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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3호]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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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또 연기… 탈원전 4년 손익보고서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2021-06-21 오후 12:51:34

▲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모습. photo 김동환 조선일보 기자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 운영허가가 또 미뤄졌다. 지난 6월 11일 제140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1호기 운영허가 방안을 상정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안전성평가보고서와 관련해서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앞으로 보완을 거쳐 회의에 재상정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재상정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심의에 착수한 지 7개월 만의 일이다.
   
   신한울은 이미 완공된 원전이다. 지난해 4월 완공돼 운영허가를 받아 연료만 채우면 언제든 가동할 수 있다. 한국형 원전인 신한울 1호기의 발전용량은 1400㎿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금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운영허가 관련 보고를 받았으면서도 결정을 미뤄왔다. 경상북도와 울진군은 자체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운영허가가 미루어지면서 인상된 공사비 3조1355억원, 지원금과 세수감소 1140억원, 전기판매금 3조4431억원 등 모두 6조60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는 원전 증가, 한국은 탈원전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 기장의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정부는 신규 원전은 더 건설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다 된 원전은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신한울 3·4호기는 착공 직전 사업 추진이 보류됐고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도 백지화됐다. 월성 1호기는 2019년 말 영구 폐쇄됐다. 정부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는 대신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늘리고 있다. 현재 7%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그 계획에 따라 국토와 바다 곳곳에 태양전지판과 풍력 발전기들이 들어서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원전은 2023년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총 6기에 이른다. 예정대로라면 현재 25기인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는 2034년에는 17기로 줄어든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회의적인 대중의 여론은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사고, 그리고 이어서 1986년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미국은 스리마일 사고 이후 원전 건설 계획 100여기를 취소하기도 했다. 특히 2011년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국을 포함한 세계 원자로 발전용량은 급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가동 중인 세계의 원자력 발전소는 2017년 말 405기에서 2020년 421기로 16기가 늘었다. 그동안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급증한 건 사실이지만, 발전량은 아직도 풍력이 원자력의 45%, 태양광은 18%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이나 대만은 탈원전을 취소했다. 새로 원전 보유국이 되겠다는 나라도 적지 않다. 아랍에미리트와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 16개국은 원전을 건설 중이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53기에 달한다. 탈원전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과 스위스, 벨기에 정도다.
   
   대표적인 나라는 역시 독일이다. 메르켈 정부는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하기로 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물론 탈원전 추진에 따른 부작용도 앓고 있다. 우선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부과금과 송전망 증설 등으로 인해 가정용 전기요금이 유럽에서 가장 비싼 나라가 됐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최근 12년간 50% 올랐다. 지금은 유럽 평균보다 50% 이상 비싸고 프랑스의 2배, 우리나라보다 2.8배 비싸다. 이것도 전기요금의 안정을 위해 매년 20억유로, 2조5000억원 정도를 쓰기 때문에 가능한 수준이다.
   
   환경오염의 부작용도 있다. 석탄화력이 문제다. 독일의 총발전량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39.4%다. 이 때문에 독일은 EU 국가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주변국들의 비난을 받자 독일은 탈원전에 이어 탈석탄도 선언했다. 2038년까지 석탄화력 발전소를 모두 없애기로 했는데, 이것 또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 석탄 생산지와 석탄화력 발전소 소재지에 대한 보상 비용만 400억유로, 우리 돈으로 약 50조원에 이른다.
   
   불안한 전력 생산도 문제다.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30%다. 하지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태양광과 풍력의 한계 때문에 수요 대비 생산이 불안정해,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커졌다. 때때로 전기가 모자라 수입하기도 한다. 날씨 때문에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기가 안 돌아가는 경우다. 프랑스에서 전기를 많이 들여오는데, 프랑스는 원전의 발전 비중이 70%를 넘는 나라다. 역설적이지만 탈원전을 실현하려는 독일은 프랑스의 원전 없이는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 지난 1월 6일 매각이 결정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두산중공업 원전 협력 부품업체 에스에이에스(SAS) 공장의 휑한 모습. photo 김동환 조선일보 기자

   83%나 급감한 원전 수출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탈원전은 공짜가 아니다.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우선,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에 따라 회수하지 못하는 매몰 비용이 있다. 월성 1호기의 개·보수 비용만 7000억원이었다. 6기의 신규 원전 건설이 취소되면서 원전 부품 협력업체들은 타격을 받았고 한국수력원자력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비, 천지 원전 토지 보상비 등 최소한 1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한수원의 손실을 전기료에서 3.7%씩 떼모은 전력산업발전기금으로 메워주기로 했다.
   
