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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3호]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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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손정민 사건’ 의혹 생산지는 유튜브? 음모론 원조는 ‘나꼼수’

곽승한  기자 seunghan@chosun.com 2021-06-22 오후 1:00:00

▲ 지난 6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회원들이 손씨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와 동석자 A씨에 대한 피의자 전환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회견 참석자들은 한강공원 사건 전면 재조사 요구와 동석했던 A씨에 대한 피의자 전환을 주장하며 관련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서초서에 제출했다. photo 연합
“골든은 버닝썬처럼 정부 고위관료와 유력자 집안 자제들의 유흥장소가 아닐까? 거기서 어떤 사건이 있었고 그것을 봐주자고 한 것은 아닐까? 손정민군 살인 사건은 기득권의 여러 자녀가 관련된 사건이기에 경찰, 언론, 정부가 모두 이 사건을 덮으려고만 한 것은 아닐까?”
   
   한강공원에서 숨진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 사망 사건 관련 경찰 수사 브리핑에 의혹을 제기한 한 유튜브 댓글이다. 현재 유튜브에는 손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합리적 의심’이라는 명분으로 다양한 가설과 가짜뉴스가 퍼져 있다.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충격 진실’ 등의 제목을 달고 의혹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제기하는 손씨 사망 사건 관련 의혹 제기의 바탕에는 ‘친구 A가 범인이다’는 확증이 깔려 있다. 사건 당일 A씨 행적에 대한 의문부터 A씨와 손씨 사이 오간 대화 내용을 추정해 이야기에 살을 덧붙이는 식이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현재 유튜브에서 손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각종 의혹을 앞장서서 제기하는 유튜버들의 평소 성향이 대체로 보수성향이라는 점이다. 손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은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 대표적 유튜브 채널이 ‘신의 한수’ ‘종이의 tv’ ‘버드보이스’ 등이다. ‘신의 한수’는 대표적으로 알려진 보수 유튜브 채널이다. 이외에 ‘종이의 tv’ 역시 지난 21대 총선 이후 사전투표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유튜버다. ‘버드보이스’ 또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콘텐츠를 올려 왔다.
   
   손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보수 계열 유튜버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유가 있을까.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사안인 만큼 유튜버들의 정치성향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다만 경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금도 손씨 사망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유튜브 채널이 공통적으로 보수성향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경찰에 대한 불신’이 곧 ‘정부와 권력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조회수나 수익 목적을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손씨 사망 사건 관련 유튜브 콘텐츠에 달리는 댓글 중 상당수가 “나라를 믿을 수 없다”고 반응하고 있다. 국가에 대한 불신은 음모론이 쉽게 전파되는 환경을 만든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면이 있다. 코로나19 재난이 2년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보니 ‘사회에 대한 불신’ 자체가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확장세에 비해 그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가짜뉴스와 음모론은 유튜브 등에서 당분간 계속 퍼질 것”이라고 했다.
   
   
   음모론자들의 공통점
   
   ‘나라에 대한 불신’은 현 정권 들어 보수 유튜버들 사이에서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에는 진보진영 인사들이 각종 사건에 대해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정권에 따라 음모론을 퍼뜨리는 주체는 변화되어 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일어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폭침이 아니라는 주장은 진보진영에서 지금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을 두고 ‘인신공양설’ ‘고의 침몰설’까지 나돌았던 것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반감을 가진 이들이 퍼뜨린 음모론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2년 대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는 주장도 진보진영의 대표적 스피커인 김어준씨가 들고나왔던 음모론이다. 김씨는 2017년 ‘더플랜’이라는 영화까지 제작해 2012년 18대 대선 전자개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김씨는 투표지 분류기가 ‘미분류’로 판정해 수개표한 박근혜 후보의 표 비율이 문재인 후보 표 비율보다 1.5배 높다는 ‘K값 1.5’ 의혹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K값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비교해 ‘1.6’으로 나온 것으로 진보성향 매체 뉴스타파 분석 결과 드러났다.
   
   문재인 정권으로 교체된 이후에는 일종의 반작용처럼 보수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었다. 정치 시사 관련 유튜버 상위 랭킹 상당수가 보수 채널들이다. 이는 과거 이명박 정권 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와 비교되곤 한다.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발하게 이용되지 않았던 당시에는 팟캐스트와 인터넷방송이 시사 콘텐츠들의 플랫폼으로 활용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꼼수’다. 나꼼수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는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비위 의혹들을 제기했다. 그중에는 이 전 대통령이 불륜으로 낳은 ‘사생아’가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나꼼수는 지금 보수 유튜버들이 받는 지지와 비슷한 환호를 들었다. 당시 나꼼수를 향해 “언론은 믿을 수 없다. 나꼼수가 진짜 언론”이라는 말도 나왔었다.
   
   
   정권 불신과 국가 불신
   
   음모론은 ‘정권’과 ‘공공 시스템’ 자체를 동일시하는 경우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세력이 국가 권력을 잡으면, 시민들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공 시스템까지 불신, 부정하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보수·진보를 떠나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이 많은 쪽일수록 불신이 팽배하게 되고, 어떤 일의 뒤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음모론을 가지게 된다. 유튜버들 중에 경찰에 대한 불신을 크게 내세우는 건 공권력에 대한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6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기관이 수사력을 총동원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있는데도 역부족”이라며 “버닝썬 사건 등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며 고 손정민씨 사건에 대한 음모론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국가기관의 능력 부족을 꾸짖을 순 있으나 음모론과 연관지을 순 없다”며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다른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고 손정민씨 사건과 관련해 신상털기와 가짜뉴스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친구 A씨 측도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지난 6월 16일 A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로펌)는 6월 18일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 관계자 4명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앤파트너스는 ‘신의 한수’가 손정민씨 죽음에 A씨가 연루된 것 같다는 내용의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다고 전했다. 또 지난 6월 7일 같은 로펌 소속 이은수·김규리 변호사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종이의 TV’ 운영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외에 로펌은 ‘김웅TV’도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튜버들을 상대로 한 이러한 법적 대응은 ‘탄압받는 투사’ 이미지에 이용된다. 이들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들 사이에는 거대 권력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는 개인(유튜버)을 법적 대응으로 옭아맨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가는 길 외롭더라도 정의와 진실을 향해 가는 ○○님은 아름답고 위대한 거인이십니다” 같은 댓글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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