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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7호]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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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김명수부터 김오수까지… ‘방탄법조단’이 부를 혼란들

박혁진  기자 spaingogo@chosun.com 2021-05-07 오후 4:57:20

▲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과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2020년 1월 13일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49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과 정치권력의 유착은 건국 이후 역사와 함께해 왔다. 정치권력은 검찰을 정권의 도구로 사용하고, 정권 안보에 도움을 받아 왔다. 검찰은 그 대가로 특권을 보장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불신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발언인데, 이런 불신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을 잘 알고 있는 인사들에 따르면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된 원인으로는 두 가지 정도가 꼽힌다. 하나는 인권변호사 시절의 경험, 다른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참모 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한 것은 후자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임기 말 검찰총장에 ‘자기 사람’을 쓰지 않았을 경우 어떤 후폭풍이 뒤따르는지 이전 사례를 통해 생생히 경험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임기 말 검찰총장 임명 논란
   
   2017년 10월 임기를 몇 달 남겨놓지 않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검찰총장을 놓고 임채진 법무연수원장과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을 놓고 고심했었다. 두 사람 모두 경남 출신이었지만, 청와대 안팎에서 기류가 갈렸다. 당시 청와대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386 참모들 사이에서는 안 지검장을, 법무부를 비롯한 정권의 다른 한쪽에서는 임 원장을 밀었다. 당시 비서실장이자 386과 가까웠던 문 대통령은 안 지검장을 민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임채진 총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임 총장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유임됐는데, 결국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사를 밀어붙였다.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임채진 전 총장 눈에 들면서 대검 중수1과장에 중용된 케이스다. 이전까지 우 전 수석은 수사는 잘하지만 뻣뻣하단 이유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검사였다. 검사 출신 이언주 변호사에 따르면 임채진 총장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9년 사법연수원 27기 검사들과의 만찬장에서 만취해 “내가 참여정부하에서 임명되었다고 청와대가 나의 충성을 의심한다. 노무현 일당들은 싸그리 나쁜 놈들인데, 내가 어련히 알아서 구속시킬까 봐”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 집권세력은 당시 검찰 수사를 집권세력과 검찰의 합작품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자서전에 잘 나타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며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고 적었다. 또한 “퇴임한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5수 끝에 붙었다’는 방탄총장
   
   이번 김오수 검찰총장 지명은 검찰개혁을 마무리할 적임자라는 대외적 명분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에는 이런 경험들이 버무려져 나온 선택이라고 보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상대적으로 가려 있을 뿐, 김오수 지명자 역시 가장 친정권적인 인사로 분류되어온 검사다.
   
   그가 총장 후보에 지명되자 법조계 내부에서는 ‘5수 끝에 붙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단 그는 지난 검찰총장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렸다가 윤석열 총장에게 밀려났다. 이후에는 금융감독원장이나 공정거래위원장, 감사원 감사위원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관장 자리가 빌 때마다 후보군에 올랐다가 최종 낙점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변호사 개업을 미뤄오다 결국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됐다. 청와대에서는 김 후보자에 대해 “능력이 출중해 ‘최다 노미네이트’ 됐다”고 하지만 대한변협의 한 인사는 “결국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지 않으면 그 정도로 이름이 거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4월 29일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압축한 4명의 총장 후보자 중에서도 가장 적은 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후보자가 된 것은 결국 대통령의 의지의 발현이라고밖에는 다르게 해석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번 총장 인사가 불러올 정국의 혼란이다. 사실상 방탄총장인 김오수 지명자는 임기 말에는 여권과 관련해 불거지는 의혹을 막고, 만에 하나 정권이 교체되면 자신을 임명한 전직 대통령을 방어하는 일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 지난 4월 23일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오른쪽 두 번째)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 촉구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김 대법원장의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photo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의 중립성, 대선에서 또 논란 되나
   
