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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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구글이 특정한 앱·콘텐츠 결제 방식을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앱 개발사에 강요하는 걸 막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라고 불리는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본회의에서 이 법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면 세계 최초로 구글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일대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이 법은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등 대다수 국민들이 수시로 사용하는 앱마켓 운영을 다룬다. 앱마켓 사업자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행위 △다른 앱마켓에 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강요 혹은 유도하는 행위 △앱마켓에서 콘텐츠 등의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앱마켓에서 콘텐츠 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 △그밖에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조건이나 제한을 부과하는 행위 등을 하지 못한다.

“법안 발의만으로도 구글 태도 변화”

이 법은 지난해 7월, 구글이 결제 정책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부터 출발했다. 구글은 당초 올해 10월부터 구글플레이 내에서 제공하는 모든 콘텐츠앱에 인앱결제를 강제하려고 했다. 앱 사업자가 인앱결제를 쓰면 앱마켓에 반드시 15~30% 수수료를 내야 한다. 구글의 새로운 정책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 플랫폼 업체들의 비용을 증가시킨다. 그간 네이버나 카카오는 웹툰 등의 콘텐츠를 인앱결제를 우회해 제공해왔고 따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됐다.

‘구글플레이’를 통하지 않고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앱을 장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구글은 독점적 사업자로 ‘룰 세터(rule setter)’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 보니 인앱결제 강제라는 정책 변화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만들어냈다. 국내 플랫폼 업체뿐만 아니다. 국내 앱 개발자들, 앱을 통해 서비스하려던 기업들, 웹툰이나 웹소설 작가들까지도 이 변화를 우려했다.

콘텐츠 공급자를 넘어 웹툰이나 웹소설,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까지도 당장 지출이 증가할 수 있다. 인앱결제로 상승하는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어서다.

아우성이 커지자 국회가 입법에 나섰는데, 이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일들이 생겼다. 연달아 인앱결제 금지법이 발의되고 소위가 시작되자, 구글의 태도가 바뀌었다. 1000억원의 콘텐츠 업계 상생기금을 제시하고 인앱결제 강제 도입 시점을 2022년 4월로 연기하는 등 유화책을 폈다. 수수료 정책을 바꾼 게 두 번, 시행 시기를 바꾼 게 세 번이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구글이 입법 속도를 늦추려고 취한 액션들이 거꾸로 여당의 입법 의지를 높였다. 법안 발의만으로도 구글의 태도 변화가 생기면서 법안 통과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당은 이번 개정안을 8월에 통과시키려고 하지만 100% 예단하기는 어렵다. 케케묵은 난제가 남았다.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분야가 등장할 때마다 ‘내 영역’을 주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교통정리가 마무리되지 못했다. 이번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에서 두 기관은 서로 관할권을 주장했다. 이번 개정안은 관련 조사·시정 권한을 방통위에 부여했다. 반면 7월 20일 과방위 회의에서 공정위는 ‘중복규제’라며 개정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이 이날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공정거래법에 있는 유형과 동일한 법 위반행위가 들어가 있는데 거기서 사용하는 법 위반 판단기준과 법리들을 공정거래법하고 일관되게 같이 적용할 건지 아니면 앱마켓의 고유한 기준을 적용할 건지 방통위한테 그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만약 같이 적용한다면 왜 같은 기준을 2개 기관이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방통위는 앱마켓이라는 플랫폼 내 서비스 영역을 자신들의 전문 영역이라고 본다. 플랫폼 서비스 기업은 전기통신법상 ‘부가통신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공정위가 아닌 방통위라는 입장이다.

반면 김 부위원장의 발언에서 보듯 공정위는 구글 제재 등을 빌미로 방통위가 자신들의 규제 관할을 침범한다고 본다.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감시하는 규제 기관이 공정위이기 때문에 오프라인을 넘어 앱마켓처럼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사안도 자신이 규제 권한을 갖는 게 일관성 있다고 주장한다.

공정거래 일관성 vs 정보통신 전문성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이전에도 두 기관은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을 두고 충돌했다. 사회 전반에 더 큰 영역을 관할하는 이 법은 새롭게 떠오른 규제 시장 주도권을 쥐려는 두 부처의 대립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단 온라인 플랫폼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란 건 두 기관이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다.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어 커머스·배달 등 플랫폼 영향력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게다가 플랫폼이 떠오르는 과정에서 배달앱과 쇼핑앱을 중심으로 사업자의 불공정행위가 화두가 되면서 규제의 필요조건이 조성됐다.

대통령의 한마디도 관계 기관에 크게 다가왔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디지털경제 불공정 행위에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하면서 관련 부처의 플랫폼 규제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처리되지 못한 두 개의 제정안이 제출돼 있다. 하나는 지난 1월 공정위가 낸 정부 입법안(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다른 하나는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의원 입법안(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이지만 보통 방통위안으로 불린다. 공정위안은 기업 간 불공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이 입점 업체에 갑질을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방통위안은 그것보다는 좀 더 소비자 보호에 주안점을 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두 기관이 플랫폼 규제권한을 놓고 다투는 중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의 일관성을 내세우고 있고 방통위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전문성을 내세운다.

법안을 다루는 국회 소관 상임위도 각각 정무위와 과방위로 갈라져 있다. 공정위는 정무위에, 방통위는 과방위에 관련 법을 올렸다.

교통정리가 필요하자 지난 2월 당정은 관련 상임위를 정무위로 하고 공정위안을 단일안으로 심사하는 쪽으로 정리했는데 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의 반발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정위안은 정부안이고 방통위안은 의원입법안이다. 보통 이럴 때 두 법안을 병합하지 않는 이상 한쪽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플랫폼은 일상이지만 국민의 일상에 영향을 주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은 현재 법안심사소위에 머무른 채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상임위를 통과했다지만, 여전히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을 업계 관계자들이 예의주시하는 이유도 두 규제 기관의 갈등이 가져올 후과(後果)를 쉽게 짐작하기 어려워서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빨리 통과되고 시행될수록 좋은 법이지만 공정위가 반발하고 법사위에서 법이 표류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 구글이 또 다른 움직임을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이 좀 더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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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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