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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51호] 2021.03.29

한 지붕 두 사장, 공기업 LX에 무슨 일이?

곽승한  기자 seunghan@chosun.com 2021-03-29 오후 1:00:22

▲ 지난해 해임됐던 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LX) 19대 사장이 지난 3월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국토정보공사 서울지역본부로 출근하고 있다. ‘부하직원 갑질 논란’ 등을 이유로 해임됐던 최 사장은 해임 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승소해 최근 LX에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photo 연합
“지난 1년여 소송을 진행하며 건강이 악화됐다. 눈이 아파 병원에 가보니 시신경에 문제가 생겼다며 앞으로 절대 운전은 하지 말라고 했다.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현재 사장이 두 명이다. 지난 2월 26일 서울행정법원은 19대 최창학(61) 사장이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최 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가 위법했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그는 사장직에 복귀하게 됐다.(2020년 7월 20일 주간조선 2617호 ‘전직 공기업 사장은 왜 대통령에게 소송을 걸었나’ 참조) 최 사장은 지난 3월 22일부터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LX는 20대 김정렬 사장과 19대 최창학 사장이 동시에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 지붕 두 사장’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24일 서울 강남구의 LX 서울지역본부에서 만난 최 사장은 평소 접견실로 쓰이던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사장에게는 관용차와 운전기사가 제공되지만, 그는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공사에서 관용차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출근하기 시작한 이후 서울지역본부 직원이 “남는 차가 한 대 있으니 출근할 때 자택으로 보내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최 사장은 2018년 7월 사장직에 임명, 지난해 4월 해임됐다. 임기를 1년3개월여 남긴 시점이었다. 당시 국토부는 최 사장에게 해임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5분 뒤 해임에 관한 전자문서가 전송될 것”이라는 국토부 국장의 전화 한 통이 해고 통보의 전부였다.
   
   국토부는 자체 감사 결과 최 사장이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회사에 나와 운동을 하는 과정이 수행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이라고 판단했다. 또 LX가 추진한 드론교육센터 후보지를 두고 경상북도와 업무협약을 맺은 점 등을 징계 사유로 들어 해임을 건의했다. LX의 본사는 전주에 있는데, 최 사장이 자신의 고향인 경북 지역에 드론교육센터를 추진하려 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를 두고 당시 전북 지역 언론에서는 최 사장이 지역 민심을 배반했다는 식의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 사장에게는 여전히 ‘갑질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주간조선이 확인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원고(최 사장)를 자택에서부터 공사 사옥까지 수행하는 것은 운전기사의 공식적인 업무에 해당”한다며 “운전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동의를 받아 함께 아침 운동을 하기로 하고 주 1~2회 정도 일찍 출근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드론교육센터 후보지와 관련해서도 1심 재판부는 “경상북도와 체결한 업무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에 불과한 것”이라며 “조건에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협조하겠다는 원론적 내용일 뿐”이라고 했다. 이는 최 사장의 주장을 사실상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최 사장이 ‘갑질 논란’으로 해임된 데에는 LX 전임 상임감사인 류근태씨와의 불화가 원인이라는 것이 LX 안팎의 시선이다. 류 전 감사는 공사와 관련한 경력이 전무하지만 2018년 4월 상임감사직에 임명됐다. 류 전 감사는 주로 전주 지역 정치권에서 활동해온 인물로, 여권에 걸쳐 있는 인맥 덕에 상임감사직에 임명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류 전 감사는 이상직 의원,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과는 각각 고등학교(전주고)와 대학 동문이다. 류 전 감사는 감사 재직 당시 인사 전횡과 허위 예산 편성, 사적 관계가 있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나 해임됐다. 이 과정에서 최 사장과 갈등을 빚었고 이후 최 사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반의 감찰, 국토부의 감사가 시작됐다.
   
   당시 감사원은 류 전 감사가 ‘△특정인에 대한 승진을 요구하는 등 인사에 광범위하게 개입했고 △일상감사 권한을 이용하여 허위 예산 편성을 요구하고 이를 집행하도록 부당한 요구를 했으며 △자신과 관련된 특정 단체 등에 기부금 집행을 요구하고 △사적으로 알고 있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하는 등’의 부당한 개입을 했다고 밝혔다. 이 중 ‘허위 예산 편성 요구’의 건이 바로 LX의 드론교육센터 건립이다.
   
   결과적으로 ‘낙하산 감사와의 갈등→지역 언론 등의 일방적 음해→해임’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최 사장의 주장이다. 최 사장은 지난 3월 21일 입장문을 통해 “해임은 지역의 부패한 정치 패거리들의 교활한 정치적 모략이며, 학연과 지연을 기반으로 이들이 공모를 한 것으로서 더 구체적인 것은 검찰 수사를 통하여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류 전 상임감사가 청와대와 국회 인맥 등을 동원해 자신을 해임하도록 사주했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무리한 해임이 부른 사태
   
   1심 재판부 역시 국토부가 최 사장에게 사전 통지·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으며 해임 처분의 근거도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했다. 갑질 논란 등에 관한 내용을 다룰 필요도 없이 해임 절차 자체가 위법했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소송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은 지난 3월 12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LX는 ‘두 사장’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현재 LX는 자체적으로 권고안을 마련해 최 사장이 무리하게 해임됐다는 사실을 정부가 인정하고, 최 사장은 이를 받아들여 스스로 물러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 사장은 “임기를 끝까지 지킴으로써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입장이다. LX의 고위관계자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상황”이라며 “애초에 본인을 설득해 사표를 쓰게 했거나 정식 이사회를 통해 해임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의 무리한 해임 처분이 결국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의 근거가 됐다는 것이다.
   
   LX는 여당 출신 인사를 감사 및 자회사 사장으로 앉혀 낙하산 논란이 여러 차례 불거졌던 곳이다. 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자회사를 설립해 기존의 비정규직 직원을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했는데, 여기에 정권 언저리 인물들을 앉혀 논란이 됐다. LX는 2018년 관리 용역 자회사인 LX파트너스에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내고 서울 송파구에서 국회의원과 구청장 선거 등에 출마한 성기청씨를 대표로 임명했다. 자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난 성씨는 현재 LX의 상임감사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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