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7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4월 1일 대구 지역의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만7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4월 1일 대구 지역의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권영진 대구 시장의 화이자 백신 3000만개 공급 제안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대구시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별도 구매를 정부에 주선한 것과 관련해 방역당국은 “정상경로가 아니기 때문에 공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지역 의료계는 최근 비공식 루트를 통해 3000만명분에 달하는 화이자 백신 구매를 제안받았다고 밝혔고, 이후 정부 쪽으로 대구시가 받은 제안이 들어갔다.

현재 화이자 백신의 한국 판권은 화이자사만이 갖고 있다. 대구시가 제안 받은 백신은 공급경로가 불투명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화이자는 각국 중앙정부와 국제기구에만 백신을 공급하고 있고 제3의 단체에 한국 유통을 승인한 바 없다"면서 "대구시가 연락한 무역업체는 공식 유통경로가 아니고 바이오엔텍과의 거래도 아닌 것으로 파악돼 진위가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는 이제 불법 여부롤 조사해 법적 조치를 요구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백신의 수급 불균형 문제는 필연적으로 가짜를 낳는다. 일단 백신은 부족하고 그게 선호하는 제약사의 백신이라면 더 모자란다. 이건 전 세계 공통의 현상인데, 이 때문에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가짜 백신을 적발하고 걸러내는 일이 중요해졌다.

최근 우크라이나 보안국(SSU)은 가짜 화이자 백신을 판매하던 일당을 적발하고 그들의 판매 루트를 막았다. 이들은 “화이자에서 백신을 받아 공급할 수 있다”고 암암리에 광고했는데 여기에 속은 러시아와 인도의 피해자들은 선금까지 지급했다. 이들이 책정한 가짜 백신 1병 당 가격은 250달러였다. SSU는 “이 일당은 우크라이나,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등 여러 국가의 범죄자들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호주 국민들에게도 가짜 백신을 경고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백신을 구입하지 말라”고 직접 알리는 중이다. 호주에서는 정부가 주관하는 백신센터나 보건소를 통해서만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하지만 백신 공급이 부족한데다가 호주 공급 백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스트라제네카를 국민들이 기피하면서 화이자 백신 선호 현상이 커졌다. 그러다보니 암시장에서 진위를 알 수 없는 화이자 백신이 돌았고 그 위협이 점점 커지자 화이자가 직접 나선 셈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시장에 유통되는 가짜 백신의 위협 때문에 정부는 백신의 무결성을 지키는 일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폴란드에서는 화이자 백신 라벨이 부착된 주사약병이 발견됐는데, 그 속에 든 내용물은 백신이 아니라 주름방지용 피부관리 물질이었다, 멕시코의 한 클리닉에서는 80여명이 가짜 화이자 백신을 처방받았다. 병 속에는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와는 전혀 상관없는 물질이 들어 있었다. 멕시코 방역 당국은 “사기꾼들은 가짜 백신을 한 번 주사하는데 최고 2500달러(약 278만원)를 받았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은 백신을 바라지만 공급은 여전히 턱도 없이 부족하다. 그런 간극을 이용한 백신 사기가 증가하기 딱 좋은 지금이다. 세계 각국이 자국민의 접종에 조바심을 낼수록 가짜 백신 고리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화이자의 글로벌 보안 책임자인 레브 쿠비악은 “공급량이 늘어나기 전까지 범죄자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권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