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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55호] 2021.04.26

‘후쿠시마 오염수’ 직격탄 노량진 수산시장의 비명

조윤정  기자 wastrada0721@chosun.com 2021-04-27 오후 5:01:12

▲ 지난 4월 21일 오후 노량진 수산시장. 저녁때를 앞둔 시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기자님 여기서 밥벌이해 보실래요? 죽을 것 같아요, 진짜.”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남2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상인들의 눈길이 확 쏠렸다. 건물 벽 곳곳에 ‘호객 행위 금지’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상인들은 “가격이라도 물어보라”며 말을 붙였다. 1층에서 활어를 판매하는 상인 박모씨는 취재하러 왔다고 하자 “요 며칠은 정말 죽고 싶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지 3일 후인 이날 오후, 노량진 수산시장은 상인들만 북적일 뿐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상인들은 혹시 올지 모를 손님들을 맞기 위해 분주하게 수조를 닦고 밀대로 질척질척한 바닥의 물기를 닦아냈다. 2층 ‘모자상회’ 주인 서모씨는 “30분에 한 번은 꼭 바닥을 민다. 손님들 신발이 젖으면 안 된다”며 분주하게 바닥을 청소했다. 그러나 수조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상인도 눈에 띄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노량진 수산시장은 요즘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태는 1927년 서울역 부근에 문을 연 ‘경성수산’. 이후 상인들이 서울역을 떠나 노량진에 하나둘 모여들면서 노량진 수산시장은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그러나 2015년 수협 소유의 현대식 건물이 완공된 이후로는 상인들과 수협의 갈등이 계속 터져 나왔다. 옛 시장에서 장사하던 상인들이 임대료, 점포 넓이 등의 조건을 문제 삼아 신시장으로의 입주를 거부하며 노량진역 일대에서 시위를 벌여 왔다. 그런데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코로나19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등 악재가 연달아 터진 것이다. 안정적으로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손님이 급감하자 상인들은 “역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신음하고 있다.
   
   상인들은 “작년에는 코로나19로 고생했는데 올해는 방사능이 괴롭히고 있다”고 했다. 이날 입구에서 500m쯤 떨어진 곳에서 활어를 팔던 40대 상인 김모씨에게 “오늘 손님이 몇 명 왔느냐”고 묻자 불편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오늘? 3명 왔어요, 3명. 작년보다 손님이 더 안 와.” 옆에서 장사하던 상인은 말을 거들며 “일본에서 (오염수를 방류)해도 2년 후에나 한다는데 벌써 이렇게 손님이 없으면 어떡하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13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라도 정화 처리를 해서 바닷물로 희석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실제 방류까지는 2년이 걸릴 예정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은 속수무책으로 퍼지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도 ‘일본산’이라고 적힌 팻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크기가 큰 참가리비나 참돔, 줄돔 등 도미류 생선은 대부분 일본산이었다. 2층에서 장사를 하던 20대 청년은 기자가 원산지 팻말을 쳐다보자 황급히 설명했다. “일본산이긴 한데, 들여올 때 수협에서 다 방사능 측정을 해서 온다. 수치가 높으면 내놓고 팔 수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라.”
   
   “손님들이 일본산을 꺼리지 않느냐”고 묻자 이 청년은 당혹스러운 듯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수입을 안 하면 팔 게 없다”라고 대답했다.
   
   어쩌다 온 손님을 붙잡기 위해 상인들이 애쓰는 모습도 곳곳에 볼 수 있었다. 갈치, 참조기 등을 파는 가게의 매대 앞에서 한 부부가 구매를 망설이고 있었다. ‘국내산’이라고 쓰인 팻말을 부부가 유심히 쳐다보며 고민하자 상인은 손님을 잡기 위해 진땀을 뺐다. “20마리 1만5000원에 줄게요. 얘넨 다 국산이야, 걱정하지 마.” 원래 2만원인 참조기 20마리를 5000원 깎아주고 덤까지 얹어준다고 하니까 그제야 손님은 지갑을 꺼냈다.
   
   
   “방사능 수치 매일 측정한다”
   
   시장을 관리하는 수협은 원산지와 방사능 수치 등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전, 오후를 나눠 매일 2번씩 시장을 돌며 모든 수산물에 원산지를 빠짐없이 표기했는지 확인하고, 생선의 생김새 등을 비교해 원산지를 속이지는 않았는지 전문 교육을 받은 직원이 검사한다는 것이다. 위반 사항을 적발하면 해당 가게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한다. 수협 노량진수산시장 시장관리부 배광렬 대리는 “방사능 수치는 들어오는 모든 수산물을 대상으로 매일 측정한다”며 “기준치 3.0(cps) 이상이면 싹 다 거둬들인다”라고 말했다.
   
   사실 노량진 수산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하반기 들어서부터였다. 대법원은 그해 8월 구 시장에서 장사를 이어가던 상인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고, 같은 해 11월 수협은 구 시장의 전기와 물을 끊어버렸다. 이후 10차례에 걸친 명도 소송과 6~7번의 협상 끝에 대부분의 상인이 신시장에 입주했다. 수산시장 건물의 2층 안쪽에서 활어 도매점을 운영하는 서모씨도 2018년 입주한 구 시장 상인이다. 서모씨는 “그때 시위를 계속하다가 점포 넓이를 조금 넓게 해준다고 해서 들어왔다”며 “제대로 자리 잡고 장사한 지 3년도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등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대부분 상인이 신시장으로 옮겨갔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8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출근길에 피켓 시위를 하던 한 시민이 ‘수산시장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오 시장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하기도 했다.
   
   동작경찰서 바로 맞은편에 있는 노량진역 2번 출구 앞 육교 위에는 아직도 시위대가 세운 천막이 늘어서 있다. 천막은 굳게 닫혀 있고 오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지만, 역 앞에 세워진 차 스피커에서는 행진곡이 크게 틀어져 나오고 있었다. 육교 농성장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현수막에는 ‘상인 내쫓는 게 현대화냐’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신시장으로 들어가는 지하도 입구에도 ‘상인들의 생존권 보장하라’는 문구를 누군가 페인트로 휘갈겨 쓴 흔적이 보였다. 수협 관계자는 “아직도 시위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구 시장에서 장사하시던 분들은 대부분 입주하셨다. 지금 시위하시는 분 중 다수는 상인이 아니라 직원 혹은 관계자일 것”이라며 “법적으로 명도 집행이 끝났으니 우리와 더는 관계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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