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와 위원들이 4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와 위원들이 4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신도시 투기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1·2기 신도시 조성 때도 1만여명이 넘는 부동산 투기 사범이 적발된 바 있다. 여기엔 공기업 직원은 물론 공무원 등도 다수 포함됐다. 당시 정부는 검찰 합동수사본부를 조직해 사태 수습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최근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조사 주체를 국무총리실로 특정하고 있어 ‘졸속조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LH 직원 10여명이 시세 차익을 노리곤 광명·시흥의 신도시 지구 내 약 7000평(약 2만3000㎡)의 토지를 신도시 선정 전에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변에 따르면, LH 직원들은 2018년 4월부터 작년 6월까지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58억원을 대출받아 배우자 등을 동원해 토지를 매입했다. 광명·시흥 지역이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건 지난 2월 24일이다. 민변과 참여연대 측은 이들 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민변 측은 “지속 접수되고 있는 제보 내용엔 LH 직원 외에도 정치인과 공무원도 언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제기한 이 같은 신도시 투기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9년 노태우 정부가 1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던 당시 개발 대상에 든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개 지역에선 지금과 같은 부동산 투기 정황이 다수 나타났다. 당시 조직된 검찰 합동수사본부는 1990~1991년 부동산 투기 사범 1만3000여명을 적발, 이중 987명을 구속한 바 있다. 여기에 연루된 구속 공직자만 131명이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2기 신도시 조성 때도 마찬가지였다. 신도시 조성지였던 경기 김포, 인천 검단, 평택 고덕, 수원 광교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청권인 아산, 도안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가 들끓었다. 정부는 검찰 합동수사본부를 재조직해 공무원 27명이 투기에 가담한 사실을 적발했다. 여기엔 지금의 LH 직원들처럼 직무상 알게 된 개발 정보를 활용해 땅을 집단으로 매입해 시세 차익을 노린 이들도 있었다.

정부는 이번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진상 조사를 위해 국무총리실 국무1차장을 단장으로 한 합동조사단을 꾸렸는데, 일각에선 ‘졸속조사’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주체가 과거처럼 감사원이나 검찰 등 사정기관이 아닐 뿐더러 수사 대상에서 청와대와 국회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총리실에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도 문제가 있다. 이 조사는 총리실이나 국토부가 아니라 감사원이나 검찰이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고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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