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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68호] 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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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왜 프로야구 선수들은 딴 세상에 살고 있을까?

배지헌  엠스플뉴스 기자 

▲ 원정경기 숙소인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정부의 방역지침을 어기고 술판을 벌인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NC다이노스 선수 사태 파문은 지금 다른 구단으로까지 번졌다. photo 뉴시스
“아니, NC 선수들은 도대체 왜 그랬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평소 야구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한 지인이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이 질문을 던졌다. 테니스와 골프 외에는 다른 스포츠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 강백호와 이정후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 사람, 그에게서 NC 다이노스와 박석민이라는 이름을 듣는 건 마치 오래된 사찰에서 캐럴 소리를 듣는 것만큼 어색했다.
   
   그럴만도 하다. NC 다이노스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알려진 7월 13일 이후 각종 신문과 방송 뉴스, 포털사이트 첫 화면은 온통 프로야구 선수들 얘기로 뒤덮였다. NC 구단과 박석민이 사과문을 발표한 14일에는 9개 방송사 메인 뉴스 프로그램이 모두 NC 소식을 톱뉴스로 전했다. 온종일 야구 얘기로 뉴스가 도배됐으니 야구 문외한조차 NC와 박석민 이름을 외우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좋은 뉴스, 훈훈한 뉴스였으면 좋았을 텐데 현실은 그 반대였다. 좋은 소식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KBO리그가 출범 40년 이래 처음으로 시즌을 중단했다. NC와 두산 1군 엔트리의 60% 이상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다. 주요 선수들은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동선을 허위진술해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경찰 고발도 당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에서는 중징계를 내렸다. NC 구단 대표이사가 날아가고 본부장과 단장은 직무배제됐다. 박민우(NC)와 한현희(키움)가 올림픽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쏟아지는 비난 여론 속에 결국 ‘별들의 잔치’ 올스타전도 취소됐다.
   
   
   “괜히 구단 말 들었다가 일이 커졌다”
   
   그날 선수들은 대체 왜 그랬을까? 하나하나 따져보면 평범한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 투성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를 돌파하는 시국에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한 방에 6~7명이 모였다. 선수들끼리 모인 것도 잘못인데 외부인 여성 2명을 불러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술판을 벌인 NC 선수 4명 중에 3명은 유부남이었다. “부도덕한 일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기혼남성이 여성들과 밤새 술을 마신 것 자체로 이미 도덕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다음날 원정경기가 있는데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셨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수원 원정 숙소에서 40분 거리를 달려 강남 호텔까지 날아온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은 대관절 무슨 생각이었을까. 새벽 도로를 질주하며 그들은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팀 동료 조상우와 박동원이 원정 숙소에서 물의를 빚은 게 불과 2년 전 일이다. 그때 당시 운영팀 핵심 책임자는 2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키움 1군 선수단을 책임지고 있다.
   
   더 이상한 건 일이 터진 뒤 선수들의 대처다. 함께 술을 마신 사람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데, 선수들은 방역당국 역학조사관의 질문에 사실대로 답하지 않았다. NC 선수 중에 누구도 호텔방 6인 모임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 역학조사에선 비밀과 침묵도 거짓말의 일종이다. 한화 선수들은 키움 선수들과 6분간 한 방에 있었던 사실을 숨겼다. 한현희는 역학조사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서울시 강남구는 이들 대부분을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유치원생도 아닌데 다들 금방 들통날 거짓말로 일관했다. 대체 왜들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구단 역시 늘 하던 대로 침묵과 회피, 거짓 답변으로 일관했다. 언론의 집요한 취재에는 ‘개인정보보호법’ 방패 뒤에 숨어 답변을 피했다.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버텼다. 그러는 사이 의혹과 루머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야구를 멈추게 만든 이들을 향한 팬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사건에 연루된 한 선수는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사실을 밝히고 사과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텐데, 괜히 구단 말을 들었다”며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야구계에선 언젠가 터질 일이 터졌다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아래 첫 시즌인 지난해에도 곳곳에서는 방역수칙 위반과 경계를 넘나드는 행동이 나타났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감독과 코치, 한데 모여 담배를 피우는 스태프, 확진자 발생으로 프로야구가 홍역을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선수단 단체 회식을 하는 구단. 원정 취재를 나가 보면 야심한 시각 친구들과 함께 시내를 배회하는 선수를 종종 볼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 확진자가 되면 동료가, 팀이, 리그 전체가, KBO리그로 먹고사는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걸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늘 아슬아슬했다. 지방구단 관계자는 “이제 와서 생각하니 작년에 1군에서 확진자가 안 나온 건 기적이었다”라고 말했다.
   
   
▲ NC 박민우는 2020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에서 자진 사퇴했고 경찰 조사도 받아야 했다. photo 뉴시스

   “훈계할 자격 있는 선배? 몇이나 되나”
   
   야구계의 일탈과 거짓말, 일반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로 한정해도 병역비리, 승부조작, 불법도박, 음주운전, 각종 폭행 등의 사건 사고가 주기적으로 야구판을 휩쓸고 지나갔다. 2004년에는 병역비리로 현역 선수 수십 명이 구속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2006년에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건에 연루돼 비난을 받았다.
   
