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스페셜 리포트]  문 대통령도 오해한 입양의 세계
  • facebook네이버 밴드youtubekakao 플러스친구
  • 검색
  1. 사회/르포
[2645호] 2021.02.08
관련 연재물

[스페셜 리포트]문 대통령도 오해한 입양의 세계

▲ 김일웅(오른쪽)·신현주 부부는 공개입양을 하고 입양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갈이를 하느라 앞니가 빠진 7살 하언이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더니 한마디씩 거들었다.
   
   “우리 엄마 아빠 꿈은요. 아이를 12명 낳아서 축구선수로 키우는 것이었대요.”
   
   “입양요? 음, 그건 엄마가 자기 아기를 못 키워서 아이를 데려와 키우는 거예요.”
   
   김일웅(58·라이프&테크 이사), 신현주(59·쉐마학교 교감) 부부와 하나밖에 없는 딸 하언이는 입양 가족이다. 이 집에서 입양은 금기어가 아니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평범한 단어이다. 부부는 하언이를 입양하면서 고민 끝에 공개입양을 선택했다. 공개입양은 아이에게 입양한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다.
   
   지난 1월 29일 경기도 화성 동탄에 사는 하언이의 집을 찾았다. 세 가족의 말소리와 웃음이 현관 밖까지 흘러나왔다. 하언이는 밝고 구김살이 없었다. 방마다 하언이의 책과 물건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이 집의 실세가 누구인지 보였다. 가족사진을 촬영할 때도 하언이는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하언이를 바라보는 부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부부와 함께 하언이도 식탁에 앉아서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입양가정은 요즘 어느 때보다 마음이 불편하다. 지난해 양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은 입양 가족들에게는 특히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었다. 아동학대 사건이었지만 입양가정의 일이다 보니 입양의 문제로 번지면서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더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언이네처럼 공개입양을 선택하고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없애기에 노력해 온 입양가정들로서는 공든 탑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대통령부터 입양에 대한 편견을 가진 나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했던 입양 관련 발언은 입양 가족들에게는 ‘대못’을 박는 것과 같았다.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라고 말한 대통령의 발언은 대통령조차 입양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입양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입양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도 없이 출생의 비밀로 얽히고설킨 TV 드라마나 뉴스에 등장한 사건사고를 통해 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입양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면 입양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하언이네를 찾은 이유다.
   
   부부 역시 50대가 되도록 입양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부부는 서른 즈음에 결혼을 했다. 첫아이를 유산한 이후 임신이 되지 않았다. 지인들 권유로 인공수정, 시험관 등 갖은 노력을 하면서 아이를 기다렸다. 부부 모두 대안교육에 뜻을 두고 40대 초반에 ‘쉐마학교’를 설립하면서 일이 더 바빠지다 보니 아이에 대한 아쉬움은 접고 지냈다. 8년 전 이사를 하면서 교회를 옮겼다. 교인들이 모두 가족같이 지내는 작은 개척교회로 담임목사 가족 이외에 또 한 가족이 공개입양 가정이었다. 목사는 세 아이를 낳고 막내를 입양했는데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또 다른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뭉클했다. 입양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였다. “왜 미처 입양을 생각 못 했을까?” 안타까웠지만 이미 늦은 나이라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두 집이 합동 작전으로 입양을 권했다.
   
   “나이도 있고 바빠서 자신이 없었어요.”(신)
   
   “사실 두려웠습니다. 입양은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건데 과연 할 수 있을까.”(김)
   
   부부에게 입양은 ‘두려움’ ‘책임감’이 먼저였다. 그러나 건강한 입양의 모델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용기를 냈다. 입양 전 사전 의무교육인 ‘입양부모교육’을 받고 입양기관을 통해 생후 한 달 된 하언이를 품에 안았다. 그 후 한 달 동안 책도 읽고 강의도 들으며 부모 될 준비를 한 끝에 하언이를 집에 데려올 수 있었다. 김씨는 “아이를 안고 집으로 오는데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만난다는 것이 경이로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언이를 데리고 오니 교회 가족들이 집 안 가득 풍선을 매달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 하언이가 왔다. 법적으로 하언이가 가족이 되려면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지만 사전위탁보호제를 활용해 미리 하언이를 데려왔다. 6개월을 더 기다린 후 마침내 법원의 허가가 떨어졌다.
   
