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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레이 인터뷰|스타트업의 프런티어들]  초음파 기기를 주머니에 ‘쏙’ 넣게 만든 ‘별종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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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40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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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스타트업의 프런티어들]초음파 기기를 주머니에 ‘쏙’ 넣게 만든 ‘별종 천재’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힐세리온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선 휴대용 초음파 진단 기기를 시작으로 의료용 데이터 플랫폼, 뇌혈관 질환용 스마트 패치 개발까지 바이오산업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남들이 안 하는 분야에서 세계 1인자가 되겠다”는 별종 천재가 의료 현장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폐 상태를 실시간 확인하고 중증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면 병상 대기 중 사망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다. 응급 이송되는 환자의 상태를 현장에서 바로 진단할 수 있다면 더 빠른 처치가 가능하다. 의료시설이 열악한 오지나 후진국에서도 진단만 정확히 이뤄진다면 더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초음파 진단기만 있어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1억원 안팎의 고가인 데다 장비가 커서 이동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의료기기 개발업체 ‘힐세리온’의 류정원(47) 대표는 이 문제를 진즉 해결했다. 류 대표는 2014년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 ‘소논(SONON)’을 개발했다. 소논 1세대의 무게는 340~370g, 가격은 기존 초음파 진단기의 10분의 1 선으로 1000만원이 안 된다. 출시를 앞둔 2세대 ‘소논’은 250g에 불과하다. 전기면도기 크기에 스마트폰과 비슷한 무게이다. 1세대에 비해 크기는 줄이고 성능은 진화했다. 기존의 복부 초음파, 근골격계 초음파에다 심장 초음파 진단 기능도 추가했다. 컴퓨터를 휴대폰 안에 넣은 것처럼 ‘주머니 속에 초음파 진단기기’를 넣은 셈이다. 게다가 무선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고, 파일을 저장, 전송할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든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세계 최초이다. 미 식품의약국(FDA) 인증도 받았다. 응급외상 전문의 이국종 교수의 실제 출동 장면을 담아 화제가 됐던 KT 광고 속에도 이 교수가 응급 헬기에서 ‘소논’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힐세리온 사무실에서 만난 류정원 대표는 “이국종 교수에게 기증한 것이다”라면서 “청진기 대신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로 진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류정원 대표의 이력은 흥미롭다. 의료 현장을 바꿀 ‘혁신’을 만들기까지 그는 먼 길을 걸었다. 수차례 궤도를 바꾸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별종이 만든 혁신
   
   IQ 156. 멘사(상위 2% IQ 가진 사람들의 모임) 회원이다. 머리는 좋았지만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특히 암기과목은 바닥이었다. 학교 공부 빼고는 다 재미있었다. 교문 출입보다 학교 담을 넘는 횟수가 더 많았고 수업은 빼먹어도 당구장에는 출석도장을 찍었다. 천재 IQ라고 해도 공부 안 하고 성적이 잘 나오는 재주는 없었다. ‘IQ와 성적은 비례한다’는 믿음을 가진 선생님에게 수십 대를 맞은 적도 있다. ‘이러다 대학 못 간다’는 선생님의 ‘협박’을 받고 고3 때 정신 차린 덕분에 간신히 동국대 전자공학과에 들어갔다. 전자공학은 어려서부터 관심이 많았다. 중학생 때 이미 전자공학개론 책을 독파했고 일본 잡지 보고 부품 사서 전자회로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로봇 만들기에도 푹 빠졌다. 익스트림스포츠도 안 해본 것이 없는 별종이었다. 무에타이 10년, 검도, 스쿠버다이빙, 암벽등반까지 목숨을 건 극한 상황에 몸을 던지는 것이 짜릿했다. 익스트림의 끝인 동굴탐험에 미친 적도 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남 따라 하기’입니다. ‘대학 졸업-대기업’의 뻔한 공식은 싫었습니다. 남들 안 하는 분야에서 1인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미국 MIT나 스탠퍼드대학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를 다녀와 다시 대학입시에 도전했다. “마침 학력고사가 수능으로 바뀌면서 그렇게 하기 싫던 암기과목도 지루하지가 않았어요. 담배 피우는 시간이 아까워 담배를 끊을 정도로 공부에 재미가 붙었습니다.”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해 전자공학을 복수전공했다. 당시 닷컴 붐이 일었고 학교에 다니면서 벤처기업 개발자로 일했다. 여러 회사를 거쳐 4학년 때는 연구소장급까지 올라갔고 창업의 세계에 눈을 떴다. 대학 졸업 후 영상저장 보안장비 업체를 창업했다. 고화질로 동영상을 실시간 저장하는 기술이었다. 카지노, 교도소 등에 납품하는 등 경쟁력이 있었지만 ‘닷컴 버블’을 피하지 못했다.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 다른 회사 CTO로 들어갔지만 미래가 뻔했다. 차라리 공부를 더 해 세상에 없는 것에 도전해보자! 평생을 걸고 싶은 것도 찾았다. 뇌과학, AI, 우주였다. “일단 뇌과학을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주변에 알아 보니 의대를 가라는 겁니다.”
   
