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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52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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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의 현장일지]‘특금법’ 시행은 암호화폐 제도화의 신호탄?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 지난 1월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 현황표가 표시되어 있다. photo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지난 3월 25일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시행되었다. 개정 특금법은 가상화폐, 암호화폐 등을 가상자산으로 정의하고, 가상자산을 취급하려는 자에게 신고의무, 자금세탁방지의무 등을 부과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가히 암호화폐 제도화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발언을 한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엄청난 변화가 있는 셈이다. 그동안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과 같은 암호화폐의 경우, 제대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명칭 또한 가상화폐, 가상자산, 암호화폐, 디지털자산 등 다양하게 불려왔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250조원을 넘고 있음에도 암호화폐는 실체가 없는 것, 무가치한 것,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파동 때의 튤립, 어린 친구들이나 하는 것, 사기나 범죄의 수단 등 무가치하거나 사회적으로 지양해야 할 것으로 여전히 취급받고 있다.
   
   
   제대로 된 법적 규율 없이 3년 방치
   
   2017년 비트코인 폭등 이후, 정부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실체를 인정하고 직접적으로 규제, 규율하기보다는, 그 존재를 외면하면서 간접적으로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을 통해 압박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시장을 방치하면서 말려 죽이는 전략을 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2018년 정부가 발표한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에 이러한 전략이 여실히 드러난다. 동 가이드라인은 은행으로 하여금 가상통화 취급업소(암호화폐거래소 등)의 계좌에 대해 강화된 고객 확인 및 모니터링 등을 시행하도록 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은행에 제재 조치가 가해지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서 자발적으로 가상통화 취급업소와 금융거래하는 것을 꺼리도록 만든 것이다. 그 결과 4대 대형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를 제외하고는 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발급받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졌고, 암호화폐 관련 업체들은 법인 계좌조차 쉽게 만들 수 없게 되었다. 이외에도 개인이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해외 송금을 하거나, 해외에 투자를 하는 것도 사실상 금지되었다.
   
   사전 예방적 규제가 필요함에도 정부는 시장을 방치하였고 그 결과 암호화폐와 관련한 수많은 범죄에 국민들이 노출되었다.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규제로 인하여 암호화폐, 블록체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수많은 벤처, 스타트업, 청년 기업인 등은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국산 코인들도 막상 실체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해외 소재 재단, 기업 등에서 발행한 것들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에 수많은 자금이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자금 모집 수단 중의 하나로 본다면, 한국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에 비해 자금 모집의 방법과 수단에 있어 간접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2017년 9월 발표된 ICO 전면금지 방침이 있는데, 막상 정부가 발표한 이러한 방침에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법 조항을 근거로 ICO를 전면금지하는지, 그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대답은 2017년에는 물론 현재에도 내놓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위험성만 강조하며 시장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양성화 규제를 하여 사기성 범죄로 인한 국민 피해를 줄이면서 동시에 유망한 기업들에는 선별적으로 지원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 우리 정부는 그러하지 못했다. 아마 2~3달간 불장난이 끝나면 암호화폐 시장이 잠잠해질 것이라 예상했을 것인데,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암호화폐 시장은 이제 수천조원의 견고한 디지털자산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가상자산 취급하려면 신고 필요
   
   그런데 돌연 정부가 태도를 바꾸어 암호화폐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금법이 도입된 주된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요청이 있다. G20 정상회의와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등의 국제기구에서는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를 위한 국제기준을 제정하고 회원국들에 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해왔다. 실제 가상자산 거래는 익명성이 높아 자금세탁 및 공중협박자금조달의 위험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서도 자금세탁행위 및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의 효율적 방지를 위한 의무를 부과하고, 금융회사 등이 가상자산사업자와 금융거래를 수행할 때 준수할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서 특금법을 개정했다.
   
   개정 특금법에는 여러 내용이 담겨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신고의무와 관련한 내용이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제 ‘상호 및 대표자의 성명, 사업장의 소재지, 연락처 등’을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만약 신고하지 아니하고 영업을 한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상호, 대표자의 성명 등을 신고하는 것은 별 대수롭지 않은 행위로 보이는데 이것이 왜 중요한 내용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자에 대해서는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 특금법 제7조 제3항에서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을 획득하지 못한 자,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통하여 금융거래 등을 하지 아니하는 자 등에 대해서는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바로 이 조항 때문에 많은 거래소가 ISMS 인증, 은행의 가상계좌 발급을 받기 위해 분주한 것이다.
   
   코인판 등 여러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살펴보다 보면, 암호화폐거래소만 특금법의 규율 대상이 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암호화폐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가 아닌 이상 별다른 신고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막상 법 규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개정 특금법에서 말하는 가상자산사업자는 아래의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의미한다.
   
   ‘1)가상자산을 매도, 매수하는 행위, 2)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행위, 3)가상자산을 이전하는 행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4)가상자산을 보관 또는 관리하는 행위, 1) 및 2)의 행위를 중개·알선하거나 대행하는 행위, 6)그 밖에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위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암호화폐거래소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지갑 관련 업체, 수탁 업체 등도 규율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거래소가 아닌 기업들도 특금법상 신고 대상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별 생각 없이 무시하고 있다면 6개월 뒤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당장 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개정 특금법 부칙 제5조에 의하면 가상자산사업자는 법 시행일(3월 25일)부터 6개월 이내에 요건을 갖추어 신고를 하여야 한다. 즉 오는 9월까지 요건을 맞추어 신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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