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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42호] 2021.01.18

강원랜드 적자에 지자체가 더 비상 걸린 이유

▲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 위치한 강원랜드 카지노 및 리조트 전경. photo 강원랜드
지난 1월 12일 강원도 정선군 사북·고한읍 일대는 마치 ‘죽은 도시’와도 같았다. 수십 년간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사북시장은 조명이 꺼져 종일 어둠이 짙게 깔렸고, 즐비했던 숙박시설과 식당은 셔터를 내리거나 아예 자취를 감췄다. 임대 안내문이 내걸린 가게들 사이로 거리를 밝히는 것은 은행과 우체국, 경찰서 등의 관공서 불빛뿐이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불야성을 이루던 마을이 지금의 모습으로 뒤바뀐 건 코로나19 확산으로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이 제한되면서부터다. 강원랜드는 1998년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의 일환으로 강원도 일대 탄광을 폐쇄하는 대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선군 사북읍에 설립됐다. 하루 평균 8000여명에 이르는 방문객은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강원랜드가 휴장을 반복하면서 마을 곳곳은 1990년대 폐광 당시로 회귀하고 있었다.
   
   2003년부터 사북읍에서 숙박업을 해온 김모씨는 “강원랜드 영업 제한에 따른 피해는 수도권과는 비교도 못 할 수준”이라며 “기존 60여명의 직원을 모두 내보낸 이후 하루 4~5개의 객실만 채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에서 총 3개의 모텔을 운영해왔는데 재정난으로 2곳은 지난해 영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한때 방송 프로그램에 맛집으로까지 소개됐던 이모씨의 식당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식사를 사서 먹는다. 그러다 보니 마을 식당들은 카지노 영업이 시작하는 낮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기 줄까지 설 정도다. 근데 지금은 하루 평균 한 팀이 될까 말까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마을의 임대료다. 카지노 방문객들의 소비력이 크다 보니 지방임에도 지역 물가는 20년 사이 수도권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곳 임대료는 월세 기준 최소 200만~300만원대부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서울권 평균 월세는 165만원을 기록했는데, 이의 두 배에 달하는 셈이다. 정선군 고한·사북·남면·신동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공추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고한·사북 지역 246개 음식점 중 138곳(56%)은 전면휴업 또는 제한영업에 돌입했다. 사북 지역 숙박업소 35곳 중 24곳(68%)은 전면휴업 중이다.
   
   올해 백신 공급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든다 해도 이곳 지역 상황이 나아질 거란 보장은 없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광지역법)에 따라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매년 7개 시군(강원 태백·삼척·영월·정선, 충남 보령, 전남 화순, 경북 문경)에 당기순이익의 25%를 폐광기금 명목으로 납부해 왔다. 2020년 강원랜드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올해 폐광기금은 0원이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금 의존도가 큰 지역경제는 올해도 작년과 비슷할 우려가 크지만, 정부는 사행산업 지원에 대한 비판 우려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지적이다.
   
   
▲ 정선군 사북읍 일대 모든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약국만이 불을 밝히고 있다. photo 이성진 기자

   강원랜드 폐광기금, 지자체 사업의 주요 재원
   
   7개 지자체가 최근 9년 동안 강원랜드로부터 납부받은 폐광기금은 총 1조2454억원이다. 최근 5개연도 납부 현황만 보면 2015년 1626억원, 2016년 1665억원, 2017년 1582억원, 2018년 1248억원, 2019년 1451억원을 납부받았다. 이 폐광기금은 각 지자체의 대체산업·교육문화·환경개선·관광진흥 사업 등에 쓰였다. 지난해 폐광기금이 투입된 지자체 사업만 총 169개이다. 여기엔 전국 최초 군립병원 신축사업, 치매·정신건강 통합센터, 저소득층 대상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 굵직한 사업도 있다.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군의 경우 지난 20년 동안 폐광기금으로 총 142개의 사업을 진행했다. 군청은 폐광기금으로 정선군립도서관 건립, 공원묘지 조성 등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도 진행했지만 노후주택 개보수, 사북교 개량공사, 하수도 정비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업들도 이어갔다. 지자체 운영의 상당 부분이 폐광기금으로 이뤄져 왔다는 이야기다. 앞서의 이모씨는 “소상공인 지원금이나 저금리 대출 등도 폐광기금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김태호 지역살리기 공추위 위원장은 “강원랜드 지방세와 지자체 지분 몫의 주식배당까지 포함하면 정선군 한 해 세수인 1000억원 가량의 절반은 강원랜드에서 나온다고 봐야 한다”며 “강원랜드가 무너져 내려 폐광기금이 사라지면 지자체 살림살이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모든 사업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원랜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휴장을 반복하면서 이런 우려는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지난해 2월 23일부터 5월 7일까지 휴장을 한 이후 5월 8일부터 8월 22일까지 영업을 재개했으나 동시 체류인원은 기존 6000명에서 1000명 안팎으로 대폭 줄였다. 이후 한 차례 휴장을 거듭했고 10월에 다시 이뤄진 개장은 2개월도 채 지속하지 못했다. 매월 평균 22만명을 기록했던 카지노 이용객 수는 1000명대로 떨어졌다. 성수기에 월 평균 50만명을 기록하던 리조트 이용객도 절반 이하로 급감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강원랜드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64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2020년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서 폐광기금 자체가 생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문체부, 사행산업 지원 비판 우려뿐
   
