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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51호] 2021.03.29

연 예산 2조 ‘국방과학의 요람’ 흔드는 ‘낙하산’ 인사들

▲ 지난해 7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 창설 50주년을 맞아 대전시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현황 보고를 받기 전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총 5개의 연구본부와 국방첨단기술연구원, 연구지원본부 등으로 이뤄져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는 1년 배정 예산이 2조원을 넘는다. 석·박사급 연구원만 2000명, 총 직원은 약 4000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국방 분야의 한 관계자는 “ADD가 1년에 사용하는 예산이 국가정보원 예산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DD에 이렇게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국가 방위에 필요한 무기를 국산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롯이 무기 개발에 집중해야 할 ADD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ADD 감사 내용을 공개하면서 부소장 비위 사항은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주간조선(2650호·방사청의 ‘이상한’ ADD 감사… 현 부소장 ‘허위공문서’ 왜 덮었을까) 보도로 알려진 직후에서야 ADD는 강태원 부소장을 보직해임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2일 ADD는 박종승 연구원을 후임 부소장으로 임명했다.
   
   이번 감사와 박 연구원의 부소장 임명 등의 조치를 두고 본부 간 파워게임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부로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소장이 임명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남세규 현 ADD 소장과 박 부소장이 모두 ADD 내 최대 본부인 1본부 출신이기 때문이다. 반면 강 전 부소장은 전자광학 장비 관련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2본부 출신이다. ADD에서는 현재 500~600명 규모인 1본부 연구원 규모를 최대 1000명까지 늘리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1본부는 정밀타격을 위한 미사일 등 유도무기를 연구개발하는 본부로 ADD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구 본부다. 규모가 큰 만큼 소장직 임명이나 부소장직 승진 등을 두고 본부들 간의 알력다툼도 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아직 강 전 부소장이 완전히 밀린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 그가 ADD 소장이 될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ADD 소장은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받은 후 그중에서 국방부가 최종 3배수로 추린 뒤 청와대에 제청한다. 그러면 청와대에서 한 명을 최종 재가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늦어도 4월 초까지는 나올 예정이다.
   
   이런 본부 간 알력다툼에서 한 단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소장 자리를 둘러싼 고위직 간 파워게임이 자리 잡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남세규 현 소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공모절차를 시작했다. ADD 내부에서는 방사청 차장까지 지내고 퇴임한 강은호 현 방사청장이 ADD 소장직에 지원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 ADD 소장 공모 요건과 절차가 바뀌었다. 소장 공모 조건에 ‘방위사업청 고위공무원급 퇴직자’가 포함된 것이다. 이전까지는 없었던 조건이었다. 누가 봐도 강은호 청장을 염두에 둔 사전정지작업이라고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국방부를 동원해 ADD 소장 지원 공모 요건과 절차를 바꿔준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국회 국방위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 관련 강 청장이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 서주석 안보실 1차장의 지원을 받는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서 실장과 서 차장은 문재인 정권 안보 분야의 핵심 실세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서훈 실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원장을 지낸 정권의 핵심 인물이고, 서 차장 역시 문재인 정부 국방부 1차관을 지내면서 ‘왕차관’으로 불리는 등 정권에서 중용된 실세 중 한 명이다. 현재 두 인물은 모두 청와대 안보실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하지만 ADD가 노조를 중심으로 강 청장의 소장 임명을 격렬히 반대했고, 결국 소장 취임은 무산됐다. 노조가 강 청장의 임명을 반대한 이유는 강 청장이 무기관리 지원 분야와 관련한 행정 공무원일 뿐 국방과학 연구와 관련한 전문성을 지닌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석·박사 학위를 지닌 연구원만 약 2000명에 달하는 전문인력 연구소를 이끌기 위해서는 연구소장 역시 일정 정도의 전문성을 지녀야 한다는 게 내부 기류였다.
   
   
   소장직 놓고 끊임없는 낙하산 논란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강 청장은 ADD 소장이 되는 데 실패했지만 오히려 상급기관의 수장인 방사청장으로 깜짝 영전을 했다. 그리고 취임 바로 다음 달인 지난 1월부터 ADD를 상대로 감사를 한 것이다. 물론 방사청은 보도자료를 내 “보복감사라는 관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일부 비리 혐의자들이 있어 감사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사청의 이번 감사에서 특히 부각된 사람 중 한 명이 강태원 ADD 부소장이다. 강 부소장은 강 청장과 함께 ADD 공모에서 최종 3명 후보에 올랐던 인물이다. 방사청은 감사 결과 강 부소장이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집행하고, 전용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허위공문서를 작성 및 행사했으며 의무근무일 499일 중 228일을 국내외 출장으로 부재하는 등 부적절하게 복무했다고 밝혔다. 강 부소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간조선의 보도 직후 보직해임됐다.
   
   특이한 점은 보직해임된 강태원 전 부소장 역시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강 전 부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영관급 이상 예비역들의 문재인 후보 지지 캠프인 국방안보포럼 출신이다. ADD에서 10여년 근무했지만 예비역 공군대령 출신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ADD에 합류했다. 다만 ADD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강 전 부소장이 강은호 청장과는 달리 정권 핵심과 맞닿아 있는 인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국방 분야의 한 소식통은 “강 전 부소장은 ADD 내에서는 강금원 사촌이라는 유명세로 실권을 차지했는데, 외부까지는 그렇게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최종 후보에 올랐던 강은호 방사청장이 영전했으면 강 전 부소장이 소장에 오를 가능성이 컸지만, 오히려 보복감사 논란에 휩싸이며 중도하차한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강 전 소장 역시 최종 3배수 내에 든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가 새 소장직에 오를 가능성 역시 아직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ADD 소장직을 두고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연구원들의 사기가 갈수록 약화된다는 관측도 있다. ADD 소장직을 두고 현재 거명되는 인물들이 대부분 국방과학 분야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전임 남세규 소장은 ADD 내에서 미사일 전문가로 유명했는데, 전임 김인호 소장의 임기가 끝난 지 7개월 뒤에야 임명됐다. 당시에도 정권과 가까운 ‘낙하산 인사’가 임명될 수 있다는 논란이 퍼지면서 공석인 기간이 길어졌다. 한 관계자는 “ADD 소장은 전문성이 중요한데 낙하산 인사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에 연구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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