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서울 한강 수면 위로 눈이 덮여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월 7일 서울 한강 수면 위로 눈이 덮여있다. ⓒphoto 뉴시스

영하 20도를 밑도는 최강 한파에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정전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설까지 겹쳤던 지난 7일 최대전력수요는 겨울철 사상 처음으로 9000만㎾(킬로와트)를 넘어섰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변전소 화재 발생으로 전기 공급이 중단돼 지역 주민들이 그대로 추위에 내몰려야만 했다.

전력거래소(KPX)에 따르면 지난 1월 7월 오후 5시 기준 최대전력수요는 9020만㎾를 기록했다. 겨울철 전력수요가 9000만㎾를 넘어선 건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지속된 한파로 난방 전력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결과다. 최근 5년 동안 겨울철 최대전력수요는 8000㎾ 중후반대에 머물러왔다. 9000만㎾를 넘어섰던 시기는 지난 2019년 8월 13일(9031만㎾)과 2018년 7월 24일(9248만㎾)로 모두 여름철이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전기난방 사용이 시작된 건 1990년대 말 잉여전력이 생겨나면서부터다. 최근 정부는 난방용 등유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값이 싸진 전기 수요는 급증했다. 등유를 쓰던 농촌 등까지 전기난방으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여름철 더위보다 겨울철 한파에 따른 대규모 정전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국내 전력수요는 일반 공장과 영업장 등의 가동이 시작되는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높게 나타나다 목요일부터는 전력수요가 차츰 줄어든다. 월요일~수요일과 목요일~일요일의 최대전력 차이는 적게는 1000㎾, 많게는 2000㎾까지 난다. 이덕환 교수는 “만약 지난 7일(목요일)에 보였던 한파가 월요일이나 화요일 주초에 들이닥치면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며 “겨울철엔 전기만이 유일한 난방 수단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 위험성은 여름철보다 더 크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8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한국전력공사 신부평변전소에선 화재가 발생해 인천 부평구와 계양구 일대에 전기 공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강추위 속에서 난방기기를 사용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전력수요 급증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전국이 5시간 가량 대규모 블랙아웃에 빠졌던 ‘9·15 정전사태’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선 겨울철 예비 전력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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