   강원랜드 총직원수는 3600여명으로 이 중 2300여명(약 64%)이 강원도 지역주민이다. 비상사태에 대한 대안 마련은 강원랜드 내부에서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강원랜드 노조 관계자는 “카지노 공간을 넓혀서 제한영업 기간에 동시 체류 인원을 조금이나마 확보하는 등의 아이디어나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정부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실질적으로 반영된 건 없다. 허가를 받는 것보다 코로나가 먼저 끝나겠다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강원랜드는 다수의 부처로부터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영업 관련 사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예산 집행은 산업통상자원부, 인력 운용은 기획재정부가 관할하고 있다.
   
   여기에 강원랜드 설립·운영의 법적 근거가 되는 폐광지역법의 시효를 연장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보니 더 강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폐광지역법 시효는 2025년이다. 시효가 연장되지 않으면 강원랜드는 아예 문을 닫아야 한다. 앞서의 노조 관계자는 “시효 연장은 정치적 결정으로 이뤄질 텐데 여기에 걸림돌이 될 만한 의제는 꺼내지 않고 있다. 괜한 이야기로 연장 논의에 어려움이 생겨서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폐광기금으로 살림을 꾸려야 하는 지자체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부터 고민이 많았다. 올해 기금이 사실상 0원이 될 거란 전망에 지난해 강원랜드로부터 과소징수한 폐광기금을 활용할 계획이지만 이 또한 계획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정선군청 관계자는 “재원 보존을 정부 측에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가 들어줘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사북시장 골목은 아예 조명이 꺼져 있다. photo 이성진 기자

   위기 극복 나선 ‘한국마사회’와 대비
   
   이들의 답답함은 같은 사행산업 공기업인 한국마사회의 대처를 보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마사회도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경마 중단이 거듭되면서 강원랜드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의 협의로 자구안을 강구해왔다. 한국마사회는 매년 이익금의 70%를 축산발전기금으로 정부에 납부하고, 전국 지사가 위치한 각 지자체엔 1조원가량의 지방세를 내왔다. 코로나19 비상사태를 맞아 현재 마사회는 경마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200억원가량의 상생안정자금 지원 펀드 조성과 ‘무관중 경마’ 등을 시행 중이다. 마사회 측은 “무고객 경마로라도 마사회가 마주에게 경마 상금을 지급하면 마주는 경주마 조교사에게, 조교사는 기수에게 그 대가를 지급하게 된다. 이는 궁극적으론 경주마 등의 구입 여건을 만들어 농가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토록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축산 발전, 말산업 육성이란 마사회 설립목적 달성을 위한 나름의 방안을 꾀한 셈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지역경제, 산업생태계를 고려해 현재는 온라인 마권 발매를 가능하게 해달라고 지속해서 요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원도 안팎에선 정부가 유독 카지노 영업 지원에 대해선 몸을 사린다고 보고 있다. 마사회처럼 자구안 마련에 나섰다가 ‘사행산업 조장’이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부터 먼저 한다는 얘기다. 강원도를 지역구로 둔 야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괜히 건드렸다가 도박을 활성화한다는 비판을 받을까봐 아무런 조치를 안 하는 거다”라며 “강원랜드 설립 취지가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냥 놔두고 볼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한형민 전 강원랜드 부사장이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를 맡으면서 주무부처의 대안 마련이 있을 거란 기대도 나왔지만 현재까지도 별다른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급기야 정부 부처는 이와 관련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폐광기금 납부는 산업부와 강원도청이 주관할 일로 그 대안도 그쪽에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폐광기금은 정부 사업이 아니라 강원랜드 이익금과 관련한 거다. 정부에서 지원할 건 없다. 자세한 건 폐광기금을 징수하는 강원도청이 잘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랜드 안팎에선 강원랜드 설립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태호 지역살리기 공추위 위원장은 “카지노를 도박, 부정적 이미지로 보고 규제부터 하기 전에 왜 설립했는지를 반추해야 한다. 적어도 그 취지는 살려야 하지 않겠나. 카지노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편협하다”라고 일침했다. 현재 국회에선 강원랜드 영업 여부와 관계없이 폐광기금 규모를 25%에서 30%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강원랜드 경영에 자율성을 부여하거나 매출을 기반으로 산정하는 중앙세 성격의 강원랜드 관광기금을 폐광기금으로 돌리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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