   2012년과 2016년에는 현역 선수가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2012년 당시 LG 박현준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다음날 혐의를 인정했다. 2015년 삼성 선수들의 원정도박 사건이 터졌고, 당시 참고인 중지 처분을 받았던 윤성환은 최근 불법도박 혐의로 구속됐다. 윤성환은 승부조작 제안과 함께 현금 5억원을 받은 사실도 인정했다. 지난해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윤성환은 “소문만 듣고 쓰는 기사 한 줄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며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2016년 NC 에릭 테임즈,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NC 구단은 사건 발생 이후 5일간 침묵하다 언론 보도 조짐이 보이자 뒤늦게 사실을 공개했다. 강정호는 사고 직후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려고 시도했다. 이 사고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거센 비난 속에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역시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 투성이다.
   
   사실 야구계의 모럴해저드는 요즘 젊은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평소에는 쓴소리를 하더라도 이번처럼 전대미문의 사태 앞에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선배들 때부터 이어진 전통이다. 고작 한다는 얘기가 “이러다 야구 망한다” “이쯤에서 그만합시다” “일부의 일탈을 전체로 매도하지 마라”다. 과거 승부조작 파동 때, 병풍 파동 때, 어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나왔던 얘기다.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엄살을 떨었던 프로야구는 출범 40년째인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다.
   
   1990년대 선수로 활약한 한 야구인은 “솔직히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있는 선배가 몇이나 되나”라고 반문했다. “지금은 미디어도 많고 인터넷과 SNS가 발달해 비밀이 없는 시대다. 선수들도 그만큼 조심해서 처신할 수밖에 없다. 반면 1980~1990년대에는 선수가 사고를 쳐도 멀리까지 소문이 퍼지지 않았다. 사생활 문제나 사소한 범법행위 정도는 구단에서 처리해 줬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일이 그냥 덮인 예도 적지 않다. 음주운전이나 폭력 같은 건 일상이었다”는 주장이다. 후배들은 선배의 그림자를 좇고, 제자들은 지도자의 발자국을 따라 밟는 법이다.
   
   구단들은 선수의 잘못을 쉬쉬하고 감추기에 급급했다. 1군 주전 선수가 빠지면 팀 성적에 타격이 크다는 이유로, 선수의 잘못을 외부에 알리면 득 될 게 없다는 이유로 조용히 덮고 지나갔다. 의혹이 불거지면 일단 아니라고 우기고 봤다. 혹시라도 외부에 알려지면 드러난 만큼만 인정하는 ‘살라미 전략’(상황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썼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면 그때는 선수를 제물로 던졌다. KBO 역시 야구 인기와 리그 흥행을 핑계로 ‘엄중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 야구계가 40년 동안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도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이유다.
   
   선수단 교육을 담당하는 한 구단 프런트는 “흔히 구단들은 사고가 터지면 ‘선수들도 다 큰 성인인데 어떻게 구단이 관리하느냐’고 항변하지만, 사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몸만 성인이지 정신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성인’이 기본 교과과정을 이수하고 학교생활을 하며 성장한 사람을 의미한다면, 운동부에서 운동만 하며 자란 선수들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들만의 성 속에서 사는 선수들
   
   야구선수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엘리트 체육 시스템 속에서 사회와 분리돼 생활한다. 학교 수업이나 윤리 교육과는 담을 쌓고 운동장에서 야구 잘하는 ‘기계’가 되는 일에 집중한다. 일반 학생들의 보편적 삶과는 멀리 떨어져 운동선수들만의 높은 성을 쌓는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많은 연봉을 받더라도 온전히 ‘사회화’가 되지 못한 상태인 경우가 적지 않다. 앞의 프런트는 “선수단 교육 때마다 항상 ‘제발 운이 좋아서 오늘 교육한 내용을 떠올릴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라고 했다.
   
   어쩌면 “그 선수들은 왜 그랬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선수 출신 구단 관계자는 “결국 엘리트 체육 시스템 해체가 답”이라며 “운동기계를 만드는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선수도 어릴 적부터 학업을 병행하고, 일반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생활해야 한다. 또 일반 학생 역시 운동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도 보통 사람들과 같은 도덕 기준과 판단력을 갖춘 사회인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운동부 폭력과 선수들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기도 하다.”
   
   한 야구 원로는 “야구계가 이번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4년 병풍 사태를 2008년 올림픽 금메달로 극복한 기억을 떠올린 모양이다. 틀린 생각이다. 그 시절 통했던 성적 지상주의는 이제 철 지난 유물이 됐다. 지금의 팬들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특혜가 아닌 공정을 원한다. 야구만 잘하는 기계가 아닌,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하는 야구를 보기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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