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6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대체공휴일 확대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6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대체공휴일 확대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6월 23일 대체공휴일 확대를 골자로 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전까지는 설날, 추석, 어린이날에만 대체휴일이 부여되었는데, 동 법안에 의하면 이런 날들뿐만 아니라 1월 1일, 부처님오신날, 현충일, 성탄절 등 다른 공휴일에도 대체휴일이 부여된다. 휴일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다들 반기는 분위기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위 법안을 적용할 경우 근로기준법과 충돌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을 대체공휴일 확대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정의당은 1등 시민, 2등 시민이 따로 있느냐며 쉬는 날까지 차별과 배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뿐만 아니라 보수적 색채를 띠고 있는 국민의힘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충돌

국민의힘 김형동 국회의원은 지난 6월 17일 행정안전소위 제3차회의에서 법의 목적이 공휴일을 지정함으로써 국민의 휴식권 보장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해놓고 5인 미만 사업장 국민들은 제외시켰다며, 전체 국민들이 적용받지 않는 공휴일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6월 23일 전체회의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휴일이 없는 삶을 지속적으로 강요받게 된다며 날선 비판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당 측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 법안을 적용하면 현실적으로 자영업자나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은 엄청나게 클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점은 추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하고 대체공휴일을 확대하는 안으로 법안이 통과되었다.

정부와 여당에서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체공휴일 확대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핵심적인 이유는 근로기준법과의 충돌 때문이다. 공휴일이라 하면 근로자가 회사를 안 가도 되는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법적으로 ‘공휴일’이라 함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을 말하는데, 이는 관공서가 쉬는 날을 말할 뿐 회사가 쉬는 날은 아니다. 쉽게 말하면 공휴일은 공무원이 쉬는 날이다. 위 규정상 공휴일은 일요일, 3·1절, 광복절, 개천절 및 한글날, 1월 1일, 설연휴, 부처님오신날,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연휴, 성탄절, 선거일, 임시공휴일로 정해져 있다.

한편 근로자가 (유급으로) 쉴 수 있는 ‘법정 휴일’은 근로기준법상 주휴일(통상 일요일)과 근로자의날을 의미한다. 따라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히 정해두지 않는 이상, 주휴일과 근로자의날에만 (유급으로) 쉴 수 있을 뿐 공휴일에는 (유급으로) 쉴 수 없다. 회사별 차이가 있긴 하지만 토요일은 통상 유급휴일이 아닌 무급휴무일로 지정된다. 똑같이 쉬는 날이기는 하지만 무급, 유급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공휴일은 모두가 쉬는 날이라 인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많은 기업에서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통해 공무원(관공서)의 휴일도 유급휴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궁금하면 자신의 회사의 취업규칙을 한번 찾아보자. 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1.주휴일, 2.근로자의 날, 3.공휴일’을 유급휴일로 한다는 규정 내지 이와 유사한 문구의 규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많은 국민은 공휴일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원, 근로자도 쉬는 날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영세하거나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지는 기업들에서는 공휴일을 회사의 유급휴일로 지정하지 않았고, 이에 휴일의 양극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공무원과 일반 근로자가 공평하게 휴일을 향유하도록 하기 위해 2018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었다. 이 개정법에 따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도 회사의 유급휴일로 지정되었다. 다만 기업의 부담을 감안하여 기업규모별로 시행시기를 달리 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30~299인 사업장은 2021년 1월 1일부터, 5~29인 사업장은 2022년 1월 1일부터 동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단체협약, 취업규칙에 별다른 규정이 없더라도 ‘공휴일’은 근로자가 유급으로 쉴 수 있는 날이 된 것이다. 단, 5인 미만 사업장은 해당 사항이 없다.

즉 근로기준법 개정 당시에는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여건의 차이가 있다고 봐서 관공서 공휴일을 단계적으로 회사의 유급휴일로 확대되도록 했고, 통상 영세한 사업장에 해당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민간 기업의 부담을 고려하여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강제하기보다는 사적 자치에 맡기는 방향으로 정리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발의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은 ‘공휴일’의 개념을 단순히 관공서 공무원에 적용되는 휴일이 아니라 ‘국가’에 대하여 적용되는 휴일로 정하고 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의 공휴일에 관한 사항을 법으로 상향하여 국가의 공휴일에 관한 근거를 마련하고, 대체휴일, 임시공휴일에 관한 사항을 명문화함으로써 국민이 평등하게 휴식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취지라 볼 수 있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이 ‘공무원’ ‘관공서’가 아니라 ‘국가’이기 때문에 별다른 제외규정이 없다면 5인 미만 사업장도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자율적으로 휴일을 정하라는 근로기준법과, 국가(5인 미만 사업장도 포함)에 대해 공휴일을 지정해야 한다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즉 기존의 근로기준법상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할 의무가 없었지만, ‘국가’에 대하여 적용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내에 존재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동법에 따라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초래된다.

조급하게 법을 만들 필요가 있나

‘공무원을 넘어 국민 모두의 휴식을 보장하겠다’ ‘공휴일은 관공서 공휴일이 아닌 국민을 위한 국가의 공휴일로 명문화하겠다’ ‘대체공휴일을 확대해서 휴일을 늘리겠다’…. 이런 주장들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간단히 5인 미만 사업장은 일단 제외하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공휴일, 대체공휴일 적용대상 확대가 가져올 경제적 파장, 사업장의 특성, 5인 미만 사업장의 차별 문제 등을 신중히 검토했어야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이전에라도 법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합리적 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여야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