   사전위탁보호제는 문 대통령의 문제 발언을 해명하기 위해 청와대가 내세운 이유였다. 청와대 말대로 “아이를 위해 사전위탁보호제를 보완하자는 취지였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발언은 잘못됐다. 문 대통령 발언의 첫 번째 잘못은 ‘정인이 사건’을 아동학대가 아닌 입양의 문제로 봤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전위탁보호제’에 대한 이해조차 못 했다는 것이다. 사전위탁보호제는 2012년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관례적으로 허용된 것이다. 입양특례법의 골자는 법원의 입양 허가를 받도록 바뀐 것이다. 법원에 서류가 접수된 이후 판결이 나기까지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린다. 입양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어릴수록 부모와의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집에 데리고 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입양을 전제로 한 사전위탁보호제를 활용해 법원 판결 전에 아이를 미리 데려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사전위탁보호제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할 뿐더러 아이가 아닌 부모 중심적인 발언이다. 아이가 안 맞아서 바꾸겠다고 하는 사람은 애초에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됐다고 봐야 한다.
   
   “신기하게도 하언이를 처음 품에 안았는데 내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입양 부모들도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친자가 있어도 차이를 못 느낀다고 합니다.” 신씨의 말처럼 많은 입양 부모들은 입양을 결정한 순간부터 마음으로 아이를 품게 된다고 말한다.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공개입양을 할 것이냐, 비밀로 할 것이냐’였다. 모든 입양 부모들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주변 사례를 들어 보니 아이들이 커서 얼떨결에 알게 됐을 때 받는 충격보다 힘든 순간이 있더라도 공개입양이 아이를 위해 더 좋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공개입양의 취지는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알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어떤 쪽이 하언이를 위해 좋은 선택일까 생각했습니다.”(김)
   
   “안 가본 길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합니다. 부모도 그냥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입양가정이든 비입양가정이든 자녀교육은 문제도 해결방법도 같습니다. 입양가정이라고 특별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신)
   
   
   스티브 모리슨, 공개입양 문화를 심다
   
   부부는 입양을 결정하고부터 강의를 쫓아다니고 입양 관련 책을 읽으면서 부모 되기 공부를 많이 했다. 가장 도움을 받은 곳은 한국입양홍보회(Mission to Promote Adoption in Korea·이하 엠펙)였다. 엠펙은 입양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국내 입양을 홍보하는 곳이다. 엠펙 설립에는 영화 같은 이야기가 있다. 엠펙 설립자는 해외 입양아 스티브 모리슨(65)이다. 한국 이름은 최석춘, 강원도 묵호 출생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력에 못 견뎌 집을 나가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다섯 살 때 동생과 함께 거리를 떠돌아야 했다. 동생은 일찍 입양이 되고 다리를 절었던 그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생활하다 14살 때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다. “너를 입양한 것은 내 인생의 축복”이라고 말하는 양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란 그는 미국 우주항공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이 됐다. 쉬쉬하고 꺼리는 한국의 입양 문화를 안타깝게 여기던 그는 1999년 엠펙을 설립하고 공개입양 확산에 나섰다. 두 자녀를 두고 두 명을 입양해 4남매를 키운 그는 지금도 엠펙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에 공개입양 문화를 심은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입양은 창피하고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아름답고 기쁜 것입니다. 입양아를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진정 용감한 부모들입니다. 저는 부모님으로부터 그 값진 교훈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그 사랑을 물려줄 때입니다.”
   
