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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45호] 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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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마시는 링거·불가사리 제설제… 스타트업 軍으로 가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1 스타스테크의 히트 상품 불가사리 제설제. photo 사단법인 스파크
2 링거워터사의 히트 상품 링티. photo 사단법인 스파크
3 지난해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 참가자들이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온라인 평가를 하고 있다. photo 사단법인 스파크
“군의관님! 날씨가 추워서 수액이 얼어버렸습니다.”
   
   2016년 특전사 군의관 이원철 대위는 야전에서 훈련 중 탈진하는 장병들에 대한 처방용으로 가져간 링거가 추운 날씨로 인해 자주 얼어버리자 고민에 빠졌다. 이내 “장병들이 손쉽게 입으로 마시는 ‘경구용 수액’을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고민과 아이디어가 ‘링티’라는 상품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링거워터가 탄생한 계기가 됐다. 이원철(신촌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이용진(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김성종(한양대병원 내과) 세 명의 현역 군의관이 개발에 돌입했다. 해결책이 바로 ‘마시는 링거’ 링티였다. 링티는 분말형 링거로 기존의 수액 링거에 비해 효율적이고 가격이 싸다.
   
   일반 링거는 의료인이 반드시 필요하고, 투약에 2시간가량 걸린다. 가격도 3만~7만원 선이고 다루기도 불편하다. 반면 링티는 본인 스스로 10초면 섭취할 수 있고, 가격 또한 3000원에 불과하다. 이 제품을 들고 2017년 현역 군인들이 창업 아이디어를 겨루는 ‘국방 스타트업(Start-Up) 챌린지’에 참여해 1등으로 육군참모총장상을 받았다.
   
   2018년 초 링티 제품은 온라인 유통몰 등에 출시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그해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링티 100만포가 판매됐다.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에서 1억5929만원을 모금해 식품 분야 모금액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9년 매출액 137억원을 기록하며 급성장했고 지난해에도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2019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국 850여개 약국에 입점해 있고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판매를 추진 중이다. 제품도 수요자 취향에 맞게 다변화할 계획이다. 이원철 대표는 현역 시절 스타트업을 꿈꾸는 장병들에게 “비용을 아껴라, 단순해야 돈을 번다, 엉뚱한 사람에게 묻지 말고 고객에게 물어봐라, 신뢰를 얻어라, 강소기업을 지향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불가사리 추출성분을 이용한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한 스타스테크(대표 양승찬)도 국방 스타트업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양 대표는 2017년 당시 병사(상병) 신분으로 불가사리 추출물을 이용한 제설제 아이디어를 내 링거워터와 함께 육군참모총장상을 받았다.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3포병여단에서 근무했던 그는 “제설작업을 하던 차량에 녹이 슨 걸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겨울에 눈이 오면 염화칼슘 성분의 제설제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차량 부식, 콘크리트 파손, 가로수 피해, 호흡기 질환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는 불가사리의 특정 추출물이 부식을 억제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해 부식률을 기존 제품에 비해 10분의 1로 낮춘 제설제를 개발했다. 개체수가 급증해 어촌에 피해를 주고 있는 불가사리 처리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불가사리로 인해 발생하는 국내 양식업 피해는 매년 4000여억원에 달한다.
   
   스타스테크는 유력 기관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해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한화투자증권, CKD 창업투자 등으로부터 20억원의 투자 유치를 했고, 퍼스트 펭귄형 창업기업(신용보증기금 최대 20억원) 등 정부지원 사업으로도 선정됐다. 미국·캐나다 등에 해외 상표권을 출원했고, 아마존 협력업체 등록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70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자외선 적용 정수기를 개발한 tAB, 인공지능을 위한 모바일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인 셀렉트스타, 옷 추천하면 돈을 버는 매거진형 인플루언서 커머스인 ‘생각하는 머글들’ 등도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가 배출한 대표적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까지 실제 창업에 성공한 팀은 19개에 달한다.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는 군복무는 시간낭비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장병들에게 기업가정신을 함양하고 청년 창업을 위한 사전 교육과 실질적인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공유하기 위해 2016년 시작됐다. 사단법인 스파크(Spark)가 주도하고 국방부와 육군 등도 참여, 후원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첫해인 2016년 805개팀이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엔 600개팀, 2018년엔 800개팀, 2019년엔 521개팀이 참가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인 940개팀이 대회에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지난해엔 육군·해군·공군·해병대 등 각군 예선 리그가 새로 개최돼 각군의 참여 팀수가 늘어났다. 육군은 군단·사단·여단·대대별 창업경진대회로 확대됐다. 8억8000만원의 예산으로 군 창업동아리 멘토링 프로그램도 새로 만들어 총 2500회, 500개 창업 동아리팀을 목표로 전문가 멘토링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서 선발된 팀들은 범정부 차원의 창업경진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K-스타트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이 돼 7개 부처(교육부·국방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가 참가하는 국내 최대의 범부처 경진대회다. 우승할 경우 대통령상·국무총리상·장관상이 주어진다. 군대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제한된 시간에 준비를 해야 하다 보니 군 출전팀은 민간 부문 다른 팀들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두기에 불리하다. 그럼에도 지난해엔 K-스타트업의 결선에 9개팀이, 최종 결선인 왕중왕전에 2개팀이 각각 진출했다. 왕중왕전에 진출한 팀은 침몰선박위치식별 체계를 고안한 ‘포인트가드’, 3D프린팅 기술과 AR(증강현실) 기술이 결합된 실감형 지형정보 가시화 장치를 개발한 ‘ASMR’ 등이다.
   
   국방 스타트업은 베스트셀러 ‘창업국가’로 널리 알려진 이스라엘군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남녀 모두 2~3년의 의무복무를 해야 하는 이스라엘에서는 군복무를 창업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탈피오트’ 제도는 매년 우수한 이공계 영재를 선발해 군복무 기간 중 과학기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최첨단 군사장비 개발에 이들 인재의 역량을 활용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역한 군인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전역 전 4개월 동안 창업 교육을 적극 실시하기도 한다.
   
   2016년부터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를 주도해온 (사)스파크 민영서 대표는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는 장병들이 기업가정신을 기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자 훈련”이라며 “대대·연대별, 사단~군단급 대회는 각군 창업경진대회,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로 연결돼 장병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꿈을 키우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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