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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5호] 20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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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수신료 인상 나선 KBS 직원들의 솔직 고백

조윤정  기자 wastrada0721@chosun.com 2021-07-02 오후 2:57:46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photo 뉴시스
한국방송공사(KBS)가 지난 6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수신료를 현 2500원에서 3800원으로 52%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를 거쳐야만 현실화되는 인상안이지만 KBS가 뼈를 깎는 자구 노력 없이 국민들의 쌈지를 여는 방법을 택했다는 점에서 비난이 거세질 전망이다.
   
   1억원 이상 연봉자가 전체 직원의 46.4%이며 이 중 무보직이 1500명 선이란 숫자가 보여주듯 KBS의 방만경영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숫자도 국회의원의 지적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KBS 스스로가 실토한 것이다. 지난 1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KBS 직원 60%가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이 중 73%가 무보직”이라고 게시하자 KBS는 공식 입장을 내고 “1억원 이상 연봉자는 46.4%이며 이 중 무보직은 1500명 수준이다”라고 반박했었다. 올해 6월 기준 KBS 홈페이지에 명시된 직원수가 4480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3분의1에 해당하는 직원들이 무보직으로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셈이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KBS 직급별 인원 현황’ 자료를 보면 이들 상위직급 인건비는 연 2800억~3000억원으로 수신료의 약 45%를 차지한다. 결국 좋은 방송을 만드는 데 써야 할 수신료 중 상당액이 무보직 고액연봉자들의 통장으로 꽂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만경영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외부뿐만 아니라 KBS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지만, 노조가 버티고 있는 한 손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연봉 1억원 이상 PD들이 만드는 프로그램 수보다 PD 수가 더 많다고 들었다. 기술경영직도 그렇고. 방만경영 때문에 계속 적자가 나고 있다. 신입이 계속 필요한데도 못 뽑고 있다. 그러다 이번에 간만에 채용공고가 났다. 인력이 퇴직만 하고 충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중략) 언론노조가 세운 바지사장이 무능하고 노조에 휘둘리면서 결국 이 모양이 됐다는 것도 잘 봐달라. 매출 늘리고 좋은 방송 만드는 건 뒷전이고 복수(復讐)하고 자리싸움하는 데 에너지를 다 소진했다. 언론노조 파업했을 때 방송이랑 뉴스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대다수가 다 파업을 해도 방송과 뉴스가 차질 없이 나갔다. 심지어 그때 시청률이 지금보다 더 좋았다. 그만큼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KBS 직원 A씨)
   
   
   “민간기업에선 상상도 못 할 일”
   
   A씨의 지적처럼 KBS 내부에서는 ‘한 사람이 할 일을 여러 명이 한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A씨는 “방송 제작, 송출 관리 등 전 제작에 걸쳐 사람이 많이 남는다”며 “연봉이 1억원 이상 되는 사람들도 업무 강도가 낮은 편이다”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몇 달 동안 아무것도 안 하는 인력’도 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방영 주기가 일주일에서 석 달까지 길어질 때도 있는데, 그동안 한 프로그램에만 투입되거나 별도 업무를 맡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송출을 담당하는 직무는 한번 통신선을 깔아두면 추가적인 업무량이 그리 많지 않은데도 다른 직군과 같은 액수를 받는다”며 “민간 기업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 대비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회사의 적극적인 인원 감축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오래전부터 나왔다. 지난 6월 28일 KBS가 발표한 ‘공론조사 국민의견’에서도 응답자의 55%가 ‘직원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양승동 KBS 사장도 지난해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며 2023년까지 직원 1000여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퇴가 예정된 900명에 더해 추가로 인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신규 채용하는 인원까지 합하면 상당한 인원 조정이 필요한 계획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발표 이후 현재까지 KBS가 실시한 인력 감축 조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그런 조치는 없을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KBS에서 10년 이상 사무직으로 근무한 B씨는 지난 6월 29일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퇴직으로 인한 자연 감소 인원 외에 회사가 인력을 줄이려고 취한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구조조정 등 회사에서 인원 감축 조치를 시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구조조정이 말처럼 쉬운가”라며 “만약에 진짜로 한다고 하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라고 답했다.
   
   
   자구 노력은 하지도 않으면서
   
   구조조정은 결국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상위직급을 어떻게 감축하거나 효과적으로 운용하느냐가 관건이다. KBS는 1989년 상위직급과 일반직급을 통합해서 관리하도록 한 이후 상위직급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9년 12월까지 KBS의 직급은 팀장 이상인 ‘관리직급’과 ‘1직급’, 그리고 2~5직급과 6~7직급으로 나눴다. 2~5직급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근속연수 15년 이상, 연봉 1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2직급이 다른 직급과 함께 묶여 평균연봉이나 근속연수가 줄어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9년 기준 KBS의 2직급은 2378명으로 전 인력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지만 이런 2직급 쏠림현상은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고 나서야 문제가 제기됐다. 감사원은 2017년 이러한 KBS의 직급 규제에 대해 나타나는 감사보고서에 “상위직급이 지나치게 많은 인력구조는 창의성이 절실한 조직에서 상당한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무 인력보다 고위 직원이 많은 탓에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업무 행태도 개선 대상이었다. 1직급에 해당하는 무보직자가 ‘체육관 관리’ ‘체육대회 업무’ ‘복리후생 상담’ 등 평직원 업무를 수행하고, 2직급 팀장이 ‘도서관 단행본 수집’ ‘노동조합비 등 급여공제’ 등 업무 난이도가 낮은 일을 하면서 하위직급보다 높은 보수를 받아온 것이 모두 문제로 지적됐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업무 행태에 감사원, 국회는 꾸준히 KBS에 직급 개편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KBS는 직급 개편을 시행했지만, 그마저도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월부터 적용된 변동형 직급체계는 기존에 통합 관리하던 일반직을 ‘책임직급’과 ‘실무직급’으로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책임직급에는 국장·부장·팀장급이 속하고, 실무직급에는 관리직부터 G1~G7 일반직이 속하도록 체계를 개편했다. 그러나 숫자를 알파벳으로만 바꿨을 뿐 실질적인 직원수는 변화가 없다. 책임직급에 약 700명, 실무직급 중 G2까지 약 1700명이 해당돼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지난해 위원들에게 배포한 보고서에도 ‘여전히 상위직급 과다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임’ ‘직급수당 인상액은 사실상 책임직급과 상위 실무직급이 동일하게 설정되고 있음’ 등으로 평가돼 있다.
   
