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울산은 떼까마귀 천국이다.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까지 하늘과 땅은 온통 떼까마귀 무리로 까맣게 물든다. 울산 철새홍보관에 따르면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는 겨울철새 떼까마귀(ROOK)는 5만~13만마리에 이른다. 2000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20여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날아온다고 한다.

떼까마귀 무리는 아침이면 먹이터로 날아가고 저녁이면 잠자는 곳으로 반드시 돌아온다. 이들 무리는 같은 장소에서 잠을 자는 습성이 있는데 울산 태화강의 대나무 숲은 까마귀 무리가 안전하게 밤을 보낼 수 있는 잠자리이다. 떼까마귀 무리는 잠자리를 떠나는 시간의 여명과 돌아오는 시간의 황혼에는 화려하면서도 신비로운 군무를 펼친다. 군무는 비오는 날, 흐린 날, 바람 부는 날 등 기상에 따라 형태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사람들은 떼까마귀의 다양한 군무상을 지혜의 비늘로 생각해왔다. 이러한 발상에는 태양을 삼족오로 상징한 한반도 고대인의 사유가 바탕에 깔려 있다. 신라시대 이전부터 학 등 다양한 새들의 서식지였던 울산은 이제 공업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어느덧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자연친화적인 도시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국가정원 지정, 아시아 도시경관상 수상 등이 이를 증명한다. 해마다 날아와 울산 태화강 대숲에 둥지를 트는 떼까마귀는 울산의 진정한 홍보대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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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력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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