   마침 의학전문대가 생겼고 가천대 의전원에 합격했다. 2005년이었다. “입학한 해에 세계적인 뇌과학자이자 세계 최초로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를 개발한 조장희 박사의 뇌과학연구소가 설립됐습니다. 조 박사를 찾아가 제자가 되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이때 초음파, CT, MRI 등 의료 영상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의전원 2학년 때 특별한 도전을 했다. 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우주인 모집이었다. 가슴에 품고 있던 우주의 꿈이 가까이 왔다. 익스트림 운동으로 단련한 체력에 물리학, 의학, 전자공학을 두루 공부했으니 “내가 적임자”라는 자신감으로 시작했다. 경쟁률은 3만6000 대 1, 최종 1명에게 러시아 소유즈호의 탑승권이 쥐여졌다. 그는 최종 10명 안에 들었지만 마지막 승자는 이소연씨였다. 한국에서 안 되면 미국에서 도전하자고 생각했다. 알아 보니 우주항공의학으로 나사에 도전할 수 있었지만 자격조건이 시민권자였다. 결국 포기하고 한 달짜리 나사 프로그램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우주의 꿈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의전원 졸업 후 응급실에 근무할 때였다. 큰 초음파 기계가 한 대 있었는데 병원이 공유하다 보니 꼭 필요할 때 없었다. 막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크고 무거운 장비에만 의존해야 하나? 스마트폰도 나왔는데 스마트폰, 패드와 연동하면 영상도 보고 저장도 하고 통신망으로 보낼 수도 있고 무궁무진하게 활용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앰뷸런스로 응급 상황인 산모를 이송하는 일이 있었다. 산모는 모니터링이 됐지만 태아의 상태는 알 수 없었다. 휴대용 초음파 기기 생각이 간절했다. 창업을 결심하고 가장 힘든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아내의 ‘OK 사인’이었다. “업계 표현으로 냉장고 프레젠테이션이라고 합니다. 사업 내용보다 투자금은 어떻게 해결하고 밥 굶게는 안 하겠다는 말이 핵심 포인트죠.” 사업하지 않는 남자가 이상형이었다는 아내는 결국 별난 남편을 응원해줬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사업 계획 수립부터 창업까지 지원하는 창업사관학교 2기로 선정돼 1년 과정을 마쳤다.
   
