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미 차세대 공격정찰 헬기 후보 중의 하나인 벨사의 ‘360 인빅터스’. 영화 ‘헐크’에도 등장했던 RAH-66 ‘코만치’ 헬기와 비슷하다. photo 미 벨사<br/></div>미 차세대 공격정찰 헬기 후보 중의 하나인 시콜스키사의 S-97 ‘레이더’. 2개의 로터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동축반전식으로 비행한다. photo 미 시콜스키사<br/>미 차세대 장거리 강습헬기 후보 중의 하나인 벨사의 V-280 ‘밸러’. 틸트로터 수직이착륙 방식으로 MV-22 ‘오스프리’를 개량한 것이다. photo 미 벨사<br/>미 차세대 장거리 강습헬기 후보 중의 하나인 시콜스키-보잉사의 SB-1 ‘디파이언트’. 순항속도가 아파치 공격헬기보다 빠른 460㎞에 달하며 2개의 로터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동축반전식이다. ⓒphoto 미 시콜스키사
(왼쪽부터) 미 차세대 공격정찰 헬기 후보 중의 하나인 벨사의 ‘360 인빅터스’. 영화 ‘헐크’에도 등장했던 RAH-66 ‘코만치’ 헬기와 비슷하다. photo 미 벨사
미 차세대 공격정찰 헬기 후보 중의 하나인 시콜스키사의 S-97 ‘레이더’. 2개의 로터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동축반전식으로 비행한다. photo 미 시콜스키사
미 차세대 장거리 강습헬기 후보 중의 하나인 벨사의 V-280 ‘밸러’. 틸트로터 수직이착륙 방식으로 MV-22 ‘오스프리’를 개량한 것이다. photo 미 벨사
미 차세대 장거리 강습헬기 후보 중의 하나인 시콜스키-보잉사의 SB-1 ‘디파이언트’. 순항속도가 아파치 공격헬기보다 빠른 460㎞에 달하며 2개의 로터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동축반전식이다. ⓒphoto 미 시콜스키사

‘에어울프(Airwolf)’는 198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미국 TV 드라마다.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작전 수행을 위해 ‘마성의 천재’로 불리는 과학자 찰스 헨리 모페트가 10억달러의 비용과 20년의 세월을 투자해 개발한 초음속 공격용 헬리콥터 ‘에어울프’가 주인공이다.

‘에어울프’가 등장한 지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초음속 헬기는 아직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은 기존 헬기 속도를 크게 능가하는 초고속 헬기 개발에 주력해 헬기 최고속도 신기록이 속속 세워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헬기 제조업체인 시콜스키는 2010년 9월 X-2라 불리는 시험기를 통해 시속 460㎞의 신기록을 수립했다. X-2는 동축반전식(반대 방향으로 도는 두 개의 로터가 하나의 축에 있는 방식) 헬기에 후방 프로펠러를 달아서 수직 이착륙과 고속 이동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시속 460㎞는 공격헬기의 대명사인 미 AH-64 ‘아파치’(최대 시속 365㎞)보다 빠른 것이다. 기동(수송)헬기의 경우 미 UH-60 ‘블랙호크’가 최대 시속 290여㎞, 국산 수리온이 최대 시속 280㎞로 대부분 최대 시속 300㎞를 넘지 못한다.

