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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3호] 2021.04.12

월성1호기 수사 이대로 덮으려고?

배용진  기자 max@chosun.com 2021-04-14 오후 1:03:52

▲ 지난 2월 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전 유성구 대전교도소를 나서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photo 신현종 조선일보 기자
검찰이 수사하는 현 정권의 대표적인 의혹 중 하나는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여부다. 작년 10월부터 대전지검이 맡아온 이 수사는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인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두 명이 얼마 전 보석으로 석방되면서 일각에서는 사건 자체가 덮이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1일 대전지법 형사11부는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산업부 문모 전 국장과 김모 전 서기관에 대한 보석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110일 넘게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들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재판에서 “지난해 12월 구속 이후 이 사건 조사는 거의 받지 않은 채 백운규 전 장관의 직권남용과 관련한 별건 조사만 이어지고 있다”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월성1호기와 관련한 내부 자료 444개를 삭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월성1호기 수사의 핵심 피의자인 두 공무원이 석방된 데 대해 대전지검의 수사 진행 상황을 잘 아는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건이 덮이는 수순으로 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대전지검의 이두봉 검사장도 강단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어쩔 수가 없는 것”이라며 “검찰도 살려면 큰 정치적인 고려를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대전지검의 월성1호기 관련 수사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근거가 된 경제성 검토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18년 6월 15일 이사회를 통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했는데, 이를 위해 산업부가 경제성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이다. 이 같은 내용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졌고, 앞서 언급한 두 공무원은 관련 자료 삭제를 통해 조직적으로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결국 권력 교체되어야 사실 드러날 것”
   
   구속됐던 두 공무원은 산업부 내에서 백운규 전 장관의 최측근 인사로 불렸다고 한다. 문모 국장의 경우 백 전 장관과 함께 양재천을 산책할 정도로 사이가 각별해 ‘양재천 국장’으로 불려왔고, 함께 구속된 김모 서기관은 444건의 자료를 직접 삭제한 인물로 드러났다. 감사원과 검찰이 그에게 ‘감사원 감사 전에 어떻게 알고 자료를 삭제한 것이냐’고 추궁하자, “윗선은 없다. 나도 내가 신내림을 받은 줄 알았다”고 진술해 주목받은 사람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인 탈원전 정책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해 법원이 본질적으로 의구심을 지닌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탈원전 정책은 문 정부의 대선 공약인데, 공약 사항을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에 대해 법원이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2월 대전지검이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을 때도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었다. 당시 대전지법은 “백 전 장관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여 피의자에게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두 공무원까지 석방되면서 검찰 수사도 더 이상 탄력을 받기가 어렵게 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더 이상 정권을 향한 수사의 방패막이 되어줄 만한 고위급 검찰 인사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월성1호기와 관련한 사실이 완전히 드러나려면 결국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 다시 말해 권력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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