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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호]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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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사람 뽑기 바쁜 국민연금의 속사정

김회권  기자 khg@chosun.com 2021-07-15 오후 12:53:32

▲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본사의 모습. photo 김영근 조선일보 기자
2017년, 국민연금 본사는 서울에서 전북 전주로 이전을 앞두고 있었다. 국민연금의 이전은 한국투자공사(KIC)에 뜻하지 않은 고민거리를 던졌다. 서울에 남길 원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역들이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KIC로 이직해 올 거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KIC 입장에서도 이들 운용역은 매력적인 재원이었다. 하지만 당시 사장이었던 은성수 현 금융위원장은 내부 논의 끝에 국민연금 운용역은 스카우트하지 않기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한 명이라도 채용할 경우 KIC로 엑소더스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종의 ‘상도의’를 의식한 조치였다.
   
   인력의 이탈은 4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연금 입장에서 고민거리다. 48명. 지난 5월 채용 공고를 내고 국민연금이 뽑은 운용역의 숫자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이번 채용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기존에 있던 전체 운용인력의 15%가 넘는 인원이 이번에 새로 뽑혔다.
   
   
   전주 이전 뒤 가속화된 인력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운용하는 자산은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883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 세계 투자시장에서 빅3로 꼽히는 큰손이 된 지 오래다. 그만큼 많은 인원이 필요한 건 당연한 얘기다. 이미 1월에도 약 20명가량 채용을 내걸었는데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상반기에만 두 번의 채용으로 60여명의 기금 운용인력을 새로 뽑은 셈이다. 이번 채용에는 나름 파격적인 혜택도 담았다. 인재를 육성한다는 기조 아래 해외연수나 MBA 코스 같은 교육, 국민연금과 제휴를 맺은 해외투자기관 파견근무 기회를 제공하는 걸 내세웠다.
   
   이런 시도를 두고 업계에서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국민연금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량 채용의 이면에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2017년 전북 전주로 이전한 뒤 더욱 심화되고 있는 구인난이 자리 잡고 있다. 국민연금은 전주로 이전하면서부터 기금 운용인력 정원을 채우지 못한 적이 많다. 2016년부터 5년간 국민연금에서 나간 운용역은 140여명이다. 기금운용본부 공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기금 운용역 정원은 총 341명이지만 그간 250~300명 수준으로 운영돼왔다. 5년 동안 약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나가고 새로운 얼굴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는 얘기다. 매년 인력 충원을 해도 이탈 인력이 생기니 총운영인력의 숫자가 든든하게 채워지지 않는다.
   
   국민연금 운용역은 매번 부족했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위험관리·성과보상위원회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위탁운용 부문이 잦은 인력 이탈로 저조한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조속히 충원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위험관리위는 “국내주식 전반에 대한 목표비중 축소라는 방향성이 있지만 국내주식 위탁운용은 초과수익 창출을 위한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포트폴리오 효율성 제고와 위험관리 역량강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빠른 인력 충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탈의 원인은 구조적인 문제 탓이다. 가장 큰 이유는 본사의 위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방 근무 기피 현상과 맞물려 있다. 과거 국민연금에서 근무했던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운용역의 경우 처우가 민간보다 좋지 않다는 걸 알고 들어온다. 국민연금 근무 경험이 커리어에 도움이 되고 프라이드가 높아서다. 서울에 있을 때는 이탈이 지금처럼 문제가 되진 않았다. 특히 전주로 내려온 뒤 주니어 레벨에서 들어왔다가 나가는 게 잦은 분위기다. 게다가 인재풀도 과거보다 좁다. 운용역은 투자 역량이 중요하고 마켓에서 검증된 사람을 바잉(buying)해야 한다. 그런데 데려오려고 해도 지원자의 경력 자체가 성에 안 차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국민연금도 나름 고심하며 해결책을 짜는 중이다. 최근 나온 방법 중 하나는 채용제도의 수정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운영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을 준비했다. 기금운용본부 운용직 채용은 그동안 경력직만 뽑았다. 실전에서 바로 쓸 사람이 필요해서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기조가 바뀐다. 경력이 없어도 뽑은 뒤 내부에서 키우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채용 자격 중 가장 낮은 직급인 주임운용역에서 투자실무 경력 요건을 삭제하기로 했다. 기존 주임운용역은 △투자실무 경력 1년 이상 3년 미만인 사람 △제40조에 따른 YPE(대졸 졸업자를 수습으로 1년간 훈련시킨 뒤 업무수행 능력에 따라 채용하는 제도) 중 업무수행 능력이 탁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 등 2가지 요건이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1~3년에 해당하는 경력 요건이 삭제된다. 운용직 경력 개발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해 사람을 키워 쓰겠다는 게 국민연금의 복안이다.
   
   어쩔 수 없는 복안이지만 내부에서는 회의론도 나온다. 국민연금 내부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 등 경력자 수요가 있는데 그 인력을 채우기 쉽지 않다. 그리고 이전에 들어왔던 주임운용역도 경력이 짧아 신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주니어가 들어와 성장하도록 구조화된 프로그램이 내부에 잘 잡혀 있는지 모르겠다. 운용인력의 경우 외인구단처럼 구성돼 있다 보니 자기 앞에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바쁘지 주니어를 양성하는 일에는 인색하다”고 말했다.
   
   신입을 뽑고 교육한다고 이탈이 사라지진 않는다. 당장의 정원은 채울 수 있지만 3년 계약기간 동안 경험을 쌓은 뒤 서울로 옮기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앞선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에서의 연금 운용 축은 베테랑의 몫이다. 이런 시도는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라고 말했다.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채용 조건의 변화만으로 해결되긴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연 수익 1%포인트 늘리면 고갈 6년 늦춰”
   
   국민연금의 인력난은 우리 삶과도 직결된다. 국민 노후생활의 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을 매년 1%포인트만 높여도 기금 고갈 시기를 6년 정도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용자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운용인력 수는 그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한다. 운용자산을 운용인력으로 나눠보면 국민연금의 운용역 1인당 대략 3조원을 굴린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금융부문 운용수익률(9.58%)보다 높은 20.4%의 수익률을 기록한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2018년 기준 약 1500명의 운용인력이 295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1인당 2000억원 정도 규모다. 수익을 내는 데 캐나다 쪽이 훨씬 효율적인 구조다.
   
   국민의 귀한 돈을 어떻게 불릴 것이냐는 문제는 결국 얼마나 사람을 잘 채용하고 유지하느냐의 문제와 맞물려 돌아간다. 한국거래소처럼 서울에 운용본부를 따로 두고 공공기관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운용역 보수체계를 따로 적용하는 게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재 국민연금의 운용역은 일반직과는 다른 보수체계를 적용받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할당받기 때문에 공공영역의 한계에 묶여 있다. 반면 국민연금의 라이벌로 불리는 캐나다연금과 네덜란드공적연금(ABP) 등은 기금 운용조직을 독립시키고 자율성을 부여한 지 10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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