미군은 고속을 낼 수 있는 신기술 등을 적용해 기존 헬기를 대체하는 차세대 헬기를 개발 중이다. 미 육군이 2030년대를 목표로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차세대 수직이착륙기(FVL·Future Vertical Lift) 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FVL은 미래전 작전개념 변화에 따라 다영역작전 수행을 위해 UH-60 기동헬기, OH-58정찰헬기 등 각종 헬기를 미래형 슈퍼콥터(Supercopter)로 교체하고 센서, 항공전자장비 등 주요 장비를 공통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행 방식은 2개의 헬기 로터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동축(이중)반전 방식과, MV-22 ‘오스프리’처럼 수직으로 이륙한 뒤 프로펠러의 방향을 바꿔 비행하는 틸트로터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미 육군이 추진 중인 FVL사업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차세대 장거리 강습헬기(FLRAA·Future Long Range Assault Aircraft) 사업으로, UH-60 블랙호크, AH-64 아파치, CH-47 치누크 등을 대체할 차세대 헬기를 선정하는 것이다. 미 시콜스키-보잉사의 SB-1 ‘디파이언트(Defiant)’와 벨사의 V-280 ‘밸러(Valor)’ 틸트로터형 수직이착륙기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다른 하나는 차세대 공격정찰 헬기(FARA·Future Attack Reconnaissance Aircraft) 사업으로 2018년부터 추진됐다. 2019년 사업자로 벨, 보잉, 시콜스키 등이 선정됐다. 시콜스키의 S-97 ‘레이더(Raider)’와 벨사의 ‘벨 360 인빅터스(Invictus)’가 후보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미군의 차세대 헬기 사업은 우리 헬기 사업과 ‘인연’을 맺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말 군 당국이 차세대 고기동 헬기 개발계획을 공식 결정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12월 15일 “서욱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제132회 방위사업추진위에서 ‘중형 기동헬기 전력 중장기 발전방향(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이 중형 기동헬기 중장기 발전방안이 “군사적 운용을 중심으로 국내 헬기산업 발전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수립했다”며 “UH-60 헬기는 수명주기 도래 시 추후 차세대 기동헬기로 전환, UH-60 특수작전기는 별도 성능개량, 국산 수리온은 양산 완료 후 성능개량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이 “UH-60 헬기는 수명주기 도래 시 추후 차세대 기동헬기로 전환하겠다”는 대목이다. 현재 군에서 운용 중인 UH-60 기동헬기의 수명이 다하면 차세대 기동헬기로 대체하겠다는 얘기다. 차세대 기동헬기 계획은 업체 차원에서 제기된 적은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결정, 발표된 것은 처음이다.

현재 군에서 운용 중인 UH-60은 139대(육군 113대, 해군 8대, 공군 18대)다. 1990년대 도입된 UH-60이 노후화함에 따라 군에선 2013년 이후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했지만 계속 지연됐고 사업비용이 계속 올라 2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방위사업청에선 수리온 제조업체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강력한 요청 등을 감안해 UH-60 특수작전기 36대를 제외한 기본기 103대를 수리온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육군에선 이에 반대하다 수용하는 입장으로 바뀌었지만 논란은 계속됐고 이번에 수리온 대체방안은 ‘폐기’된 것이다.

하지만 기어박스 등을 개량하는 수리온 성능개량 사업은 계속 추진된다. 일각에선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이 지연되면 수리온 개량형으로 UH-60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고위 소식통은 “UH-60 기본기 103대는 수리온이 아니라 차세대 기동헬기로 대체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UH-60은 10년 뒤인 2030년부터 도태되기 시작해 2040년쯤까지 완전 도태될 예정이다.

한국형 차세대 기동헬기의 구체적인 제원과 개발 목표 시한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할지, 아니면 수리온이나 LAH/LCH(소형무장헬기/소형민수헬기)처럼 외국 업체의 도움을 받아 개발할지 등도 검토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군 주변에선 우리의 기술 수준과 10년 내 개발돼야 하는 시급성 등을 감안하면 KAI가 개발을 주도하되 미국 등 외국 업체와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소식통도 “우리 차세대 기동헬기는 미 시콜스키-보잉사의 SB-1 ‘디파이언트’와 시콜스키사의 S-97 ‘레이더’ 차세대 헬기, 벨사의 V-280 ‘밸러’ 틸트로터형 수직이착륙기 등을 모델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업체와의 협력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리온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비용도 큰 숙제다. 첫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 개발에는 1조3000억원가량이 들었다.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에는 최소 2조~3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 차세대 헬기 사업들의 경우 개발비를 포함해 미 차세대 장거리 강습헬기 사업 규모는 400억달러, 차세대 공격정찰 헬기 사업 규모는 200억달러에 달한다. 군 소식통은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에는 2조원가량으로 잡혀 있던 UH-60 개량사업 예산 등이 투입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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