   부부도 스티브 모리슨의 이야기에 감동받고 엠펙을 찾았다. 공개입양이 원칙인 엠펙은 현재 회원 13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탤런트 신애라가 홍보대사이다. 엠펙은 입양 상담부터 입양가정 지원, 부모교육, 자녀 진로교육, 정체성 찾기, 입양 가족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반편견 입양교육이다. 아이들이 학교 가서 놀림받고 왕따당하는 것을 본 엠펙의 1세대 부모들이 입양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003년부터 시작한 반편견 입양교육은 2006년부터는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영란 엠펙 팀장은 “어린이집부터 초·중등, 성인까지 매년 2500여회가 진행된다. 6만여명이 교육을 받는 셈이다. 제주도, 세종시는 지자체 조례안을 만들어 교육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편견 입양교육 강사는 입양 부모들이다. 신씨도 엠펙에서 반편견 입양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엠펙 활동 중 중요한 것은 지역별 자조모임이다. 전국 단위로 지역모임이 있는데 이곳에서 입양 가족은 양육 고민을 나눈다. 정 팀장은 “부모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창구이자 부모로 성장하는 데 자조모임이 큰 역할을 한다. 엠펙을 찾은 부모들은 아이를 잘 키우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자주 모이지 못했다”면서 “정인이 엄마도 지난 2월 모임에 얼굴을 한번 비췄다더라. 만일 모임이 자주 열리고 부모 되기 공부를 했더라면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엠펙을 통해 입양 가족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도 아이들이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부부는 하언이에게 입양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도록 동화책을 활용했다. 책을 좋아하는 하언이에게는 아주 효과적이었다. 글자를 알기 전부터 동화책을 읽어주고 하언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대답해주면서 입양의 의미를 가르쳤다고 한다. 하언이가 ‘초코 엄마 좀 찾아주세요’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펼쳐 놓고 신나게 책 내용을 설명해주더니 말했다.
   
   “저도 커서 아이를 입양할 거예요. 딸 두 명, 아들 두 명 이렇게요. 이름은 재림이로 지을 거예요.” 재림이 무슨 뜻이냐 물으니 “예수님의 재림”이라고 답했다. 누구나 그렇듯 부부도 하언이를 키우면서 어려운 일이 많았다. 말을 안 듣기도 하고 어떻게 키워야 할지 방향을 찾기 어려운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부부는 부모 됨에 대한 책을 읽고 토론을 했다. 부부는 자녀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씨는 하언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고 싶어서 하언이 업고 틈만 나면 공공도서관으로 달려가 책을 빌려 왔다. “배낭에 20권씩 책을 넣고 다녔더니 어깨에 무리가 왔어요. 그걸 보고 남편이 카트를 사다줄 정도로 책에 욕심을 냈어요.”
   
   

   모든 아이에게는 가정이 필요하다
   
   김씨는 퇴근하면 하언이에게 올인했다. 함께 놀이터에 가고 레고 블록을 만들고 그림을 같이 그렸다. 아빠와 친구처럼 잘 노는 하언이는 잠은 아직 엄마랑 잔다. 대신 자기 전 아빠와는 긴 잠자리 의식을 치른다. 손으로, 손가락으로 온갖 하트를 만들어 날리고 “사랑해” “잘 자” 인사를 나누고 뽀뽀까지 해야 끝이 난다고 한다.
   
   신씨는 “부모의 마음을 알고 부모가 될 수 있게 해줘서 하언이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부부는 “한 생명이 왔다는 것은 너무나 귀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부부는 하언이에게 “너는 하나님께서 보낸 선물이고 축복이다”란 말을 자주 해준다고 한다. 하언이가 동생을 원해 둘째를 입양하고 싶었지만 나이가 많아 포기했다고 한다. 하언이는 친구들에 비해 엄마 아빠 나이가 많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은 뒤부터는 “엄마 아빠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게 해달라”는 기도를 매일 드린다고 한다.
   
   공개입양 가정에서 어려운 순간 중 하나는 아이들이 낳아준 부모를 찾을 때다. 사춘기가 되고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한다. 부부는 하언이가 원할 경우 도와주려고 한다. 신씨는 “주변의 사례를 들어 보니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어 친부모를 찾지만 친부모 쪽에서 거절하는 경우도 있고 막상 친부모를 만나면 쿨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부는 정인이 사건으로 입양이 위축될까 걱정했다. 김씨는 “입양은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이냐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모든 아이에게는 건강한 가정과 건강한 교육이 필요하고 그건 우리 사회 모두의 몫이라는 것이다. 정인이 사건처럼 입양가정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입양 관련 법은 강화되고 입양은 위축된다. “2019년 통계를 봐도 친부모 학대가 72.3%, 친인척 27.4%이고 입양 부모는 0.3%입니다. 2018~2019년 아동 사망사건이 70건이었습니다. 그중 입양아는 정인이가 처음이었습니다. 정인이 사건은 입양이 아니라 아동학대의 문제로 접근해 풀어야 합니다. 결혼 전에 부부 교육도 하고 부모 교육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2 정인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김씨의 말이다.
   
