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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3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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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낙하산’ 고질병 도진 KAI 2년 성적표 보니

배용진  기자 max@chosun.com 2021-04-13 오후 5:29:36

▲ 2019년 10월 14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2019(서울 ADEX 2019)’ 행사에 한국형 차세대 KF-X 전투기 실물 크기 모형이 전시돼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올해 KF-X 시제기를 완성하고 2026년까지 개발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photo 조선일보
우리 국방 분야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KF-X(Korean Fighter eXperimental) 시제기가 출고되면서 그간 KF-X 개발을 주도해온 한국항공우주(KAI)의 고질적 문제인 ‘낙하산’ 경영진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임 김조원 사장 때 낙하산 논란에 시달린 KAI는 최근에도 외부 출신 인사들을 주요 임원으로 임명하면서 “아직까지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9일 오후 2시30분 국방부와 KAI는 경남 사천시 KAI에서 시제기 출고식을 치렀다. ‘창군 이래 최대 국방력 강화사업’으로 불리는 KF-X는 4.5세대 전투기를 우리 자체 기술로 만드는 사업으로, 개발에만 약 8조80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국방부와 KAI가 개발을 주도해온 KF-X는 인도네시아와의 국제 공조로 개발되는 글로벌 공조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낸 KAI에서 낙하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회사 경영의 양대 축인 CSO(최고전략책임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가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KAI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KAI는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두 분야 최고책임자를 금융권 출신 등 모두 외부 인사들로 교체했다. CSO는 회사의 장기 비전과 전략을, CFO는 회사의 재무 분야를 통솔하는 고위 임원이다. 2019년 9월 취임한 안현호 현 KAI 사장은 이명박 정부 때 지식경제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을 지냈고 이후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을 지낸 고위 관료 출신이다.
   
   
   KF-X 주도 KAI
   
   이처럼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임원들이 외부 인사로 채워지면서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KAI의 한 관계자는 “회사 사정은 내부 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데 회사 경영의 양대 축을 다 낙하산을 데려와서 박아넣는 게 말이 되는지 싶다”라며 “저러다 정권 바뀌면 또 교체될 게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KAI를 두고 낙하산 경영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는 전임 김조원 사장 때도 KAI가 낙하산 논란의 중심에 선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말 취임한 김 전 사장은 KAI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경영혁신위원회를 만들었고, 여기에서 자체 경영 혁신안을 수립했다. 여기에는 대표이사가 기존까지 맡아오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 넘기는 안 등이 담겼었다.
   
   감사원에서 사무총장을 지내다 방산업계로 자리를 잠시 옮겼던 김 전 사장은 KAI 사장으로 선임된 뒤 회사의 주력 사업에 치중하기보다는 오히려 내부 직원들을 단속하고 규제하는 데 힘을 쏟아부으면서 내부 직원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김 전 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자체 쇄신안을 마련한 데는 전임 하성용 사장이 분식회계와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점이 영향을 줬다. KAI 내부 출신인 하 전 사장은 1심에서 채용비리 등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면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았다. 하 전 사장은 지난해 퇴직금 30억원을 지급해달라고 KAI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뒷말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사장 재임 당시 KAI는 주요 경영 성과 측면에서 크게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8년 9월 당시 방산업계의 최대 현안이었던 미국 APT(Advanced Pilot Training·고등훈련기) 수출사업에서 탈락하면서 KAI의 주가가 급락했다. 당시 KAI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이뤄 APT 교체사업에 입찰하면서 한때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지만, 미국의 보잉과 스웨덴 사브 컨소시엄에 밀려 탈락했다. 이 프로젝트는 당시 환율로 17조원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인 데다 수주 시 미 해군용 훈련기 사업과 제3국 훈련기 수출사업 등 100조원에 달하는 사업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은 수주 탈락으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 코스피 상장사인 KAI의 주가는 탈락 소식이 발표된 뒤 첫 거래일에 25.7% 폭락했다.
   
   
   완제기 수출 가뭄 시달리는 KAI
   
   ‘낙하산 경영진’으로 인해 촉발된 KAI의 어려움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조원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영전하면서 KAI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KAI는 지속적인 완제기 수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KAI는 2020년과 2021년에는 아예 완제기 수출 잔고가 없다.
   
   완제기 수출사업은 KAI 경영실적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국방과 무기 관련 분야에 주력하는 방산기업이라는 특성상 KAI는 핵심 사업인 국내 군수사업 부문에서 영업이익을 보기가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KAI가 꾸준히 이익을 내는 사업부문은 기체 제조 등 민항기와 관련된 민수사업을 제외하면 완제기 수출이 거의 유일하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KAI가 이처럼 완제기 수출 가뭄에 시달리는 것은 최근 2~3년 내 시작된 일이다. KAI는 2001년 인도네시아에 국산 훈련기인 KT-1을 처음 수출한 뒤 완제기 시장에서 해외 판로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2011년 인도네시아(KT-1), 2012년 페루(KT-1), 2013년 이라크(T-50), 2014년 필리핀(FA-50), 2015년 태국(T-50), 2016년 세네갈(KT-1), 2017년 태국(T-50), 2018년 인도네시아(KT-1) 등 8년 연속 해외에서 완제기 수주를 따냈다. 하지만 현재는 완제기 수출 잔고가 아예 제로인 상황이다. 2019년 9월 취임한 안현호 현 사장 역시 지난 4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완제기 수출 잔고 확대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물론 ‘낙하산 인사’가 KAI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대주주인 공공기관의 경우 대부분 사장 자리에 해당 정권과 밀접한 인사가 임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KAI의 경우 우리 국방 분야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업이고, 안보와 직결되는 특성상 사장과 임원진이 매번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분명한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KAI의 한 관계자는 “낙하산 논란은 사실 정권보다도 KAI에서 매번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라며 “전략의 일관성도 없고, 임원도 그때그때 사장 비위 맞추기에 바쁘다. 회사가 장기적인 비전을 도저히 유지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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