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W입시학원에서 체육 관련 학과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훈련하고 있다. ⓒphoto W입시학원
대전시 W입시학원에서 체육 관련 학과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훈련하고 있다. ⓒphoto W입시학원

2021년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은 끝났지만, 체육대학 입시는 현재진행형이다. 수능 성적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실기시험이 1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1월 셋째 주 시작된 가·나·다군 대학의 체대 입시 실기시험은 2월 첫째 주까지 계속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운동과 체력관리만으로도 벅찬 하루를 보내야 하는 체대 입시생들은 요즘 유독 힘든 시기를 보낸다. 훈련이 종종 중단되면서 안정적인 체력 및 기록관리가 어려워졌다. 대전에서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강모(여·19)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준비 기간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난해 12월부터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문을 여닫기를 반복했다. 2.5단계 지역에선 집합금지 명령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체대 입시학원은 특수한 상황이 반영돼 일부 수업 운영이 가능했다. 그러나 입시 준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체대 입시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 장소다. 윗몸일으키기, 제자리 멀리 뛰기 등의 종목은 실내에서 훈련할 수 있다. 하지만 100m, 50m 달리기 같은 종목은 야외 공간이 필요하다.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훈련 장소에 제약이 생겼다. 수도권에선 학교 운동장, 체육관 같은 공공체육시설에도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S입시학원 원장 김모(32) 씨는 “달리기는 야외 운동을 못 하다 보니 실기 기록을 늘리기가 어려웠다”라고 했다. 일부 학원은 달리기 종목 훈련에 고가의 무동력 트레드밀을 활용했다.

구기 종목과 25m 왕복달리기 같은 종목은 보통 대형 체육관을 대관해 연습을 해왔다. 대부분의 다목적 체육시설이 집합금지에 포함돼 해당 종목도 제대로 된 연습을 진행하기 힘들었다.

“숨 헐떡이자 마스크 빨려 들어와”

윗몸일으키기, 왕복달리기, 농구 등은 쉽게 숨이 차오르는 운동이다. 이제 체대 입시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이런 종목들에서 최고 기록을 내야 한다. 인터뷰에 응한 입시생들이 공통으로 호소한 고충은 단연 ‘마스크’였다.

서울 H 입시학원 수강생 이모(23) 씨는 “윗몸일으키기 할 때가 제일 힘들다. H 대학 체육학과에 입학하려면 2분 동안 윗몸일으키기를 해야 하는데 숨을 들이쉬다가 마스크가 빨려 들어와 호흡조절이 안 되는 일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서울 M 학원 강사 최모(여·23) 씨는 “운동 강도를 매우 높여 빠르게 운동 능력을 향상해야 하는데,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유지하면서 운동하면 그렇게 하기 어렵다. 학생들이 너무 숨이 차 마스크를 벗고 싶어 한다”라고 했다.

서울 소재 K대학 체육 관련 학과는 실기 고사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변경사항을 발표했다. 변경 전 K대 전형은 수능 점수, 학생부 교과 점수, 실기 점수를 일괄 합산했다. 변경 후엔 1단계에서 수능 점수와 학생부 교과 점수만 합산해 인원을 선발한다. 1단계에 선발돼야 2단계 실기 고사에 응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조치로 여겨졌지만, 상당수 입시 준비생들이 당혹스러워했다. 서울 H 입시학원에 다니는 수험생 이모(23) 씨는 “이제는 체념한 상태다 공지에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2020학년도 G대학 체육 관련 학과의 실기시험 종목은 1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1분), 800m 달리기(여), 제자리멀리뛰기(여), 오래 매달리기(여)였다. 그러나 이번 2021학년도 실기시험에선 800m 달리기와 오래 매달리기가 빠졌다. 이 학과에 지원한 강모(여, 19) 씨는 “종목 하나가 빠질 때마다 영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체대입시학원 강사들이 기구들을 소독하고 있다. ⓒphoto W입시학원
체대입시학원 강사들이 기구들을 소독하고 있다. ⓒphoto W입시학원

집단 훈련 ‘감염 두려움’

네이버 카페 ‘체대 입시 클리닉’의 회원들은 체대 실기시험에 대비한 훈련을 하면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두려움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서 땀을 흘리며 훈련해야 하는 체대 입시의 특성상, 감염 공포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20년 8월 2차 대유행 당시 서울 성북구의 체대 입시학원에서 18명의 학생이 집단감염되기도 했다.

서울 R입시학원에 다니는 수험생 김모(21) 씨는 “확진되거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게 되면 준비한 3년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 두려웠다”라고 말했다. 서울 M입시학원 원장 김모(32) 씨는 “학원에서 자체로 꼼꼼히 방역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한다. 서울 M입시학원의 입시생 문모(21) 씨는 “수험생 모두가 같은 어려움 속에 준비하고 있다. 별 탈 없이 입시가 잘 마무리되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 기사는 '주간조선 대학생 기사 공모' 기사입니다.

최유지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과 / 강지수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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