 번째는 ‘디지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학력, 출신학교보다 디지털 구사 능력이 우선될 것이라고 봤다. 코로나19가 5년 앞당긴 디지털 세상에서 생존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땅에만 집을 살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도 집은 필수이다. 온라인에도 목 좋은 곳이 있다. ‘인블유’, 즉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이다. 과거에는 중간유통자인 ‘미들맨’을 위해 살았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개인 단위로 쪼개지고 모든 개인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된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개인의 변신이 무한하다. 이 기회를 잡으려면 디지털 관련 공부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디지털 디바이드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MKYU’에는 디지털 튜터 과정을 만들었다. “전국에 1만명을 만들어서 노인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하는 겁니다. 일단 자원봉사로 시작하면 몇 년 후 전문직업군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준비해 놓으면 2022년 반등의 해에 한몫을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과목은 ‘그린(Green)’이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기업들에도 탄소중립은 생존을 위한 키워드이다. 그는 “기후변화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관련 일자리도 쏟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기업도 정부도 돈을 쓸 준비가 돼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환경에 좋다면 돈을 더 낼 용의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할 사람들이 필요하겠죠. 특히 여성에게 적합한 직업이 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엄청나게 큰 새로운 판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는 당장 생활 속에서 기후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쓰는 문자 지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습니다. 배워본 적이 없었던 거죠. 이런 공부를 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고,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는 당장 MKYU에 3개월 과정의 기후변화전문가 과정을 개설했다. 숙제 중 하나는 일상 속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매일 한 가지씩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이다. 그는 ‘그린 인플루언서’도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이미 만들어진 일자리에 들어가는 것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직업이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과목은 ‘철학’이다. “마음이 무너진 사람이 많습니다. 코로나19는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죽음의 문제입니다. 매일 죽음을 가깝게 접하고 있습니다. 기술만 공부하는 사람도 슬럼프에 빠지기 쉽습니다. 호황 때야 어떻게 돈 벌지? 그런 고민만 했다면 자연재해, 바이러스와 싸우다 보면 근원적인 질문이 마음에서 더 자주 일어납니다. 어떤 가치를 찾아야 할지, 공부를 통해 뭘 이루고 싶은지 계속 탐구해야 합니다. 이건 남에게 코칭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성찰하는 공부입니다. 결국 인문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돈보다 인간 존엄의 부를 쌓아야 합니다. 앞으로는 사람들의 멘털이 약해지면서, 그런 스승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그는 “‘디지털’ ‘그린’ 과목이 생존을 위한 도구라면 ‘철학’은 삶의 방향이다”라고 말했다. 어른의 가치는 아이들에게 대물림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보다 더 험한 세상에 살게 될 아이들에게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버텨내고 헤쳐나가는지 어른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판이 바뀌는 세상에서 삶의 프레임을 바꾸는 내공은 ‘공부’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는 MKYU 학생들을 통해서 수없이 확인했다. MKYU는 MK & You Univesity, 김미경과 당신이 함께 만들어가는 대학이라는 의미이다. MKYU 학생은 3050 여성이 90%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공부를 통해 잃어버린 나를 찾았다”는 자기 고백이 넘친다. 경단녀들이 세상에 나올 용기를 내고 일을 찾게 됐다는 사례도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이들은 디지털 공부를 통해 목 좋은 ‘인블유’를 이미 차지하고 앉았다.

2020년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영어챌린지’에는 무려 3000명이 동참했다. 김미경 학장이 매일 낸 영어 문장을 외워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미션이었다. 소셜미디어를 해본 적도,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얼굴을 내보인 적도 없던 아날로그형 인간들이 매일 인스타그램에 챌린지 동영상을 올리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했다. 영어 실력에다 덤으로 동영상 편집기술, 소셜미디어 마케팅까지 배워 인플루언서가 된 사례도 줄을 잇는다. 지역별로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는 북드라마 클럽은 전국적으로 12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MKYU가 다른 온라인 클래스와 다른 것은 대학처럼 학번을 주고 학사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리포트를 내고 기말고사도 있다. 우수 장학생을 뽑아 장학금을 주고 해외연수도 지원한다. 선후배끼리 멘토-멘티가 되어 밀고 끌어주며 강력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빨래를 개키며 펑펑 울던 그날 인생이 바뀌었다”는 아이디 ‘톨레랑스’는 경단녀로 무기력감에 시달리다 강의를 들으면서 용기를 얻어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를 시작, 20㎏을 빼고 6년 만에 재취업에 성공했다는 사연을 올려 공감의 눈물을 불러일으켰다. ‘블로그’ 강의를 듣고 육아일기를 써서 올렸다가 블로그 메인에 걸린 덕분에 1만원을 벌어 펑펑 울었다는 사연글 밑에는 축하메시지가 달리고 폭죽이 터지면서 난리가 난다. 디지털 세상에서 처음 돈을 벌어본 경험을 한 것이다. 이 경험들은 창업에 밑거름이 된다. ‘해피그릿’이란 이름의 수석 장학생은 ‘MKYU’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아예 전자책으로 만들어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 올려 펀딩에 성공하기도 했다.

‘열정 보증서’를 받은 사람들

그는 “이들이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돈도 꿈도 없어 슬프고 힘들던 인생이 공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공부의 힘을 알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부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MKYU 수료를 취업 이력서에 올리는 경우도 많다. “직원을 뽑는데 이력서를 보니 MKYU 수료를 써놨더라고요. 평범한 이력서가 그 한 줄로 특별해 보였습니다.” 온라인 캠퍼스의 게시판에는 취업 노하우로 MKYU 수료를 스펙으로 활용하라는 내용도 올라와 있다. MKYU 수료생에게는 공인 수료증이 주어진다. ‘열정 보증서’이기도 하다. 이들은 입학하는 순간 ‘열정 대학생’으로 불린다. 최근 ‘열정 대학생’을 대상으로 ‘MKYU를 만나서 얻은 세 가지’를 주제로 영상공모전을 했다. 응모한 내용들을 보면 ‘어른의 공부’가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지금 우리가 뭘 해야 할지를 보여준다.

‘50살 기념으로 입학한 19학번입니다. 더 이상 뭘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중년에게 열정이, 희망이, 목표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공부를 하고 도전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면서 달라지기 시작한 나를 만났습니다.’

‘엄마, 아내로 내 존재가 희미해질 무렵 입학을 했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꿈을 위한 도전, 함께하는 친구들, 나를 제대로 마주하는 힘을 얻었다. 꿈이란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인 줄만 알았다. 성장하고 공부하는 내가 좋다.’

‘세 아이를 키우고 재취업에 성공한 것도 잠시, 코로나로 다시 경단녀가 됐다. 그러다 열정 대학생이 되고 새벽기상을 해 ‘북드라마’ 강의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배움의 폭이 커지고 SNS를 알아가면서 나를 어떻게 블랜딩할까 생각하게 됐다. 기후변화전문가과정을 통해 그린 인플루언서가 되고 있다. MKYU는 나의 이력서다!’

‘책 한 권 읽지 않고 살던 제가 책을 가까이 하게 됐다. 평생 읽은 책보다 올 한 해 읽은 책이 많을 만큼. 이런 과정을 거치며 저는 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다. 자존감이 낮아 스스로를 믿지 않던 제게 찾아온 가장 큰 선물이었다. 항상 같을 거라 생각했던 제 삶이 이젠 기대되는 삶으로 변하고 있다.’

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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