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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새마을운동중앙회장 갈아치운 무서운 실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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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47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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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새마을운동중앙회장 갈아치운 무서운 실세들

▲ 2019년 10월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에서 함께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왼쪽 두 번째). photo 연합
국내 최대 관변단체인 새마을운동중앙회(중앙회) 회장직을 놓고 또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중앙회는 지난 2월 25일 치러진 대의원총회에서 제25기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에 염홍철 전 대전시장을 선출했다. 중앙회장 선거는 대의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긴 하지만 사실상 정부가 낙점한 인사가 당선되는 것이 관례였다. 이번에도 정부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낙점한 염 전 시장이 후보로 단독 등록했고 이변은 없었다. 염 전 시장은 제적 대의원 339명 중 322명이 참여한 온라인투표에서 94.9%(318명)의 찬성표를 받아 회장에 당선됐다. 염 전 시장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었고, 문 대통령의 경희대 동문이기도 하다. 1988년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이후 자유민주연합, 신한국당, 열린우리당, 자유선진당, 더불어민주당 등으로 당적을 옮겨 다니며 총 세 차례 대전시장을 역임했다.
   
   이번 인사는 표면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에서 반복되어온 낙하산 인사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인사 과정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현 정부 주류라고 불리는 세력들이 권력을 운용하는 방식, 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의 진정성, 그리고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정권의 시각 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태에서 드러난 인사 난맥상이 시민사회단체 주변에서도 같은 모양새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정권이 삼고초려해 모셔온 6·3세대
   
   염 전 시장의 당선으로 회장직에서 내려오게 된 인사는 정성헌 회장이다. 정 회장은 춘천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한 1964년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과 이듬해 체결된 한·일협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했다가 투옥된 적이 있는 ‘6·3세대’다. 1970년대 들어서는 농민운동(가톨릭농민회)에 투신했고 이후 민주화운동(6월민주항쟁 전국상임집행위원장·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의 중심에서 활동한 운동권 원로다. 2010년부터 3년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도 지냈다. 운동권으로만 봐도 현재 정권 주류인 586세대보다 훨씬 선배 세대다.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유인태 전 의원 등이 그와 함께 운동을 했던 인사들이다.
   
   행정안전부(행안부) 산하인 새마을운동중앙회는 행안부 측에서 회장 후보를 낙점하면 대의원총회에서 선거를 통해 회장을 추대하는 방식을 따라왔다. 형식이 선출직일 뿐 사실상 정권에서 결정하는 자리다. 복수의 후보가 등록해서 표대결이 벌어진 적도, 정권이 낙점한 후보가 낙선한 적도 전혀 없다. 정 회장 역시 정권이 임명한 인사다. 다만 그가 회장직을 처음부터 순순히 수락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회장이 된 데에는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의 역할이 컸다. 새마을운동이 농촌에서 시작된 대중운동이니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라 대중운동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며 정 회장을 설득했다. 그의 제안을 네 달 동안 거절하다 결국 수락했다.
   
   정 회장은 회장직을 수락한 후 새마을운동을 평소 그가 주장해오던 생명평화운동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3년간 제법 큰 변화가 있었고, 시민사회에서 새마을운동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 중앙회장 임기와 관련해 이야기가 들린 것은 지난해 말이었다. 민주당 그린뉴딜 분과 소속의 한 의원이 경기도 분당의 중앙회 사무실을 찾아와 “(중앙회 회장 관련) 여러 얘기가 들리는데 제가 잘 정리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일했던 인사였다. 정부 측에서 정 회장에게 별다른 언질도 없이 후임자를 임명하려다 이때부터 여러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후 임기에 대해 별 언급이 없다가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한 것은 회장 선거를 약 20일 앞둔 지난 2월 5일이었다. 전임 장관이 삼고초려를 해서 모셔왔던 원로인사의 ‘해고’ 통보는 행안부 국장에 의해 전해졌다. 이날 행정안전부 담당인사인 김모 국장이 찾아와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사람이 있다는 식의 언질을 준 것이다. 김모 국장은 정중했고 말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은 물러나달란 얘기를 우회적으로 한 셈이다. 이틀 전 행안부 실장도 찾아오긴 했었지만 머뭇거리기만 할 뿐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현 행안부 장관이자 586 운동권의 대표주자인 전해철 장관은 선거 당일인 2월 25일, 언론에 염 전 시장의 당선 보도가 나간 이후에야 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하필 20일 전에 갑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해왔을까. 새마을운동중앙회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통보를 하면 반론과 반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이 변화하는 방향에 대해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간이 길어지면 ‘회장이 버텨서 뭐 좀 해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게 된다”고도 했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부랴부랴 경선 준비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정 회장은 부랴부랴 경선을 준비했다. 그는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라며 지난 2월 14일 대의원들에게 보낼 서신까지 작성했다. 다음은 서신의 일부다.
   
   “대의원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제25기 중앙회장 후보로 등록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대의원 총회 예정일(2월 25일)을 20일 앞둔 지난 2월 5일, 저는 저 아닌 다른 사람이 제25기 중앙회장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통보’받았습니다. 6일 동안 깊이 생각하면서 동시에 많은 새마을운동 동료들의 의견을 듣고 나서, 저는 25기 중앙회장 후보로 등록하고 총회에서 대의원 여러분의 판단에 따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제가 심사숙고 끝에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생명살림운동, 생명살림 국민운동을 계속 힘차게 펼쳐 나가 국민 속에 확실히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새마을운동의 최일선에서 애쓰는 회장님, 지도자님, 실무운동가들의 판단은 올해 2021년이야말로 생명살림 국민운동이 중앙회, 지부(시·도) 지회(시군·구) 차원을 넘어 읍·면·동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 회장은 후보 등록조차 하지 못했다. 대의원 3분의 1 이상 추천을 받아야 후보 등록이 가능한데, 관변단체인 새마을운동 60년 역사상 정부가 낙점하지 않은 후보가 복수로 후보에 등록했던 사례가 전무했다. 결국 정 회장은 새마을운동의 변화를 호소해보거나 지난 3년간의 방향에 대해서 대의원들의 동의를 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현재 퇴임을 앞두고 있다. 장관의 삼고초려로 모셔왔던 운동권 대부의 퇴장은 그렇게 쓸쓸하게 이뤄졌다.
   