   반편견 입양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신씨는 “입양에 대한 편견의 벽은 아직도 너무 높다”고 말했다. 아직도 입양아를 “주워온 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준이다.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입양은 선행의 차원이 아니라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 부부의 생각이다.
   
   모든 아이에게는 가정이 필요하다.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등 다양한 가정 형태가 있는 것처럼 입양도 가정을 이루는 한 형태이다. “우리도 아주 평범한 가정이다.” 부부가 인터뷰를 끝내며 한 말처럼 입양가정을 색안경 끼고 보거나 특별하게 보지 말고 평범하게 바라봐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입양특례법 개정 논란
   입양특례법 강화? “입양을 막는 법이 돼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입양특례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인이 사건’ 이후 민간 기관 중심의 입양제도를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손을 보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양 발언 논란을 진화하느라 청와대가 부랴부랴 내세운 ‘사전위탁보호제’ 발언에 발맞춰 의무화를 위한 입법화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치 입양이 아동학대의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도 문제이고, 입양특례법은 입양이 잘되게 하기 위한 법인데 입양을 막는 법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법 제정의 목적에 맞게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논의를 해야지, 섣부른 법 개정으로 입양이 위축될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입양특례법은 아동 복리 최우선과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로 전면 개정, 2012년 8월 시행된 이후 몇 번의 보완을 거쳤다. 해외 입양아들이 친부모를 찾는 경우 부모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이 개정의 중요한 이유였다. 법 개정의 가장 중요한 골자는 신고제에서 법원의 허가제로 바뀐 것이다. 법원에 입양 허가를 신청할 때 아이의 출생신고서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바뀐 것은 이전에는 양부모 밑으로 바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어 비밀 입양이 가능했다면, 친생부모의 입양 동의와 출생신고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밀 입양이 힘들어진 것이다.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입양은 급격히 감소했다. 2011년 1548명으로 전해 대비 증가했던 국내 입양은 2012년 1125명, 2013년 686명으로 줄었다. 출생신고를 피하려는 미혼모들 때문에 베이비박스가 붐비게 된 것도 이때부터이다.
   
   입양특례법에 따른 입양 절차를 알아보자. 입양을 결심하고 입양 기관을 찾는다. 국내 입양기관은 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와 성가정입양원이 있다. 초기 상담을 거쳐 입양 서류를 접수한다. 입양 부모의 조건으로는 입양아동을 부양하기에 충분한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정신과 기록 여부도 조사하고 약물·알코올 중독 검사도 받아야 한다. 다음은 부모 교육 및 조사를 한다. 이때 가정방문을 2회 하게 돼 있다. 그리고 아이를 추천하고 부모와 아동이 결연되면 법원에 서류를 제출한다. 법원 판결이 떨어지기까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가정법원의 인용심판 확정이 나면 긴 입양 절차가 마무리된다. 그걸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1년간 입양기관이 사후관리를 하게 돼 있다. 파양은 아동학대나 입양아가 패륜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로 이것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는 입양 절차를 민간 입양기관이 맡고 있고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호원에서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입양 절차를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오겠다는 것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법 개정의 방향이다. 입양 절차를 공공이 담당한다고 했을 때 효과적일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영란 한국입양홍보회 팀장도 “입양 관련법은 충분히 강화돼 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사후관리를 잘못한 것이다. 정인이 사건도 아동학대사건 대처를 잘못한 경찰의 문제이지 입양 절차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입양기관에서 10여년 동안 입양을 맡아온 김미경(가명)씨는 “첫 상담부터 입양 절차가 모두 끝나기까지 보통 2년이 걸린다. 가정방문도 하고 통화도 하다 보면 입양가정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그렇게 해도 사고가 생기는데 공공으로 넘어갈 경우 보직이 바뀌는 공무원들이 서류만 보고 관리가 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사전위탁보호제 의무화도 맞벌이 부부에게는 입양을 막는 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법원 판결이 나기 전이라 육아휴직을 못 낸다. 아이를 데려올 형편이 못 돼 입양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발 입양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의 목소리 좀 들었으면 좋겠다.”
   
