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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 변호사의 현장일지]  “미성년자 성추행범 해고는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뜻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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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4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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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의 현장일지]“미성년자 성추행범 해고는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뜻하는 것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 동 사진의 인물은 사건과 관계가 없음. photo 뉴시스
2015년 미성년자 성추행범에 대한 회사의 해고는 부당하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회사 측은 항소를 했으나 2016년 항소가 기각되면서 판결이 최종 확정되었다. 얼핏 들으면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지만, 불과 몇 년 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근로자 보호 관점에서, 그리고 법리상으로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성범죄에 관대한 나라, 사법체계라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성추행했다는 근거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고? 아니다. 해당 직원은 13세 여자 아이를 강제추행한 것으로 기소되어 2013년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고, 2014년 그 판결이 최종 확정되었다. 문제의 직원은 은행 지점 안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반바지를 입은 채, 창문 난간에 앉아 있던 피해자(여·13)에게 다가가 “왜 여기 있냐? 밥은 먹었냐? 같이 밥을 먹자”고 말하면서 갑자기 왼손으로 피해자의 왼쪽 허벅지 부위를 쓰다듬었다. 이는 판결문에도 적시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원은 위 직원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보았다.
   
   
   형사 유죄 판결 = 해고 사유?
   
   법원은 아직 어리고 인격 형성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강제추행을 범한 자는 엄벌에 처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나, 국가가 형사처벌을 하는 것 이외에 회사가 사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사적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에 일정한 영향이 있을 때에만 징계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즉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직원의 성범죄로 인해 회사의 명예, 신용이 실추되었다거나 직장 질서 유지에 심각한 악영향이 초래되었다거나 대외 신용도가 훼손되지 않은 이상 징계는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특히 위 사안의 경우 (1)사내 동료들이 해당 직원의 성범죄를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 (2)사건 전후로 회사의 업무진행이나 협력업체 관계 등에 특별한 변동이 없다는 점 등이 참작되어, 회사의 성범죄 직원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법원은 사측이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근로자에 대하여 일관되게 해고 또는 권고사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오히려 기존의 해고 또는 권고사직이 부당해고에 해당할 뿐이라며 판결을 마쳤다.
   
   감정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법리상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형사처벌과 회사의 징계는 별개의 것이고, 해고는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사유가 있을 때 비로소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 유죄 판결은 당연 퇴직 사유가 되지 못한다. 회사 사규에 해고나 직권면직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을 때’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자’ 등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실제 근로자가 범죄로 그러한 처벌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해고나 징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법원은 문제 된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이나 회사 내의 지위, 범죄의 내용, 범죄와 담당업무와의 관련성 등을 종합하여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었는지 살펴본다.
   
   예컨대 같은 음주라 하더라도 버스기사나 택시기사가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려 처벌을 받은 경우 해고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반면, 사무직 직원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해고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사적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직장 동료와 상사에게 모욕을 하여 경미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해고는 부당하다고 인정된 반면, 직장에서 상사에게 심한 욕설과 폭언을 하고 명예를 훼손한 경우 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되기도 한다.
   
   휴무일에 도박한 사실로 징계해고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인정된 반면, 도박장을 개설하고 직장 동료들에게 도박을 하도록 하여 도박 가담자들 모두 도박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한 경우 징계는 정당하다고 인정한 사례도 있다.
   
   같은 범죄라 하더라도 공기업의 경우 좀 더 폭넓게 해고나 징계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편이다. 좀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범죄를 은폐하고 쉬쉬하는 부작용 초래
   
   사실 구속이 되어 구치소에 들어가거나 추후 금고나 징역형의 실형을 받아 교도소에 가는 경우, 근로제공이 어렵기 때문에 쉽게 해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이를 알기도 어렵고 해고를 하더라도 위 사건과 같이 법원에서 부당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범죄행위를 했거나(횡령·배임 등), 동료나 선후배 직원에 대해 범죄를 저질렀거나(직장 내 성추행 등), 범죄 사실이 유포되어 사회적으로 회사의 명예·신용이 실추된 경우라면 해고가 가능하겠지만, 그냥 쉬쉬하고 조용히 넘어간 경우라면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마주할 수 있다.
   
   ‘문제가 되면 문제가 되고, 문제가 안 되면 문제가 안 된다’ ‘조용히 넘어가면 된다’ ‘그냥 넘어갈 일을 누가 이렇게 문제를 키웠냐’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심지어 직원의 범죄행위를 알리는 자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사실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 관련해서도 SBS 등에서 사실을 파헤치지 않았다면, 과연 정인이 양부가 해고를 당했을지 의문이다. 현재 양부에 대해서는 살인방조가 아니라 아동복지법(아동유기방임) 위반 혐의가 적용되고 있는데, 만약 집행유예가 나온다면 직장에서는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는 사안이다. 사적 제재를 함부로 가해서는 안 된다는 법의 대원칙이 범죄를 은폐하고 쉬쉬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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