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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68호] 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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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까칠한 약국]재난지원금으론 ‘코로나 블루’를 막을 수 없다

박한슬  약사 · ’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 저자  2021-07-27 오후 12:05:40

▲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의 심야 시위 차량이 지난 7월 14일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 델타 변이(delta variant)의 확산세가 매섭다. 백신에 힘입어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주요 선진국들도 델타 변이에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백신 접종률이 전체 인구의 50%를 넘은 미국에서는 이미 신규 감염 사례 중 델타 변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겼다. 아직 백신 접종률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한참 낮은 걸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델타 변이의 위험성이 더 크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섣부르게 거리두기 완화 정책을 펴려 했다. 늦게라도 번복되었으니 망정이지, 7월을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선 걸 보면 이젠 2주간의 고강도 거리두기 조치가 확산세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길 바라는 것밖엔 도리가 없다.
   
   더 심각한 건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견딜 마음의 여유 역시 빠르게 바닥나고 있단 점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권 국가 시민들은 서구나 북미의 시민들에 비하면 정부의 방역 정책을 무척 충실히 이행하는 편이다. 고매한 서구 언론에서는 권위주의적 방역 탓이라며 젠체했지만, 유럽의 방역 몰락을 지켜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높은 시민의식에 따라 정책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아무리 고압적 정책이라도 효과를 내긴 힘들다. 처음엔 미지의 질병에 대한 공포심으로, 나중에는 백신이 개발되고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버텨냈지만, 2021년 하반기에 들어선 지금에도 백신 공급 미비로 인해 코로나19 종식은 기약이 없다. 대통령이 말한 ‘긴 터널의 끝’이 시민들에겐 딴 나라 얘기다.
   
   약속했던 백신이 제때 오지 않는 게 오롯이 정부 탓이 아닌 건 안다. 조급함에 계약 물량에 대한 홍보를 과하게 하긴 했지만, 국제적 백신 배분 우선순위에서 밀린 걸 어쩌겠나. 그런데 시민들의 인내심조차 바닥날 즈음이면, 백신 없는 한국에는 대체 무엇이 남는가? 시민 협조도 중요한 방역 자원이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는 말은 월급 끊길 걱정 없는 번듯한 직장인들 입에서는 쉽게 뱉어지지만,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을 버텨낸 한국 시민들의 마음은 이미 멍투성이다.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면 좋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을 뜻하는 신조어 ‘코로나 블루(corona blue)’는 언론에서 만든 일회성 버즈 워드(buzz word)가 아니라 버젓이 실재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얼마나 우울할까. 국내 기준 평생 한 번이라도 우울증을 겪은 인구는 전체의 5% 남짓이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7%가 그러한데, 한국이 미국보다 2%포인트나 더 행복한 나라이면 좋겠으나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살률은 한국이 미국의 2배 가까운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미국 시민들은 특유의 부실한 의료보험제도 탓에 아파도 병원을 쉽게 방문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론은 하나다. 한국인들은 실제로 우울증이 있어도 정신과 전문의를 방문해 치료받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의 우울증 평생 유병률이 10%대라는 걸 고려하면 심증이라 치부할 수도 없다.
   
   

   기분 탓 아니라 실제 환자 늘어
   
   이런 환경에서 작년 한 해에만 공식적인 우울증 환자가 4만명이 늘었다.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인 수면장애를 단기적인 수면제 처방으로 갈음하려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 불안장애 등의 유사 질병으로 분류되는 인원도 있단 걸 고려하면 이것도 과소평가된 수치다. 그저 한국 사회가 매년 엇비슷하게 각박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수 있겠다. 그런데 월별로 우울증 치료를 받은 환자 수를 쪼개보면, 코로나 블루가 실재한다는 건 쉽게 알아챌 수 있다. 2020년 5월경부터 7월까지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건 코로나 외엔 별다른 원인을 설명할 길이 없다. 수면제나 신경안정제 등을 포함한 정신과용 약물의 처방액이 전년 대비 12%나 급증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우울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건 우울이 죽음과 달리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찾아가지도 않는단 점이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우울증과 소득수준은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이 실증됐고, 이런 상황은 국내라고 특별히 다르지도 않다. 작년에는 서울대에서 월소득 200만원 미만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살 충동을 6배나 더 많이 느낀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까지도 나왔는데, 이를 코로나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과 연관지으면 ‘코로나 블루’의 실체도 좀 더 명확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이 생긴 이들보단,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실직자 등이 코로나19로 심적 타격을 입은 핵심 집단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입은 경제적 손실조차 제대로 벌충될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은 당장의 생존도 불투명한 상황인데, 대통령의 신임이 굳건한 역대 최장수 경제부총리는 예산 총액을 정해두고 모자란 손실보상비를 내년에 추가 지급한단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에서는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여야가 입씨름만 벌이고 있다. 지금이 재난지원금을 어디까지 줄지 논해야 할 시기인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의 긴급 재난지원금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업종이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를 알 수 없던 데다, 당장 생계가 곤란해진 이들의 범위도 몰랐다. 전 국민 균등지급이라는 차선책이라도 택해 보조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보편복지’ 아집 중대재난 시에는 접어야
   
   1년 반이 지난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손실 업종과 수혜 업종에 대한 정보는 차고 넘친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만 살펴도 어떤 업종이 어느 정도의 타격을 받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데, 경영난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래방과 헬스장 업주 대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얕고 넓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할 필요성이 대체 무엇인가. 폐업 위기에 몰린 중소 여행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금액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본인 계좌에 돈이 얼마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사는 이들에게 세금을 얹어주는, 지극히 역진적 정책을 펴야 할 이유가 뭔지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이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세계적 그룹의 총수도 몇 달째 구치소에서 무상급식을 먹는 중이니 이상한 일이 아니라 여겨야 할까.
   
   대선을 위한 매표(買票) 같은 치졸한 행위는 아니리라 믿지만,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아니라 보편복지에 대한 이상한 아집을 우선시하는 것으로만 읽힌다. 수해재난금을 전 국민이 얕고 넓게 나눠 가지는 건 수해 극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 국민의 80%가 받건, 100%가 받건 사막에도 수해재난금을 퍼준다는 점에서는 동등하게 미련한 짓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정신적으로도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복지가 더 적합하냐는 한가한 이념 논쟁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기재부 예산 총액을 바꿀 수 없다면, 배분만이라도 현명하게 진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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