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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9호] 20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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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자사고 폐지 논란은 현재진형행… 찬반 의견 들어보니

조윤정  기자 wastrada0721@chosun.com 2021-08-02 오후 1:57:31

▲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 교수 photo 김경근 교수
서울·경기·부산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지정취소가 위법이라는 최근 1심 판결은 절차적 문제만 판단한 결과다. 사법부는 행정 절차상 위법이 있는지만을 살폈고, 대신 자사고의 지정 목적, 학교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은 교육감이 판단할 영역이라고 판단했다. 2025년까지 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교육 방향에 대해서도 사법부는 교육부의 권한을 인정했다. 현재 전국 자사고·외고에서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교육계에서 자사고 존폐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주간조선은 이와 관련 자사고 찬성론자인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 대표와 반대론자인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 대표는 서울 중동고 교장을 지내다가 2019년 퇴임했다. 2010년 중동고등학교가 자사고로 지정된 이후 교감, 교장으로 일하며 학교를 관리해왔다. 교직에 있을 때부터 자사고의 가치를 연구하고 폐지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 한편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연구해왔던 김 교수는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주장해왔다. 2019년까지 자사고 평가위원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고교교육을 다양화하고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자사고 설립 취지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했다. 김 교수조차도 “자사고의 특수한 건학 이념을 실천할 수 있다면 학생의 적성과 성격에 맞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러한 취지가 지켜지는 자사고가 극히 드물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평가위원으로 전국 자사고를 돌아다녀 보니 그런 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며 “오랫동안 탄탄하게 운영돼온 학교가 아닌 이상, 학부모 반발 때문에 창의적인 교육 실험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생 태반이 다 수능 준비만 하고 있으면 왜 굳이 자사고를 지정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일반고보다 3배 비싼 등록금을 받는 자사고가 대입 결과 말고는 별다른 교육적 우수성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비판은 이명박 정부가 광역단위 자사고를 대거 지정했을 때부터 심화됐다. 자사고는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고등학교 5개를 지역에 시범운영한 것이 시초다. 민족사관학교(강원도 횡성군), 상산고(전라북도 전주시) 등이 이때 지정됐다. 그러나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전국 자사고 100개’ 공약을 내세우며 광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자사고를 대거 지정했다. 이후로 차별화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에만 20개 이상의 고등학교가 자사고로 전환됐다. 김 교수는 “당시 지정된 자사고 중에 건학 이념이나 차별화 교육을 실험해볼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학교는 많지 않았다”며 “오히려 자사고가 정시 수능 위주의 교육과정만 강화하면서 교육과정을 더 획일화시켰다”고 비판했다.
   
▲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 대표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반면 오 대표는 “자사고에서 선제적으로 이루어진 교육적 실험은 많다”고 반박했다. 대표적으로 서울 양천구 한가람고등학교에서 실시했던 ‘교과선택제’다. 학생이 직접 교과목을 선택하고 시간표를 짜는 형식의 교과과정으로,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교학점제의 전신이다. 현재 고교학점제는 다른 학교 수업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교과선택제는 학내에서만 이뤄진다. 정돈된 교과과정 안에서 학생의 주도권을 인정해주는 교과선택제는 학부모, 학생의 높은 만족도를 토대로 꾸준히 운영됐다. 오 대표는 “입시에 힘쓰는 것 말고도 자사고는 내부적으로 교육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며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학교가 계속 성장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학생들의 교사 만족도를 조사하는 ‘교사평가제’도 서울 중동고에서 선보였다”며 “교과과정에 대한 자율성, 학생에 대한 책임감이 큰 자사고에서만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대표는 “상위권, 하위권 학생에게 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평준화 교육은 그저 학생을 붕어빵처럼 찍어내는 것”이라며 “김연아, 손흥민 같은 인재들이 그런 보편적 교육과정에서 길러진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가가 설립 취지대로 자사고의 자율성을 제대로 보장해왔는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학교 운영에 가장 중요한 신입생 모집 요강을 바꾸며 자율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국가가 신입생 충원 규칙을 뒤흔들며 자사고의 학교 운영 자율성을 훼손했다”며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도록 유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자사고에 신입생 모집은 학교 재원을 마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학생 등록금이 1년 예산의 60~80%를 차지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자사고의 ‘우선선발권’ 폐지를 발표하면서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 모집을 하게 됐고, 이 때문에 신입생 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미충원과 추첨제 때문에 인재 선발 과정이 미흡해졌다”며 “천주교 재단의 자사고인 동성고의 경우는 신학자를 양성한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인재 선발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데, 선발 자율성이 줄어들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종교계 고등학교의 특수한 경우”라며 “일반적으로는 자사고를 운영할 때 생기는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맞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일반고 황폐화’다. 김 교수는 “집중하는 친구가 3명만 있어도 수업 품질이 확 달라진다”며 “그런 학생들이 다 자사고로 빠지게 되니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비싼 등록금으로 좋은 학업 분위기를 사는 차등 교육은 국가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사고의 필요성 여부에 대해서는 정반대 의견을 보인 두 사람이지만, 최근 교육청의 ‘10전10패’ 결과에 대해서는 모두 “교육청의 무리수”라고 입을 모았다.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에 앞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관계자들의 여론을 먼저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교육청에서 무리해서 일을 진행했기 때문에 (법원 판결은) 어느 정도 예견했다”며 “왜 그렇게 교육청에서 무리했는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진영 논리를 앞세워 일괄적으로 제도를 폐지하려 한 것에 대한 결과”라며 “이제라도 학교와 학부모 등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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