   
▲ 힐세리온이 개발한 세계 최초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복부형).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의료 불균형 해소’를 미션으로 걸고 힐세리온을 창업해 복부형·근골격형 초음파 2종류를 만들어내기까지의 스토리다. 현재 1세대 소논은 유럽, 미국, 일본 등 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류 대표는 “최근 일본에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출시를 앞둔 2세대 소논은 7000만~8000만원대 초음파 기기 수준까지 성능이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이 류 대표의 말이다. 소논 이후 미국, 캐나다 등에서 후발주자가 나오고 중국에서 카피 제품도 나왔지만 소논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선방식은 아직 경쟁자가 없다. 그동안 얼리어댑터 시장이었다면 최근 들어 시장이 확대되는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쟁사인 ‘버터플라이’가 최근 2조원 기업가치로 상장 발표를 했습니다. 10배 이상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리포트도 나오고 후발주자도 계속 생기는 걸 보면 내 방향이 맞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힐세리온도 2021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정하는 예비 유니콘에도 포함됐다. 최근 국제개발은행이 10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85개국 의료 지원 품목에 선정됐다. 각국에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필요한 의료기기를 살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가나, 수단, 방글라데시, 중앙아시아 지역 정부를 대상으로 ‘소논’ 구매 협상을 추진 중이다.
   
   휴대용 초음파 기기로 시작했지만 그의 꿈은 아직 멀다. 다음 스텝은 인공지능(AI)이다. AI용 의료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AI를 공부하기 위해 카이스트에서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논문을 쓰지 못해 아직 학위는 받지 못했다. AI 학습을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필수인데 의료 쪽은 데이터 모으기가 쉽지 않다. 데이터 수집 자체도 어렵지만 데이터 판독 작업은 의료전문가만 할 수 있다. 류 대표는 방법을 개도국에서 찾았다. 인도에서 검진 병원 1000곳을 가지고 있는 파트너와 이미 계약을 맺었다. 이 병원 의사들이 환자에게 정보제공 동의를 받은 다양한 데이터를 판독하고 분류해서 보내주게 된다. 데이터 판독, 즉 데이터 라벨링 작업은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이름표를 다는 과정이다. 우리나라 의사에게 맡기는 것보다 턱없이 싸지만 인도 의사들에게는 큰 수입원이다. 류 대표는 “의료 데이터는 21세기 석유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데이터를 구해달라는 연락이 오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휴대용 초음파 기기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하버드대 의대 쪽과 공동개발 중이다. AI가 일종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주면 초음파 기기 활용도는 훨씬 넓어진다. 초음파 영상을 판독할 수 있는 의사가 많지 않아 현재는 사용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야심작은 휴대용 초음파 기술을 활용한 뇌혈관 질환용 스마트 패치이다. 스마트 패치를 몸에 부착하면 뇌 혈류 속도, 혈관 상태 등을 계속 모니터링해 뇌졸중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카이스트, 길병원 등과 컨소시엄으로 정부 과제를 따내 개발을 진행 중이다. 3년 내 상용화가 목표이다.
   
   이제 좀 한숨 돌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그는 “사업은 자전거랑 똑같습니다. 작은 자전거든 큰 자전거든 넘어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스타트업이고 여전히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CTO에서 만족했다면, 의사로 남들처럼 살았다면 평탄했겠지만 그는 거친 ‘오프로드’에서 심장이 뛴다. 그는 “스타트업은 당장 어떻게 돈을 벌 것이냐가 아니라 아무도 하지 않은 영역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은 목표는 우주이다.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고 나면 우주 개발에 뛰어들 계획으로 몇 개의 관심 분야를 노리고 있다. 그의 사무실 한쪽에 아내가 생일 선물로 줬다는 대형 아폴로 로켓 레고가 곧 우주로 날아갈 듯 서 있었다. ‘괴짜 천재’ 엘런 머스크가 우주 정복에 나선 것처럼, 그의 꿈도 우주로 날아오를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다음 추천 주자는?
   포테닛 남형도 대표
   
   추천 이유 KIST 시절 국내 최초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에도 참여했던 자율주행 로봇 전문가이다. 하드웨어를 넘어서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혁신적인 창업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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