   전력 원가 급등도 당연하다. 한국은 전기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다. 1980년대 초와 비교하면 물가가 200% 넘게 오르는 동안 전기요금은 10%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국제에너지기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h당 평균 120원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싸다. OECD 평균 247원의 절반도 안 된다.
   
   낮은 전기요금 유지의 비결은 원자력 발전이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주었기 때문이었다.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회사로부터 구매한 전력 단가의 지난 5년 평균치는 ㎾h당 원자력 62원, 석탄 80원, LNG 110원, 태양광 168원이었다. 원가가 높은 LNG나 태양광 등으로 원전을 대체한다면, 요금을 대폭 인상하거나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지 않으면 한전은 적자를 고스란히 떠안아 부실해지는 수밖에 없다. 지난 5년 사이 한국전력의 주가는 6만원에서 2만5000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최대 12조원까지 흑자를 내던 회사는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부채는 37조원이나 늘어났다.
   
   물론 모두가 탈원전에 따른 결과는 아니다. 마침 LNG와 석탄 가격마저 상승하면서 적자가 커졌다. 그러나 탈원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원전 이용률이 1%만 증가해도 19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한다. 2016년 80%에 가까웠던 원전 이용률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계속 70% 수준이었다. 해마다 2조원 정도는 낼 수 있었던 이익을 내지 못했던 셈이다.
   
   가장 큰 손실은 원자력 산업의 위축과 이로 인한 2000여개의 부품협력업체로 구성된 생태계의 어려움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싶다. 독일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지는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우리는 문제에 대한 검토도 없었고 당연히 대책도 없었다. 지난해 국내 원자력 산업 매출액은 20조7317억원으로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27조4513억원과 비교해 25% 급감했다. 전체 인력은 같은 기간 3만7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2000명이 줄었다. 원자력 전공 학생 수 역시 2017년 3000명에서 2000명으로 1000명이 감소했다. 원전 수출은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1억2641만달러에서 2144만달러로 83%나 줄었다. 한국은 지난 4년간 글로벌 원전 경쟁에서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한국이 수주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안 시장에서 비중을 키운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이었다.
   
   
   차기 대선에서 공방 다툴 ‘탈원전’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해외 원전 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는 원전 수주를 계속 러시아와 중국에 내준다면, 미국의 핵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을 것이다. 여기에 차세대 에너지원의 핵심인 소형모듈형원전(SMR)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주요 기기가 한 용기에 들어가는 일체형으로, 냉각수 공급이 중단돼도 지하 수조가 일시적인 냉각 기능을 할 수 있다. 핵폐기물도 줄어든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도 차세대 에너지로 점찍고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는 설비다. 우리나라는 2012년 세계 최초로 SMR 노형 중 하나인 ‘SMART’의 표준설계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SMR 역시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국내에는 짓지 않고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탈원전에 따라 발생하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부담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1㎾h의 전력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석탄 발전이 1000g, LNG는 490g인 데 비해 원자력 발전은 15g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발전량 비중을 보면 석탄이 36%, 원자력이 29%, LNG가 26%,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는 7%에 그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략 2억5000만t 내외로 추정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체로 75%가 석탄 발전에서, 나머지 25%는 가스 발전에서 나온다. 온실가스 배출 비용까지 합치면 발전 원가가 석탄은 ㎾h당 19원, LNG는 8원이 오른다. 탄소배출권 비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탈원전에 따른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지금보다 17% 늘리는 데 163조~206조원의 발전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변화가 없다. 정부는 여전히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나 노후 원전 수명연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탈원전 정책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기대하는 경제적인 선택은 아니다.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전기요금은 오르고 관련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나 부담은 배가된다. 궁극적으로 정책의 선택으로 인한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것은 오르는 전기요금과 늘어나는 재정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국민이다. 당연히 국민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평가할 권리를 가진다. 탈원전 정책은 다음 대통령 선거전에서 제기될 가장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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