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물건으로만 취급돼 오던 동물에게 독자적인 법적 지위가 부여되면서, 향후 동물 학대 등에 대한 처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9일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98조의2를 신설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금까지 동물은 민법 98조에서 규정하는 ‘유체물’(형태가 있는 물건)로 간주해 왔는데 이를 개정해 동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겠다는 조치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민법 적용대상은 인간·동물·물건 세 부류로 나뉘게 된다.

정재민 법무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동물을 그 자체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2018년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9명(89.2%)이 민법상 동물과 물건을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다수의 동물 관련 법개정 논의에 앞서 동물이 물건이 아님을 선언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했다는 것이 법무부 측 설명이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에 ‘동물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내용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민법상 ‘동물’의 범위도 추후 논의될 예정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이라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포유류와 조류,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파충류·양서류·어류로 한정하고 있다. 정 심의관은 "동물보호법은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이와 달리) 민법에서는 별도의 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하는 현행법 개정 요구는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2017년 동물권단체 ‘케어’가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민법 조항을 개정을 요구하며 반려견 관련 손해배상 소송 도중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이 대표적 일례다. 이정미 전 정의당 의원은 같은 해 민법 98조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한도 내에서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진 못했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물건으로 취급하던 동물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법 개정은 1990년대 독일을 시작으로 전세계적 추이가 된 지 오래”라며 “이번 민법 개정으로 동물보호 관련 법 마련이나 동물 학대 등에 대한 처벌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동물보호법 위반 1심 판결에 따르면 2010~2019년 1심 유죄 선고자 300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10명에 그쳤다. 대다수는 집행유예를 받거나 벌금형으로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뉴스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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