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백신을 맞은 뒤 지난 7월 6일 쓰러져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중환자실에 13일째 누워 있는 정윤섭씨의 부친 정병철씨.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얀센 백신을 맞은 뒤 지난 7월 6일 쓰러져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중환자실에 13일째 누워 있는 정윤섭씨의 부친 정병철씨.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얀센 백신을 맞은 뒤 지난 7월 6일 쓰러져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중환자실에 13일째 누워 있는 정윤섭(34)씨는 서울사대부고에서 근무 중인 8년차 교사다.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쳐 온 윤섭씨는 1학년 담임 선생님이기도 했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1학년 학생들을 위한 소설집을 펴낼 정도로 열성적인 선생님이었다.

“동료 선생님이 아이들을 모아서 핸드폰으로 목소리를 녹음해서 편집을 한 다음 5분 정도 되는 아이들의 응원을 저한테 보내줬어요. 그래서 제가 면회 시간에 아들 귀에다가 이걸 들려줬어요. ”

윤섭씨의 아버지 정병철씨가 보여준 아이들의 응원 메시지에는 “꼭 빨리 회복하셔서 2학기 때 교실에서 웃으면서 만났으면 좋겠다” 등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아버지 정씨는 지난 7월 16일 “30대 교사 아들이 얀센 접종 후 뇌사 상태가 됐다”는 청와대 청원글을 올린 인물. 지난 7월 18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만난 그는 건강하던 아들의 뇌사가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정씨 부부의 외아들인 윤섭씨는 지난 7월 6일 퇴근 후 집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다가 쓰러졌다. 지난 6월 11일 얀센 백신을 접종한 후 25일째 되던 날이었다. 출동한 119 소방대원들에 의해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으로 이송된 윤섭씨는 쓰러진지 13일째인 현재까지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처음 윤섭씨가 쓰러진 뒤 병원에서는 ‘뇌경색이 의심된다’며 뇌의 큰 혈관에 막힌 혈전을 뚫는 시술을 했다. 당초 의료진은 아버지 정씨에게 “3~4일 정도면 의식을 차릴 것 같다”고 했었지만 쓰러진 지 5일이 지나도록 윤섭씨는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7월 12일에 이르러 의료진은 보호자에게 “뇌손상이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통보했다. 아버지 정씨는 “의료진도 처음 겪어보는 사례라며 우왕좌왕했다”며 “갈수록 어두운 생각이 들어 절박한 마음에 청와대 청원까지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얀센 백신 부작용 증상이 의심되니 보건소에 신고를 해달라고 했지만 의료진은 좀처럼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당초 의료진이 백신 부작용 의심 사례를 질병 당국에 신고를 해준다고 해 ‘그렇게 해달라’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입원 9일째인 지난 7월 14일에야 정씨가 직접 노원구보건소에 얀센 백신 부작용 의심증상을 신고했다고 한다. 관할인 성북구보건소에서 연락이 온 건 다음날. 정씨는 “보건소 관계자가 ‘고대 방역팀으로부터 자료를 접수했고 심사 과정이 빠르게는 한 달 반에서 길게는 석 달까지 걸릴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우리 아들이 교사다 보니 아이들을 많이 대면해야 돼요. 혹시 코로나에 감염되면 아이들하고 수업하거나 만나는 게 제한이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얀센 백신을 개인적으로 신청해서 맞았어요.”

30대 초반인 윤섭씨는 평소 학교에서도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고 한다. 아버지 정씨는 “방학이 되면 국가에서 교사들을 단체로 맞혀준다니 그때까지 백신을 맞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는데, 윤섭이가 ‘빨리 면역이 생겨야 아이들하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가 있다’며 미리 신청을 해서 백신을 맞았다”고 했다.

건강했던 정윤섭씨가 각종 마라톤 대회에서 입상한 메달.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건강했던 정윤섭씨가 각종 마라톤 대회에서 입상한 메달.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정윤섭씨가 2019년 참가했던 하프마라톤 대회 기록증. ⓒphoto.정병철씨 제공
정윤섭씨가 2019년 참가했던 하프마라톤 대회 기록증. ⓒphoto.정병철씨 제공

윤섭씨는 평소 주 8회 이상 여러가지 운동을 즐겼다고 한다. 술 담배도 하지 않았고, 테니스 자전거 마라톤 등 각종 운동으로 꾸준히 체력을 다져왔다고 한다. 윤섭씨의 방에는 그가 최근까지 각종 마라톤 대회에서 입상한 메달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

지난 2월 윤섭씨가 집 근처 병원에서 받은 2021년 정기검진 결과를 보면 ‘10년 이내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0.5%로, 나와 있다. 34세 남자 평균인 1%의 절반 수준이었다. 심뇌혈관 나이 역시 실제 나이인 만 34세보다 6살이 어린 만 28세로 나와 있었다. 혈압과 혈당 수치 역시 지극히 정상이었다.

정씨 부부는 아들이 쓰러진 7월 6일부터 매일같이 고대안암병원을 오가고 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윤섭씨의 면회는 일주일에 3일, 그것도 하루에 20분씩만 가능하다. 이날 자택에서 아버지 정씨와 함께 만난 윤섭씨의 어머니는 “아직도 눈을 뜨면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며 “가슴이 너무 뛰어 매일 손으로 누른다”고 했다. 아버지 정씨는 “우리 애 뿐만이 아니라 얀센 백신이든 기타 다른 백신이든 이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고통을 받지 않고 당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