   양승동 KBS 사장이 입으로는 구조조정을 외치지만 실제로 얼마나 이를 위해 노력했는지 여부는 민간기업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뚜렷해진다. 지난 6월 중순부터 인사시스템 개선에 나선 CJ제일제당의 경우 인사 체계 개선을 통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부장들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인데, 개편안대로라면 퇴직금을 비롯해 금전적인 부분에서 손실이 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시스템 개편으로 인해 스스로 사표를 던지는 직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조직을 젊게 만들고 효율적인 보상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 부장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시스템 개편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노조에 휘둘리는 사장”
   
   KBS 내부에서는 양승동 사장이 노조 등 내부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직 KBS 사원 A씨는 “노조가 워낙 힘이 세다 보니 외주를 맡기거나 하면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부분도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언론노조가 내세운 사장이 노조에 휘둘리면서 결국 이 모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KBS의 다수 노조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로, 민노총에 가입된 기업별 노조다. 이들은 지난해 양 사장이 인원 감축 계획을 밝혔을 때 “뺄셈뿐인 혁신안은 집어치워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인건비 절감보다도 ‘공정성에 대한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편향성이 개선되기 전에는 연봉 구조를 아무리 개선해도 국민이 KBS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6월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수신료 인상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정치 편향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현재 지배구조를 개선해 국민 신뢰를 높이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최광호 언론노조 실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국민적 시각으로 볼 때 고액 연봉자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구조조정 등 과격한 방식으로 인건비를 감축하는 것으로는 KBS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이어 “2020년 이후 순차적으로 은퇴하는 직원이 많아져 자연스러운 인원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덧붙였다.
   
   물론 KBS의 자구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KBS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방송사업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왔다. 파업으로 인한 제작비용 절감으로 잠깐 흑자로 전환됐지만, 이내 다시 적자로 돌아가고는 했다. 2019년에는 방송사업으로 인한 손실을 이자 수입, 임대료, 유형자산 처분 등 사업 외 부문 이익으로 메웠다. 2019년 KBS는 1인가구 TV 수송기 설치 대수가 늘어 수신료 수입이 늘었는데도 사업 부문에서 7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보고서는 “비핵심 자산을 전부 매각한 이후에는 대규모 적자 발생이 불가피해질 우려가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평했다. 이어 KBS의 인건비 비중이 전체 비용의 34.4%로 MBC(21.7%), SBS(15.1%)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30일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이 의결됐지만,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대 여론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사회에서 의결한 안을 심의하고 국회로 보내는데, 국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야만 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 과거에도 KBS 수신료 인상안이 세 차례 국회 표결에 부쳐졌지만 모두 무산됐다. 반대 여론이 거센 만큼, 이번에도 국회가 쉽게 인상안을 통과시키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KBS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조차도 50% 이상이 수신료 인상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인상 예정 금액인 3800원에 가까운 ‘4000원 정도가 적합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5.3%에 불과했다.
   
   
   “국민 신뢰 먼저 얻어야”
   
   전문가들은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한 뉴스를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는 편향된 뉴스를 만들어내는 게 문제”라며 “수신료를 올리려면 방송을 제대로 하겠다는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TV에서 모바일로 바뀐 매체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상파 TV 시청률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환경에서 ‘TV도 안 보는데 왜 수신료를 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크기 때문이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영국 BBC, 일본 NHK 모두 매체 환경의 변화를 인식한 움직임을 보였다”며 “KBS 수신료는 싼 편이지만, 넷플릭스에 자발적으로 돈을 내는 국민이 수신료 존재에 동의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영국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공영방송에 수신료를 내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일본 공영방송 NHK는 요금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 성 교수는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다매체 환경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이 뭔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KBS가 먼저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신료를 인상하면 수신료 내역과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KBS는 수신료 수입이 정확히 얼마이고, 어떻게 쓰이는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광고 수입과 수신료 수입 등을 묶어 공개하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지금은 수신료와 광고비가 섞여 있어 수신료가 정확히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이 알 길이 없다”며 “수신료를 올린다면 재원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자구책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BS는 지난 7월 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비판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양승동 사장은 “수신료 조정안에는 국민참여단이 참여했다”며 “국민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공정성과 방만 경영 비판에 대해서는 시청자의 뉴스 관여 확대, 팩트체크 강화, 기자 저널리즘 교육 등을 통해 차차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신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수신료 회계분리 요구도 언급했다. 임병걸 부사장은 “수신료 사용처 검증은 국회 결산이나 이사회 예산 결산,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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