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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66호]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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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대선판 ‘역사 전쟁’의 답은 유엔 결의안에 있다

이강국  전 시안 총영사  2021-07-14 오후 12:45:02

▲ 1948년 8월 15일 옛 중앙청(조선총독부) 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수립 국민축하식. photo 국가기록원
차기 대선 여권 후보군 중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건국(建國) 관련 발언으로 때아닌 ‘역사 전쟁’이 불거지고 있다. 역사 전쟁은 대선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질 전망이다.
   
   사실 우리 머릿속에 각인된 ‘대한민국 정부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은 역사교과서에서도 사라지는 중이다. 이 표현은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 영토 규정과 함께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통일지향성의 중요 근거가 되어왔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선거가 가능했던 한반도 내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으로 축소·왜곡되는 실정이다.
   
   모스크바 3상 회의(1945) 결정 이행을 위해 열린 미·소(美蘇) 공동위원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냉전이 도래하자 미국은 한국 문제를 유엔에 이관했다. 유엔 총회는 한반도에서 인구 비례에 따른 총선거 실시를 결의했고, 유엔 한국임시위원단(이하 임시위원단)이 1948년 1월 서울에 들어왔다. 하지만 인구 수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한 소련 측의 반대로 북한에는 입국하지 못하여 한반도 전체 총선거는 불가능했다. 이에 유엔 소총회는 임시위원단에 “선거 실시가 가능한 지역에서만이라도 선거를 감시하라”는 결정을 내렸고, 같은 해 5월 10일 총선거가 실시돼 대한민국이 수립됐다.
   
   
   영문과 중문 모두 ‘유일 합법정부’
   
   1948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3차 유엔 총회는 대한민국과 북한이 그 정당성과 대표성을 놓고 맞붙은 ‘승인’ 투쟁의 격전장이었다. 제1위원회에서 한국과 북한 대표 초청을 놓고 격돌했는데, 북한 초청안은 부결됐지만 한국 초청안은 가결됐다.
   
   그리고 유엔 총회는 1948년 12월 12일 ‘한국독립문제에 관한 제195(Ⅲ)호 결의안’을 압도적(찬성 48, 반대 6, 기권 1표)으로 채택하여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했다.
   
   동 결의안은 서문과 9개항으로 구성돼 있다.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 승인 내용이 있는 제2항의 원문을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임시위원단이 감시하고 협의할 수 있었고 전체 한국 국민 대다수가 거주하는 ‘한반도의 그 지역(that part of Korea)’에 대해 실효적 지배권과 관할권을 가진 합법정부가 수립되었음을, 이 정부가 한국(Korea)의 그 지역 유권자들의 자유의사의 정당한 표현이자 임시위원단이 감시한 선거에 기초를 두었음을, 그리고 이것이 한반도 내에서 유일한 그러한 정부임을 선언한다(this is the only such government in Korea).”
   
   문제가 되는 것은 ‘such(그러한)’의 해석이다. 그것은 앞에 기술한 내용, 즉 ‘임시위원단이 감시하고 협의할 수 있었고, 전체 한국 국민 대다수가 거주하는 남한에 실효적 지배권과 관할권을 가지고 있으며, 남한 주민의 자유의사가 표출되고 임시위원단이 감시한 선거에 기초를 둔 합법정부’를 의미한다. 남한을 ‘that part of Korea(한반도의 그 지역)’라고 하여 전체 한국, 즉 한반도를 뜻하는 ‘Korea’와 구별하고 있다. 따라서 2항 마지막 부분은 ‘한국 정부가 한반도 내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선언한다’로 해석된다.
   
   동 결의안에 병기된 또 다른 유엔 공용어인 중국어본을 확인해도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중국어본은 ‘又該政府爲朝鮮境內唯一依法選擧之政府(또한 이 정부는 조선(한반도) 경내에서 유일하게 법에 의거한 선거를 통해서 이뤄진 정부)’로 되어 있다. 유엔 결의안의 영어와 중국어본 모두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명백히 하는 것이다.
   
   
   리영희의 축소·왜곡 해석
   
   하지만 운동권의 대부(代父)인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는 ‘한국논단’ 1991년 6월호에 기고한 ‘국가보안법 논리의 위대한 허구’라는 제목의 글에서 같은 결의안을 “임시위원단이 감시 및 협의할 수 있었고, Korea 인민의 대부분이 살고 있는 Korea의 한 부분 위에 효과적인 통치와 관할권을 갖는 합법적인 정부가 수립되었다는 것, 이 정부가 Korea의 그 지역 유권자의 자유의사의 유효한 표현이며 임시위원단이 관찰한 선거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정부는 Korea의 그 지역에서의 그와 같은(such) 유일한 정부임을 선언한다”로 축소·왜곡 번역했다.
   
   이를 근거로 리영희는 “이 유엔 결의는 대한민국이 Korea(한반도) 전역에 걸친 정부가 아니라, 선거가 실시된 지역(북위 38도선 이남)에서의 유일 합법정부라는 정통성을 부여했을 뿐이다”라는 주장을 폈다. 다시 말해 “북위 38도선 이북 지역은 유엔 결의에 관한 한 ‘공백지대’로 남겨졌다”는 것이 리영희의 주장이었다.
   
   유엔 결의안의 마지막 문장에는 한반도를 뜻하는 ‘Korea’가 있고 ‘그 지역’이라는 말은 없다. 따라서 리영희의 해석은 틀릴 뿐만 아니라 엄연한 왜곡이다.
   
   자연히 리영희의 “선거가 실시된 지역(38도선 이남)에서의 ‘유일 합법’ 정부라는 정통성을 부여했을 뿐이고, 북위 38도선 이북의 지역은 유엔 결의에 관한 한 ‘공백지대’로 남겨진 것”이란 주장은 명백한 허구다.
   
   하지만 리영희의 영향을 받은 일부 학자들이 줄기차게 역사교과서 수정을 요구하면서 축소·왜곡된 주장은 정권에 따라 교과서에 반영돼왔다. 특히 2019년 11월 17일 교육부 검정을 받은 후 발행돼 현재 고등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일례로 미래엔이 편찬한 고등학교 교과서는 ‘그해 12월 유엔 총회는 대한민국 정부를 선거가 가능했던 한반도 내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 밖에 동아출판·천재교육·금성출판사·비상교육·해냄에듀·씨마스 등의 교과서도 유사한 표현으로 기술하고 있다. 다만 지학사가 편찬한 교과서는 ‘그해 12월 유엔 총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 감시하의 선거로 수립된 합법 정부임을 승인하였다’로 기술하여 다른 교과서에 비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한반도에서 유일한’이란 표현은 빠져 있다.
   
   그러면 왜 이렇게 기술되었는가? 교육부가 2018년 5월 2일 공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중학교 역사·고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집필기준 시안’은 “1948년 유엔 결의에서 대한민국이 ‘유엔 한국임시위원단 감시가 가능한 지역(38선 이남)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단서가 붙은 점,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는 점을 들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시비를 다툴 소지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보고서는 교육부가 위탁한 것이다.
   
   유엔 총회 결의를 의도적으로 축소·왜곡 해석해 대한민국이 38도선 이남에서만 합법성을 갖는 것처럼 기술하는 것은 완전한 억지 논리다.
   
   유엔 총회 결의로부터 무려 43년이 지난 1991년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을 가지고 1948년의 유엔 총회 결의 내용을 바꾸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1948년 남북한 체제가 들어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그 사실대로 기술되어야 한다. 1991년 비록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고 해서, 당시 유엔 총회 결의 내용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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