   새마을운동중앙회 내부는 물론이고 진보적 시민단체 사이에서도 이번 정 회장의 퇴장에 대해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정성헌 회장 취임 전까지 새마을운동중앙회는 관변단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1970년 4월 출범한 중앙회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근면·자조·협동을 기본정신으로 낙후된 한국 사회에 ‘잘살아 보자’는 희망을 설파해왔다. 2013년에는 ‘한강의 기적’을 일군 공동체 운동으로 평가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2000년대 들어 중앙회의 존재감은 크게 위축됐다.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안주하는 바람에 시민사회의 중심에서 멀어졌다는 평을 받았다. 회장 역시 줄곧 정권이 임명한 정치인 출신들이 맡아왔다. 그런 중앙회가 정 회장 취임 후부터 실제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앙회 안팎의 평가다. 앞서 설명했듯이 정 회장은 평생을 시민운동가로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시민사회단체들과 두터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여러 협업도 이뤄졌다.
   
   진보단체 사이에서도 지난 3년간 이뤄진 새마을운동의 변화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새마을운동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정 회장 취임 후 시·군 단위에서 좌우 인사들이 함께하는 강좌나 교육 등이 많이 이뤄지면서 화합의 가능성을 엿보았다”라며 “정 회장이 회장직을 맡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호남 지역의 한 인사는 정 회장의 연임이 무산된 뒤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처음으로 느끼는 실망감입니다. 새마을운동이 지역에서 생명·평화·공경의 기치를 들고 상전벽해하듯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며 중앙회장의 생각과 리더십에 따라 변화되는 조직에 놀란 게 엊그제인데 리더 교체가 웬 말입니까. 정부의 시민사회와 민간조직을 보는 안목이 이 정도인가요.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번 선거에 꼭 당선되시어 생명평화운동이 보다 깊게 자리매김 되길 기원합니다.”
   
   
   후임은 전형적 관료이자 정치인
   
   중앙회 내부에서 이번 회장 교체를 바라보며 아쉽게 느끼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특히 내부에서 아쉬움이 더 큰 것은 지난 3년간 새마을운동의 변화가 그동안 대통령이 주장해온 이른바 ‘그린뉴딜’과 방향을 같이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후임인사가 이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오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후임 염홍철 내정자는 대전시장을 세 번이나 지낸 전형적 관료이자 정치인이다. 그는 선거도 하기 전인 2월 23일 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장님이 하신 생명평화운동을 잘 이어가겠지만 솔직히 농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정세균 총리도 새마을운동의 변화에 대해서 수차례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0월 29일 ‘2019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이 조직 내부의 충분한 합의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생명·평화·공경운동’으로 역사적인 대전환에 나선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라며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이미 ‘유기농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한편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해서 전기·가스·수도 사용량을 20% 가까이 절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에너지 20% 절감에 국민 모두 동참한다면 석탄화력발전소 열다섯 개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새마을운동’의 시작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총리도 지난해 6월 25일 새마을운동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의) 지난 50년이 인간·물질 중심의 ‘잘살기 운동’이었다면 앞으로 50년은 생명·문화 중심의 ‘더불어 살기 운동’으로 일대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100주년 기념식에서 변화와 혁신의 소중한 결실을 나누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한 관계자는 “꼭 정 회장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임이 지난 3년간 새마을운동이 지향해온 생명평화운동의 가치와는 거리가 먼 정치인 출신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대선을 비롯한 중요한 선거가 눈앞에 있기 때문 아니겠냐”며 “아마 (회장님이) 선거 잘 돕겠다는 말만 했어도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사람들이 큰 칼을 든 것이 본질”
   
   이번 인사가 이뤄지는 과정이 최근 불거진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파동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신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검찰 인사 과정에서 박범계 장관으로부터 이른바 ‘패싱’을 당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인사 역시 전해철 행안부 장관의 주도로 후임이 정해지는 과정에서 관련 청와대 수석들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인선은 행안부와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시민사회수석실 등에서 협의해서 결정해왔다. 중앙회 내부에선 “이번 인사 뒤에 대전지역 유력 정치인이 염 전 시장을 밀었단 얘기가 나오고 있고, 이런 과정을 시민사회수석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서 비교적 말을 아꼈다. 그는 2월 23일 주간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후임 회장이 오는데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다만 새마을운동이 두 발로 걷고, 뭔가 해볼 수 있단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이번 인사로 사기가 꺾인 것 같아서 그게 제일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여서 내가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뭐 그것도 어렵게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인사 과정에 대한 불만은 없냐는 질문에 “큰 사람이 큰 칼을 들면 이롭게 쓸 수 있는데, 작은 사람들이 큰 칼을 든 것이 본질”이라며 “586이 보기에는 권력과 가깝게 지내지 않는 내가 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나 중심적으로 생각하면, 걔네들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새마을운동의 전환이) 크게 봤을 땐 문재인 대통령 업적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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