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대구 남구 경북예술고등학교에서 50사단 장병들과 남구청 관계자들이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2월 23일 대구 남구 경북예술고등학교에서 50사단 장병들과 남구청 관계자들이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힘겹게 교문이 열린다. 교육부는 지난 1월 28일 ‘배우며 성장하는 학교 일상의 회복’을 목표로 2021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3월 2일 개학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개학 연기 경험을 교훈 삼아 3월에 학사일정을 정상 시작하고, 법정 기준 수업일수를 준수하며, 수능도 11월 18일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대한민국의 새 학년은 늘 3월에 시작한다. 삼일절 다음 날인 3월 2일에 유·초·중·고·대학교 등 모든 교육기관이 일제히 문을 연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일상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차질을 빚었다. 작년에 대학만 예정대로 3월 2일에 개강했지만 그것도 빈 교실에서의 온라인 개강에 그쳤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및 특수학교는 3월 2일에서 23일로 1차 연기 되었다가 4월 6일로 추가 연기되었다. 그 후 등교와 재택을 번갈아가며 EBS 온라인클래스와 KERIS의 e학습터에 의존하면서 한 해를 보냈다.

삼일절 다음 날 학교 문이 열린다는 상식이 지금처럼 자리 잡은 것은 4·19혁명 이후 민주당 정부가 수립되면서부터다. 자유당 정부 시절에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4월에 개학했다. 그러다 1961년 4월 15일 국무회의에서 각급 학교의 학년 시작일을 3월 1일로 하기로 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제24조 1항에는 ‘①학교의 학년도는 3월 1일부터 시작하여 다음 해 2월 말일까지로 한다’고 되어 있다. 작년에 개학을 연기하면서 9월 학기로의 변경 등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정리했다. 코로나19의 지속성을 예측하면서 법을 지킨 옳은 결정이었다.

어렵게 학교 문이 열리는 것은 기쁘지만 교육종사자 모두 심각하게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학생 맞을 준비가 진짜 충분한가?’ 교육부의 2021년 업무보고에는 원격수업 인프라 확충, 학습안전망 확보, 책임등교 실시, 양방향 수업 및 소통 강화, AI 교육 활성화 등 정부가 제공할 자원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지난 1년 교문을 닫고 수업을 하면서 논란이 커진 ‘격차’에 대한 대책은 빠졌다. 특히 저학년 학생들의 학습 손실로 인한 격차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나 온라인 카페 등이 뜨거웠는데도 전혀 언급이 없다.

오히려 여당이 이에 대해 ‘코로나발(發) 교육공백 복구 로드맵’을 내놓았다. 코로나19로 발생한 학력격차는 기존에 존재하던 학생들의 교육격차(gap) 위에 누적된 학습결손(loss)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모든 계층에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저하되고 있으며, 특히 취약계층의 성취도는 더 많이 저하되고 있다고 밝히며 양질의 원격수업을 제공하고 등교일수를 최대한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학습결손 메울 교육과정 재설계 필요

민주연구원의 이경아 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학력격차 대부분이 기초학력부진학생을 대상으로 추진한 정책을 답습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현 상황이 단순한 학습격차가 아니라 학교 공백으로 인해 학습이 이루어지지 못한 학습결손의 상황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배우지 못한 학업손실을 채워나가는 교육과정의 재설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교육과정 설계가 전 학년 또는 전 학기에 배운 내용에 더해지는 나선형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한번 학습결손이 생기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체되면 학습결손을 만회하려고 노력해도 학습량이 많아서 불가능해진다. 적절한 시기에 학습결손을 만회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은 사교육을 통해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오히려 격차를 늘려가고 있다. 문제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학생들은 학교밖에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학습결손이 보완되지 않으면 부모세대와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나게 된다. 재난이 약자에게 더 가혹한 결과다. ‘꼰대’들의 방식이라고 비난할 게 아니라 보충수업이나 방과후 학교를 편성하여 학습결손을 최소화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학습결손이 발생하여 교육격차가 심해진다는 것은 아는데 얼마나 심각한지는 잘 모른다는 점이다. 결손에 대한 과학적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학습손실이 생겼는지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의사 출신의 보건경제학자인 김현철 교수(홍콩과기대·코넬대)는 보건학과 경제학의 많은 연구결과가 등교제한의 실효가 거의 없음을 설파하며 학교 교육의 사회적 중요성과 등교제한의 비효율성을 전하고 있다. 김 교수는 관련 연구를 하면서 교육격차를 입증할 자료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한탄했다. 민주연구원 측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지난해 11월 부산광역시교육청은 학력저하 및 학력격차 해소방안 마련에 나서겠다며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력 변화’ 경향성 분석을 실시하였다. 부산시내 일반고 24개교를 대상으로 2019학년도와 2020학년도 1학기 영어와 수학에 대한 지필평가 결과를 분석하였다. 영어의 경우 2019년에 비해 학력이 전반적으로 저하하였다. 하위권의 비율이 높아지고 중위권 이상의 비율이 낮아졌다. 수학의 경우 성적 중위권 학생들이 2020학년도에는 성적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이동하여 학력격차가 심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위권 이하의 학력은 저하하였고, 상위권은 오히려 높아졌다.

학습결손에 대한 측정부터 하자

이런 현실을 용기 있게 드러내 보인 곳은 아직까지는 부산뿐이다. 진보신당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김석준 교육감의 결단에 큰 박수를 보낸다. 평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정보의 습득 및 전달이다. 시험 준비를 과하게 시켜서 문제이지 평가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의 인생에 장기적으로 또한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학습결손을 측정하기 위해서 이 부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뭐를 알아야 대책도 나온다.

결국 교사가 나서야 하지만 교사들을 위한 결정적 지원책도 빠져 있다. 사실 교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업무가 늘어나서 방학 때도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제 곧 학생들을 만나 학습결손을 메울 노력도 해야 한다. 그런데 준비가 안 되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습안전망에 대해서는 언급을 했지만 교사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당장 학생들을 교실에서 대면하여 가르쳐야 하는데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에서 제외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는 유·초·중고등학교 교사는 접종의 우선순위에 포함되어 있고, 특정 주에서는 대학교수도 우선 접종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학생들을 가르치라고 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은 개학 직전 거리두기 3단계 전까지는 등교를 3분의 2까지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기왕에 여는 교문을 조금 더 열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모든 교사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힘들다면 매일 출근하는 학년 교사 및 돌봄 종사자에 한해서만이라도 우선 접종을 요청했다. 방역당국에서 학교를 요양병원 정도만큼만 생각해주면 좋겠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일상을 찾고 유지하려면 큰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법대로, 상식대로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교문을 여는 일상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평가와 백신이라는 과학적 노력 말이다. 백신을 만드는 화이자사가 외친다. “Science will win(과학이 승리한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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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권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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