   “‘정인아, 우리가 바꿀게’가 아니라 ‘정인아, 우리가 키울게’가 돼야 한다.”
   
   “입양 가정은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가족의 한 형태이다.”
   
   입양제도 탓을 하는 정치권을 향해 쏟아진 입양 부모들의 목소리이다. 개정에 나선 정치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들이다.
   

   

   입양 Q&A
   한국입양홍보회가 꼽은 반편견 입양교육을 위한 9가지 질문
   
   Q 입양할 때 입양아동과 입양 부모의 나이에 제한이 있나요? 독신도 입양을 할 수 있나요?
   A 25세 이상의 부부로 입양아동과의 나이 차가 60세 이내, 독신의 경우에는 35세 이상으로 입양아동과의 나이 차가 50세 이내면 된다. 입양아동이 미성년자이면 입양특례법에 따라 입양할 수 있다. 단 어떤 경우이든 법원의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Q 몇 명까지 입양할 수 있나요?
   A 출산을 할 때 나라에서 아이 수를 제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입양아동의 수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다만 가정의 상황에 따라 아동을 경제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안정되게 양육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한 입양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입양기관이나 법원에서 자녀 수에 관련한 제한을 할 수 있다.
   
   Q 입양할 때 돈이 드나요? 혹은 입양하면 돈을 주나요?
   A 2006년 이전에는 입양 진행 비용을 개인이 지불하였는데 2006년 이후부터 입양과 관련한 수수료를 정부가 부담한다. 현재는 매달 15만원씩 입양아동 보육료 지원이 되고 있는데 지역마다 기간과 액수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또한 의료급여 혜택을 받고 심리정서 회복을 위한 치료가 필요할 경우 월 16만원 이내로 지원받는다.
   
   Q 왜 입양을 했나요?
   A 각 가정마다 입양을 하게 된 이유가 다를 것이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가족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부가 많이 고민하고 많은 대화를 한 다음 책임질 수 있다고 판단되었을 때 입양을 하게 된다.
   
   Q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알렸나요?
   A 입양은 가족이 되는 방법 중 한 가지이기 때문에 숨길 이유가 없고, 입양특례법에 의한 입양은 비밀이 될 수 없다. 아동이 성장하면서 입양 사실을 부모로부터 듣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바람직하며 입양이라는 방법을 통해서도 사랑하는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입양 사실을 알고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았나요?
   A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게 어려서부터 입양에 대하여 자연스럽고 편하게 이야기하면 아이는 입양의 의미를 새로 가족을 만난 것으로 이해한다. 다만 입양아동은 친생부모와 이별하는 경험을 했고, 현재의 부모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것을 슬픔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슬픔은 혼자 겪는 것이 아니고 가족이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감정을 나누며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서 잘 이겨낼 수 있다.
   
   Q 입양할 때 다른 가족(부모)이 반대하지는 않았나요?
   A 입양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들이 걱정할 수 있다. 걱정하는 마음을 공감해 드리고 대화를 통해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다. 무엇보다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뒤에는 중요한 일에 대하여 부모님께 말씀드리거나 조언을 구할 수는 있겠으나 결국 모든 결정은 부부가 상의해서 내리는 것이기에 입양을 결정하는 데 가족들의 걱정이나 반대가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Q 입양한 아이를 다시 보내기도 하나요?
   A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가 헤어지거나, 일반가정에서도 출산한 아이를 양육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입양을 했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것을 ‘파양’이라고 한다. 하지만 입양 과정과 마찬가지로 파양도 법원에서 아동의 보호를 위해 심사숙고하여 결정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며 입양도 출산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책임이 중요하므로 입양을 하기 전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Q 입양할 때 자신이 맘에 드는 아이를 선택할 수 있나요?
   A 소중한 생명이 있는 아이는 물건처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입양 전에 입양 부모의 환경, 상황, 바람 등을 입양기관과 충분히 상담한 후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아동의 행복과 안전한 환경이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