   현재 대선주자 1위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그는 퇴임 후 정중동 행보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검찰총장 출신 주자가 대선에 뛰어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과거와 같이 “검찰의 위상을 되돌려놓겠다”는 발언을 하기는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을 지키려는 윤 전 총장의 결기가 이미 검찰 내에 광범위하게 공유되어 있다. 따라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전 총장이 출마할 경우 검사들이 상대 진영 의혹에 적극수사로 호응하는 사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야말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사태다. 지난 4년간 검찰개혁 문제로 피로감이 차오른 국민들이 대선에서까지도 검찰 관련 뉴스에 노출되는 셈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정권 말에는 검사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게 믿고 따를 만한 총장이 되어야 하는데, 김 후보자는 그런 면에서 이미 신뢰를 잃은 인물”이라며 “검사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게 아니라 박탈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정권이 야당으로 교체되면 윤석열 전 총장 체제에서 벌어진 일들이 또 반복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총장 임기는 2년이며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김 후보자는 늦으면 6월 중에 취임하게 되는데,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다음 대통령과 1년 넘게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한다. 김 후보자의 임명 과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그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을 희박하게 본다. 그렇다면 다음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들이 했던 식으로 인사권을 활용해 총장의 수족을 잘라놓는 방법밖에는 쓸 카드가 없다.
   
   국회 법사위원을 역임했던 한 전직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조직 장악력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퇴임 후 안전판을 생각해서 대통령과 인연이 가까운 사람을 지명한 만큼 검찰을 둘러싼 혼란은 정권이 바뀌어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고, 국민들은 또다시 검찰의 혼란상을 다루는 뉴스를 당분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사법 서비스에 쏟아야 하는 힘이 진영의 안위만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가장 공정한 사법 서비스가 이뤄져야 할 법원도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재판을 거래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된 것에 더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아예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한 지역에서 오래 일할 수 없게끔 순환근무를 하고 있다. 한곳에서 오래 근무하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유착을 사전에 근절하자는 취지다. 9급 공무원도 몇 년에 한 번씩 자리를 옮긴다. 하물며 법원이나 검찰, 국세청 등은 이런 순환근무에 더욱 철저하다.
   
   
   김 대법원장이 뒤흔드는 사법 서비스
   
   하지만 이 관행을 깬 것이 김명수 대법원장이다. 그는 올해 초 인사에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맡고 있는 김미리 부장판사를 형사합의 21부에 그대로 놔뒀다. 김 부장판사는 2018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 배치돼 약 3년간 근무했다. 판사는 통상 2~3년 주기로 근무지를 순환한다. 더욱이 김 판사는 검찰이 기소한 뒤 1년3개월이 넘도록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그는 최근 3개월 휴직까지 신청했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를 허가했다고 한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관련 재판은 장기간 공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뿐 아니다. 김 판사는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등 현 정권의 불법 혐의에 대한 다른 재판들도 맡아 왔다.
   
   김 대법원장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김미리 판사도 우리법 출신이다. 법원은 정권 불법 혐의 관련 재판들을 김 판사에게 집중 배당했고, 김 판사는 재판마다 정권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조국 전 장관 재판에선 “검찰 수사는 검찰개혁을 시도한 조국에 대한 반격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말만 보면 판사 옷을 입은 정치인이다. 조국 전 장관 동생이 교사 채용 명목으로 돈을 받았는데 그에게 돈을 전달한 브로커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 재판들도 김 판사의 휴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형사합의 36부 윤종섭 부장판사도 올해 초 인사에서 유임됐다. 윤 부장판사는 현재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사건을 맡고 있는데 임 전 차장 측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윤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하는 등 편파 재판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곤혹스러운 野 ‘김명수 물러나도 답 없다’
   
   법원의 혼란도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3개월 뒤에 지명된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이 됐을 때보다 더한 파격으로 법원 수장에 올랐다. 법원장이 대법원장으로 직행한 전례가 없는 데다 그가 전임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보다 법조 경력이 13년 후배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대선 며칠 전인 2017년 5월 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제왕적 대법원장이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법관에 대한 인사권도 각 고등법원장 쪽으로 분산을 시킨다든지 사법부의 민주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며 “사법부의 독립 문제가 있어서 함부로 공약에는 (넣기) 조심스럽지만 그 취지에는 뜻을 같이하고 사법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도 충분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이 취임하고 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법원의 변화는 두드러지지 않는 가운데, 법원이 지나치게 정치화되어 있다는 비판만 거세진 형국이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 최근 야당이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거래와 관련해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종용했으나 지금은 그런 목소리가 쏙 들어간 것도 그를 강제로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의 임기는 법으로 6년이 보장되어 있다. 야당의 한 국회의원은 “오히려 김명수 대법원장이 물러나면 앞으로 6년 동안 법원을 이끌 대법원장 지명권을 다시 문 대통령에게 주게 되는 만큼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인 2023년 8월 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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