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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호]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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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까칠한 약국]책임 떠넘기는 거리두기 개편… 다음 ‘표적’은 누굽니까

박한슬  약사·’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 저자  2021-07-09 오후 2:56:46

▲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7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김 총리는 기존 거리두기 체제를 유지하며 “2~3일 더 지켜보다가 이 상황이 잡히지 않으면 가장 강력한 단계까지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photo 뉴시스
최근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냈다가 확진자 증가 상황을 봐가며 적용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번에 거리두기가 개편되면 2020년 초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가 정립된 이후 두 번째다. 겉으로는 예방접종을 1회라도 진행한 국민이 전체의 30%를 넘어섰고, 치료제를 비롯해 코로나19 치료에 대응하는 의료 역량도 나아진 덕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집합금지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불만이 누적되어 더는 이를 억누르기 힘든 탓이다. 호기롭게 꺼냈던 코로나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은 후퇴를 거듭해 ‘보상’이 아닌 ‘지원’으로 바뀌었고, 다섯 번째 살포를 목전에 둔 재난지원금 역시 기재부의 문턱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권 말기에 접어든 청와대와 여당에서 높아지는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방법은 거리두기 완화 외에는 마땅히 없었으리라.
   
   아쉽게도 이런 조치는 방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도 전국적으로 일일 약 1000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보건 분야 전문가들은 다양한 지면을 통해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경우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고, 대규모 백신 도입도 늦어지고 있는 만큼 집단면역 조기 달성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인 감염 확산은 필연이다. 그런데 이 상황을 책임질 주체는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강제성이 있는 거리두기는 완화하고 입으로만 ‘모임 자제’를 요청하던 정부는 거리두기 결정권마저도 지자체에 위임해버렸다. 오랜 지방자치제 운동의 성과라 봐야 할까.
   
   아무리 책임 주체가 분산된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 누군가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지난 1년 반 동안은 감염 주체가 성난 여론의 비난을 대신 맞았다. 의식적으로 여론몰이를 한 것인지 혹은 자연스러운 여론 흐름을 방임한 결과일 뿐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렇지만 감염병 전문가로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교수가 “8월의 광화문 태극기 집회로 인해 11월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기이한 발언을 남기고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자리를 옮긴 건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동조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방역조치 위반은 살인”이라고 주장하다 방역조치 위반으로 과태료를 문 촌극은 덤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가장 최근의 비난 대상은 교회가 되었는데, 신앙심이라곤 낙타가 통과할 바늘구멍만큼도 없는 무신론자의 눈으로 봐도 이는 무척 부적절한 일이다. 종교의 자유라는 고매한 자유권을 떼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코로나19 시기 한국 교회는 겉으로는 종교시설의 외연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노인들에 대한 복지와 위락을 제공하는 시설로 기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로당 닫으니 갈 곳은 교회뿐
   
   수적으로도 훨씬 적고, 처지로 따져 봐도 훨씬 나은 2030 세대의 불만에 대한 논의가 지면을 가득 메우고 있지만, 노인 여가복지시설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현재까지 거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다른 다중 이용시설도 비슷한 처지이긴 했다. 그렇지만 노인에겐 경로당과 같은 시설의 재개 여부가 의미가 크다. 노인들은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을 사용한 온라인 소통 기회에서도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사람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가 여가복지시설인데, 그것이 일순간에 모두 닫혀버린 것이다. 실로 TV와 식사만 제공되던 ‘올드보이’ 감금의 재현이다.
   
   방역 실패의 무거운 책임을 지고 싶지 않던 지자체장들은 노인들을 위해 시설을 여는 것보단 폐쇄를 통한 안전을 도모했고, 노인 중 운 좋게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유일한 해방구인 교회로 모여들었다. 평소에도 교회는 신실함을 바탕으로 존중을 얻는 장소이자, 친지들과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장소이긴 했을 테다. 그렇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는 노인들이 그런 기능을 조금이라도 수행할 수 있는 장소가 교회 하나로 축소되었고, 신앙보단 소통을 위해서라도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조금 더 불행한 이들은 불법 방문판매 업장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일련의 젊은이들이 모여 참석한 노인 개개인의 편의를 살피고, 흥 나는 공연과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식사까지 제공한다. 아예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나들이를 시켜주는 곳도 있다. 행복한 순간이 끝나면 정체불명의 건강식품 청구서가 날아오고, 자녀들은 헛된 돈을 쓴다고 혀를 차지만 누가 감히 그들을 비난할 수 있나. 코로나19가 만든 지독한 고독에서 벗어나는 대가로 갈음하자면 못 쓸 돈도 아니니 이런 유의 사업은 불법 논란에도 꾸준히 유지된다.
   
   
   ‘악마화’가 정책수단 되어서는 안 돼
   
   문제는 노인들이 방역수칙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 실제 준수도 무척 서툴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인구 대비 노인 비율보다 높다. 노인들이 몰리는 장소가 자연스레 감염의 온상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자연히 방문판매장에서도 감염이 빈발했고, 교회를 비롯한 종교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은 전체 집단감염의 17%까지 올라갔다. 종교에 미친 광신자들이 시민사회의 안녕을 해친다는 인식은 간결하고도 매끄럽지만, 사회가 외면한 노인들이 교회에서라도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보려다 병을 얻었다는 건 누구도 원치 않은 서글픈 진실이다. 이들에 대한 비난은 과연 정당했는가.
   
   최근에는 이런 경향에 한술 더 떠, 특정 업체가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경우 해당 업종 전체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끔찍한 연좌제까지 나왔다. 같은 업종 안에서도 거리두기 강화의 비난을 짊어질 작은 악마를 만들겠단 것인데, 애초에 방역 완화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를 따져 보면 무척 부끄러운 일이다. 자영업자에게 가해지는 방역 조치를 강화하면서도 돈 한 푼 내어주지 않으니, 염치마저도 기재부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일까.
   
   교회에서의 집단감염이 노인 복지에 대한 책임 회피에서 불거졌듯, 정부가 방역에서 제대로 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 죄과는 누군가가 대신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거리두기 완화의 비난을 짊어질 다음 표적은 누구인가. 마땅한 대상이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재난 상황이다. 특별한 비난 집단이 없음에도 대규모 감염이 지속되는 원인미상 감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특정 집단에 대한 악마화는 정책수단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방역 책임과 권한은 정부가 명확히 지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자영업자 부담은 나눠 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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