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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52호] 2021.04.05

국방부 땅 무단 점거 불법 육견 경매 논란

▲ 경기도 파주시 검산동에 위치한 육견 경매장 내부 모습.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국방부 소유의 부지에서 대규모 육견 경매가 수년째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경매장은 국방부 토지를 무단 점유한 후 건축법·토지법·가축분뇨법 등을 위반한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토지소유주인 국방부에서는 미미한 수준의 벌금만 부과하고 있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종의 육견 매매 ‘플랫폼’ 역할
   
   식용으로 사고파는 육견 경매장이 있는 곳은 경기도 파주시 검산동의 군부대 훈련장 인근이다. 주변엔 민간인 출입을 금하는 내용의 경고 푯말과 바리케이드, 군용차량만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민간인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이 지역에 ‘개’ 짖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건 2019년 5월 군 훈련장들 사이로 짙은 초록색 건물의 육견 경매장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이 경매장은 얼핏 보기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현재까지 위반한 관계법만 수 개에 이른다. 관할 관공서 사이에선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해당 경매장은 여느 때처럼 경매를 준비하는 직원들로 분주했다. 출입은 허가받은 회원들만 가능해 직접 내부를 들여다볼 순 없었지만, 얼핏 보기에도 여러 마리가 뜬장에 갇힌 채 늘어져 있었다. 일부 육견들은 들것 위에 서로 뒤엉킨 채 운반되기도 했다. 경매장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사육하는 건 없다”며 “개를 판매하러 오는 사람과 개를 사러 오는 사람이 모여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곳 육견 경매는 매주 월·수·금 낮 12시에 시작된다. 이 때문에 오전 11시면 비어 있는 뜬장을 싣고 경매장으로 향하는 트럭이 적지 않다. 이 중엔 번호판을 가린 차량들도 상당수다. 올 초까지만 해도 경매는 화·목·토 오후 1시30분에 이뤄졌으나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요일과 시간을 바꿨다. 이곳에 모이는 개장수들은 하루 평균 50여명에 이른다.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이들이 사고파는 개들은 많을 땐 500~600마리나 된다”라고 말했다.
   
   육견은 한 마리당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40만~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육견 장수 말에 따르면 큰 개 30마리는 1000만원에 매매되기도 한다. 경매장 운영진이 여기서 벌어들이는 수수료는 6%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이곳 운영진은 육견 상인들이 참여한 카톡방에 다음과 같이 공지하기도 했다.
   
   “경매 절차는 판매자 입장에선 경매 당일 월·수·금 경매시각 1시30분 전까지 입고를 해주시면 근량 기준과 육질 기준을 통해 경매가 진행됩니다. 진행 후 경매가격의 6프로 수수료를 제외하고 판매자분께 드리거나 혹은 입금됩니다.” 운영진은 직접 현장을 방문하지 못한 고객에겐 10만원을 추가로 받고 대신 육견 운반을 돕기도 했다. 현재도 이와 비슷한 운영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육견 거래가 대규모로 이뤄지다 보니 인근 주민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경매장과 인접하고 있는 한 제지회사 관계자는 “아침 7시에 출근하면 개똥 냄새는 물론 그을린 냄새까지 난다. 실개천 주변에 더러운 물이 고여 있기도 하다. 과거엔 옆 회사가 신고하겠다고 하니 (경매장 주인이) 불을 지르겠다며 협박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 경매장은 각종 법을 위반하고 있다 보니 관할 관공서로부터 여러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국방부 소유 부지에서 경매장을 운영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다. 경매장은 약 991㎡(300평)에 이르는데 이 중 297㎡(89평)가 국방부 소유다. 국방부 측은 2019년 일부 축사 등 시설물 철거를 지시, 2020년 1월 760여만원의 변상금까지 부과했다. 올 3월엔 198만6500원의 추가 변상금 부과 후 원상복구 및 반환을 요청했다. 오는 4월 15일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방부가 현재까지 부과한 변상금은 경매업자 수익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영업을 시작한 지 2년이 다 돼가도록 변상금 부과 외에는 별다른 조치도 없었다. 동물보호단체는 국방부가 향후에도 형식적 수준의 대응만 이어갈 거라 내다보고 있다. 경매장 운영진은 지난해 부과받은 변상금도 아직 다 납부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이 점유한 여타 부지는 농지로, 건축허가를 받거나 지목변경 등의 절차는 없었다. 김나미 세이브코리언독스 대표는 “비농업인이 농지를 사서 투기를 벌여 문제가 된 LH 직원들의 수법과 동일하다”라고 지적했다. 파주시청은 건축법·농지법·가축분뇨법·축산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한 후 국방부 측과 현재까지도 대안을 논의하는 상황이다.
   
   
▲ 경매장을 출입하는 트럭을 향해 항의하고 있는 동물보호활동가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제재 근거 모호
   
   유관기관에선 이들 영업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개는 축산법의 적용을 받아 가축으로 취급하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선 가축으로 다루지 않는다. 위생관리법은 가축의 사육·도살·처리와 축산물의 가공·유통 등과 관련한 내용을 규정한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개가 위생관리법 적용을 받지 않다 보니 개 판매와 관련한 제재 근거가 없다”며 “육견 판매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라고 말했다.
   
   개는 식품위생법상 식품 기준을 수록한 식품공전에서도 다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는 제재할 수 있어도, 경매장 유통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 제재는 어렵다는 것이 채 팀장의 설명이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그렇다고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제재하는 데에도 무리가 있다. 학대 정황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국회가 입법 정비를 하거나 땅 소유주인 국방부에서 책임 있게 정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곳 경매장 운영진의 이 같은 영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일패동 그린벨트에선 이보다 더 큰 2100㎡(635평) 규모의 육견 경매장을 운영하다 각종 관계법 위반으로 지자체로부터 행정조치를 받은 일도 있었다. 김 대표는 “남양주 경매장과 함께 운영을 해왔거나, 남양주 경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이곳을 새롭게 인수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확실한 건 남양주 쪽 경매장이 망하면서 파주시 검산동 경매장 운영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남양주시에 위치했던 육견 경매장 철거는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올 1월 직접 폐쇄 조치를 내리고 나서야 이뤄졌다. 해당 경매장은 10년 넘게 운영됐었다.
   
   현재 동물보호단체는 경매가 이뤄지는 매주 월·수·금마다 파주시 육견 경매장 앞에서 ‘최종환 파주시장 각성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경매장 운영진, 출입 상인들 간 몸싸움도 적지 않다. 경매장 관계자는 “개 판매가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우리도 먹고살려고 영업하는 거다. 국방부에 변상금도 납부했다. 동물보호단체의 이 같은 반대는 영업방해다. 우리도 모욕죄 등으로 고발 조치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경매장 입구에 동물보호단체를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맞불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동물단체는 우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동물보호보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하라’ ‘앵벌이 동물단체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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