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왼쪽) 막냇동생 김도현씨가 2019년 전국 광복회 지부에 발송한 문건 및 모친의 유언공정증서. ⓒphoto 뉴시스·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김원웅 광복회장.(왼쪽) 막냇동생 김도현씨가 2019년 전국 광복회 지부에 발송한 문건 및 모친의 유언공정증서. ⓒphoto 뉴시스·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김원웅 광복회장이 독립유공자인 부친과 모친의 보훈연금 수급 문제를 놓고 동생들과 오랜 기간 불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친과 부친이 작고한 후 해당 연금은 장남인 김 회장을 포함한 3남4녀 자녀들에게 승계됐는데, 김 회장이 이를 형제들의 동의 없이 자신이 전액 수령해 임의로 나눠주면서 형제간 갈등이 발생했다. 특히 김 회장은 모친 전월선씨가 자신의 연금 수급권을 차남에게 넘기겠다는 유언도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립운동가였던 김 회장의 모친 전씨와 부친 김근수씨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월 일정한 보훈연금을 수령해왔다. 금액은 월 기준으로 각각 150만~200만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진다.

부모 연금을 둘러싼 김 회장 집안의 갈등은 3남4녀 중 막내인 김도현씨가 2019년 7월 김 회장이 광복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형제의 동의 없이 모친 연금을 수령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15곳의 전국 광복회 지부에 발송하면서 드러났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문건에서 김도현씨는 “독립유공자이신 고 김근수(보훈번호 17-××××)와 고 전월선(보훈번호 13-○○○○○○)의 자녀 김도현”이라며 김원웅 회장이 부모의 보훈연금 수령과 관련해 부적절한 행위를 취하여 이에 대해 자문을 구한다고 밝혔다.

“연금 수급권 차남에게” 모친 유언 무시

그는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라는 세간의 이야기가 자세히 살펴보면 국가와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독립운동가 후손이 분열하여 집안이 망한다’는 것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라며 “부모님 모두 독립유공자일 경우 모(母)의 유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남이라는 이유로 2계좌를 모두 수령할 경우, 그 결과가 합리적인지? 귀 기관의 견해를 수렴하고 싶습니다”라고 물었다. 김씨는 문서에서 “당초 균등 배분하겠다는 달콤한 이야기로 장남이 전액 수령 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불화를 초래하였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 문건에 부친이 작고한 이듬해인 1993년 모친이 작성한 유언공정증서를 첨부했다. 해당 증서는 모친이 자신의 보훈연금 수급 권한을 차남인 김원규씨에게 넘긴다는 취지의 유언을 담았다. 증서가 오래돼 일부가 훼손되긴 했지만 여기에는 유언자·수증자·증인의 성명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이 명확히 적시돼 있다. 모친은 자신의 유언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유언자는 다음의 수증자에게 아래 기재와 같이 유증하였다./ 수증자 성명: 김원규(金元逵)/ 유언자와의 관계: 자(차남)/ 주민등록번호 55○○○○-1○○○○○○ / 아래: 유언자가 국가유공자로서 수령하고 있는 연금(별첨 국가유공자 증서 보훈번호:○○○○○○)을 △△△△△△(글씨가 바래 확인이 어려움) 유언자를 승계하여 수령하는 △△△△△△….’

김씨는 문건 말미에 “관련법 제1조(목적) 및 제2조(예우기본이념)에 맞는 합리적 방안으로 무엇을, 어떻게 보완하여야 할 것인지? 고견을 경청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모친 스스로 자신의 보훈연금 수급권을 차남인 김원규씨에게 넘긴다는 유언을 남겼다는 얘기다. 하지만 모친이 2009년 작고한 후 김 회장은 이를 따르지 않았고 연금 전액을 자신이 수령했다. 김원웅 회장의 형제들에 따르면, 부친 김근수씨의 연금 수급권은 이미 장남인 김원웅 회장이 갖고 있었다.

논란 커지자 수년 만에 동생 찾아 사과

막내 김씨가 2019년 이 같은 문건을 광복회 지부에 돌린 건 연금을 둘러싼 형제간 갈등의 골이 이미 깊을 대로 깊어졌기 때문이다. 평소 모친의 병간호를 책임졌던 막내 김씨와 차남 김원규씨는 2009년 모친 작고 후 연금 수령이 유언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 3일 주간조선과 만난 막내 김씨는 “둘째 오빠 입장에선 유언에서 어머니가 처음으로 둘째 아들인 자신을 생각해준 것 같다는 마음에 감사함이 컸다. 생전 처음으로 용돈을 받아 쓰는 느낌, 부모님의 명예를 이어간다는 점 등에서 연금 수급권 승계에 큰 의미를 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모친의 유언을 그대로 따르라는 두 동생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신이 연금을 전액 수령해 6명의 동생에게 균등 배분하겠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결국 동생들은 김 회장으로부터 매달 40만~50만원씩 모친의 연금을 나눠받았지만 모친과 부친의 연금 총액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모친의 유언을 지키라’는 막내와 차남의 건의가 지속되자 김 회장은 이 동생들에게만 연금을 수년간 주지 않기까지 했다. 막내 김씨는 “처음 이를 문제 삼은 나에게 입금을 중단하더니 얼마 안 있다 둘째 오빠에게서 ‘나도 입금되지 않더라’라는 연락이 왔다”며 “국회의원 3선이나 한 공인이 그래선 안 됐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형제·남매간 갈등은 약 7년 가까이 지속됐다고 한다. 김 회장은 2019년 광복회장 취임 후 막내 김씨의 폭로가 있자 수년 만에 동생의 자택을 찾아 사과하며 연금을 다시 지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모친의 연금 수급권을 차남 김원규씨에게 넘기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 현재도 부친과 모친의 연금은 본인이 일괄 수령하고 있다.

“더 많은 연금 차지하려 했을 것”

광복회 안팎에선 김 회장의 이 같은 행위가 법적으로 어긋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보훈처에 따르면 독립유공자 보상금 수급권자는 1명으로 한정된다. 배우자, 자녀, 손자녀, 며느리 순으로 수급권을 갖는다. 만약 수급 우선권이 2명 이상에게 동일하게 있을 경우 보상금 수급권자는 유족 간 협의에 따라 결정한다. 이형진 광복군 장안회(長安會) 회장은 “협의로 결정된 수권자가 형제들로부터 수권자로 인정받았다는 취지의 인감도장을 받아야 비로소 합법적으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 모친의 유언을 고려하면 형제간의 협의와 동의 없는 김 회장의 독단적 연금 수령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독립유공자 보훈연금 수급권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연금수령에 그치지 않는다. 민간에선 독립유공자 보훈연금 수급권자에 한해 TV수신료, 전기요금, 인터넷·전화요금 등을 할인해준다. 이 때문에 모친과 부친 모두 독립유공자이며 자녀가 다수일 경우 수급권을 나눠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급권을 중복해 갖는다고 해서 감면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독립운동가 이난의씨의 후손 이완석씨는 “김 회장이 부모의 연금 전액을 직접 수령해 더 많이 챙기려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김 회장은 인사 전횡과 예산 부당 집행, 정치적 발언 등으로 광복회 내부에서 적지 않은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23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광복회 일부 회원들은 김 회장의 사퇴 촉구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문형 광복회 개혁모임 대표는 “모친의 보훈연금을 둘러싼 김 회장의 태도와 형제간 갈등은 그의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주간조선은 모친의 연금 수급권에 대한 김원웅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5월 6일까지 답이 없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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