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MADEX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대우조선해양의 한국형 경항모 모형. ⓒphoto 유용원
2021 MADEX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대우조선해양의 한국형 경항모 모형. ⓒphoto 유용원

“영국 퀸엘리자베스급 항모 축소판인가?” “3만t급 경항모 맞나?”

지난 6월 9〜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1)에서 현대중공업의 한국형 경항모 모형을 본 상당수 전문가들과 군사 매니아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현대중공업이 처음으로 공개한 경항모 모형이 그동안 알려진 경항모 형태와 다르고, 크기도 경항모를 능가하는 중형 항모급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형 경항모는 2조300억원의 예산으로 국내에서 설계·건조해 2033년쯤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기준(경하) 배수량 3만t급, 만재 배수량 4만t급으로 길이는 260여m, 폭은 40여m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현대중공업의 경항모는 길이 270m, 폭 57m에 달했다. 당초 알려진 것보다 길이는 7m, 폭은 10여m가량 커진 것이다. 비행갑판 면적도 30%나 넓어졌다. 현대중공업 경항모와 닮은 영국 퀸엘리자베스급 항모는 만재 배수량 6만5000t급으로 길이는 280m, 폭은 73m다. F-35B 스텔스기와 ‘멀린’ 헬기 등 각종 함재기 40여대를 탑재한다.

퀸엘리자베스급에 비해 길이와 폭이 불과 7~16m가량 짧고 좁은 셈이다. 현대중공업 경항모의 만재 배수량은 4만t급으로 5만t 미만이라는 게 업체 측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크기가 예상보다 커져 실제는 만재 배수량이 5만t급 이상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중형급 탈바꿈, 스키점프대 설치

이에 대해 업체 측은 함재기 대수가 줄어든 만큼 비행갑판을 넓혀 전체 기준 배수량에는 변함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항모는 강습상륙함 운용 개념에 비해 운용되는 함재기 숫자가 줄었다”며 “대신 함재기 운용을 최적화하기 위해 비행갑판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경항모에 탑재되는 함재기는 고정익기인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기와 헬기를 합쳐 20여대다.

현대중공업 항모 모형의 가장 큰 특징은 함수에 영국 퀸엘리자베스급과 같은 스키점프대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갑판도 좌우 폭을 키워 퀸엘리자베스급 등 중형 항모와 비슷한 형태가 됐다. 종전 경항모 개념도는 미 해군 최신형 강습상륙함 아메리카급(LHA 6)과 비슷한 직사각형의 갑판에 스키점프대가 없는 형태였다. 스키점프대 설치는 현대중공업이 퀸엘리자베스함 설계의 50% 이상을 담당한 영국 방산업체 ‘밥콕’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키점프대가 있으면 평갑판에서 함재기가 이륙하는 경우보다 더 많은 무장·연료를 탑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보통 1개인 함교(아일랜드)가 2개로 분리돼 있다는 것도 퀸엘리자베스급을 빼닮았다. 격납고에서 갑판으로 오르내리는 승강기도 좌·우현에 각각 1개씩 둬 적 공격으로부터 유리하게 설계했다. 함미에 무인기와 무인함정 운용 공간을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후방 함교 뒤 갑판에는 16기의 한국형 수직발사기(KVLS)도 설치됐다. 수직발사기에는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해궁’ 국산 대함요격미사일 등이 탑재될 예정이다.

수상함정과 잠수함 건조에서 현대중공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대우조선해양도 이번 전시회에서 대형 경항모 모형을 공개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이 공개한 모형은 기존에 알려진 것과 유사한 직사각형 형태다. 길이 263m, 폭 47m로 기준 배수량 3만t급, 만재 배수량 4만5000t급이다. 엘리베이터의 경우 현대중공업은 좌우에 각각 1기씩 설치했지만 대우조선은 2기 모두 오른쪽에 배치했다.

2021 MADEX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현대중공업의 한국형 경항모 모형.  영국 퀸엘리자베스급 항모와 비슷한 형태로 주목을 받았다. ⓒphoto 유용원TV
2021 MADEX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현대중공업의 한국형 경항모 모형. 영국 퀸엘리자베스급 항모와 비슷한 형태로 주목을 받았다. ⓒphoto 유용원TV

F-35B 16대 등 22대의 함재기 운용

대우조선해양은 별도의 모형을 통해 함재기를 함내에 보관하는 방법도 공개했다. 비행갑판 밑의 격납고에 F-35B 스텔스기 10여대를 지그재그로 적재하는 형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런 방식으로 함재기를 운용하면 F-35B 등 고정익기 16대, 헬기 6대 등 총 22대의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 중의 하나는 대우조선해양과 이탈리아의 대형 조선사 핀칸티에리가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전시회 첫날 항모 개념설계 기술지원 업무협약식을 열었다. 핀칸티에리는 우리 경항모 모델 중 하나인 이탈리아 경항모 카보우르와 트리에스테를 건조한 회사다. 이들 경항모에도 영국 퀸엘리자베스처럼 F-35B가 이미 탑재돼 있거나 탑재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핀칸티에리와는 올해 초부터 본격 협의에 들어가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올해 말까지 개념설계 등에 대한 협력을 할 예정”이라며 “이탈리아 해군으로부터도 F-35B 운용 노하우에 대한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설계에서 ‘소티(sortie·항공기 출격 횟수)’ 생성률에 가장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소티는 일정 시간 내 전투기 출격가능 횟수를 의미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소티 생성률을 높이기 위해 소티 산출 시뮬레이터를 자체 개발해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한다.

경항모 탑재 장비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적 대함 미사일과 소형함정 공격을 저지할 근접방어무기체계(CIWS)-Ⅱ와 엔진이 대표적이다. 오는 9월 업체 선정을 앞둔 CIWS-Ⅱ 사업은 3200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근접방어무기체계를 국산화하는 것이다.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CIWS-Ⅱ 모형을 전시한 한화시스템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고속 소형함정을 탐지하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해군 함정용 사격제원 계산장치, 전자광학추적장비 등이 결합된 CIWS-Ⅱ 체계개발 능력을 강조했다. LIG넥스원은 한화시스템보다 훨씬 큰 실물크기 모형을 공개했다. 현재 해군이 쓰고 있는 네덜란드산 골키퍼 CIWS와 동일한 포신과 급탄장치에 극초음속 미사일도 탐지할 수 있는 AESA 레이더, 전자광학추적장비 등을 장착한 형태다. 골키퍼 창정비 경험을 가진 LIG넥스원은 이를 적극 부각하는 모습이다.

경항모 엔진 추진체계를 놓고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영국 롤스로이스(Rolls-Royce)가 맞붙었다. GE는 통합 전기추진(IFEP) 시스템과 하이브리드 전기추진(HED) 시스템을 선보였다. 롤스로이스 역시 미래의 해군을 위한 새로운 동력원과 추진장치인 통합 전기추진 및 하이브리드 전기추진 솔루션을 공개했다. 롤스로이스는 특히 오는 8월쯤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방문할 영국 퀸엘리자베스 항모에 MT30 36㎿ 가스터빈 교류발전기와 중속 디젤 발전기를 통해 112㎿의 출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항모 사업은 연구용역과 사업타당성 조사를 거쳐 연말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사업비가 반영될 경우 내년부터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타당성과 효용성 등을 놓고 정치권 등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전시회에서 당초 알려진 것보다 큰 경항모 모형이 등장한 데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사실상의 중형 항모로 커질 경우 성능은 강화되겠지만 당초 군의 도입 목표와 예산을 벗어나게 돼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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