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전문 중소기업인 솔탑 등이 개발 중인 초소형 큐브(나노) 위성. ⓒphoto 솔탑
위성 전문 중소기업인 솔탑 등이 개발 중인 초소형 큐브(나노) 위성. ⓒphoto 솔탑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나 적성국가의 군사적 이상징후를 탐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자주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형 위성이 아닌 100㎏ 이하급 초소형 위성을 이용해 준(準)실시간 개념으로 감시·정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해 8월 국산무기 개발의 총본산인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는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열린 창설 50주년 기념 합동시연 및 전시행사에서 첫 공개된 초소형 SAR(영상 레이더) 정찰위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보통 위성은 원통 모양의 본체와 날개 모양의 태양전지판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초소형 SAR 위성체는 가로 3m, 세로 70㎝ 크기의 직사각형 형태다. 앞면에는 레이더를 달고 뒷면에 태양전지판이 동전의 앞뒷면처럼 장착된 구조다. ADD는 이 위성체의 무게를 66㎏ 이하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일반 정찰위성 무게는 500㎏~1t 이상이었다. 해상도는 1m급으로 주야간, 악천후에 상관없이 510㎞ 상공에서 지상 1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성능이다.

악천후도 극복하는 SAR 위성

과거 정찰위성은 보통 해상도 높은 전자광학(EO) 카메라로 적 지역을 감시·정찰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전자광학 카메라는 구름이 끼거나 악천후엔 이를 뚫고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 SAR 위성이다. SAR 위성은 레이더 전파를 쏴 구름을 뚫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천후 위성이다. 사진의 선명도는 전자광학 위성보다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국산 초소형 SAR 정찰위성 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의 미래도전 사업으로 2019년 11월 시작됐다. 2023년 11월까지 4년간 총 198억원이 투입된다.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한화시스템, 중형 위성 전문업체인 쎄트렉아이, 위성 전문 중소기업인 솔탑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군 당국은 이미 1조2200억여원의 예산으로 대형 정찰위성 5기를 오는 2022~2024년 도입하는 425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한국군 전환에 대비해 한국군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간판 사업’이다. 425사업 위성은 SAR 위성 4기와 전자광학 위성 1기로 구성돼 주야간 전천후 북한 감시가 가능하다. 미제 장거리 고고도 전략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 4기도 지난해 도입해 실전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호크는 지상 20㎞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가동해 지상 30㎝ 크기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다. 작전 반경이 3000㎞에 달하고 32~40시간 연속 작전을 펼칠 수 있어 사실상 24시간 한반도 전역을 감시할 수 있다.

대형 정찰위성과 글로벌호크 등 다양한 항공 정찰수단이 있음에도 초소형 정찰위성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뭘까? 우선 주한미군 U-2나 글로벌호크 같은 정찰기와 무인기들은 지구 곡면과 카메라 특성에 따른 사각지대가 생기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정찰위성은 그런 제한 없이 전천후로 북한을 감시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정찰위성에도 치명적 약점이 있다. 북한 상공을 한 번 통과할 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일반적 예상과 달리 미 정찰위성 등이 북 상공을 한 번 통과할 때 실제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3~4분에 불과하다. 하루에 5차례 북한 상공을 통과할 경우에도 실제 누적 촬영(감시) 시간은 15~20분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정찰위성이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북한 지역의 폭도 10~50㎞ 정도에 불과하다.

군 당국은 425사업으로 5기의 대형 정찰위성이 도입되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등 북핵 위협 감시 공백을 대부분 메울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 위성의 정찰 주기가 2시간가량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2시간에 한 번 북한 상공을 지나며 사진을 찍는다는 의미다. 그만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감시하는 데 사각시간,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북한을 24시간 공백 없이 감시하려면 대형 정찰위성보다 값이 매우 싸 훨씬 많은 규모로 운용할 수 있는 소형 또는 초소형 정찰위성이 필요한 것이다. 초소형 위성은 보통 무게에 따라 미니(100~500㎏), 마이크로(10~100㎏), 나노(1~10㎏), 피코(1㎏) 위성으로 나뉜다. 얼핏 보면 나노·피코 위성이 가볍고 싸기 때문에 좋을 것 같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작을수록 해상도와 수명 등 성능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이 중 마이크로 위성이 가장 가성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은 1기당 50억원가량인데 1m 안팎의 해상도를 갖고 있다. 수명도 3년 이상이다. 425사업 대형 위성은 1기당 평균 가격이 2400억원에 달한다.

ADD가 지난해 공개한 초소형 SAR 위성도 마이크로 위성에 해당한다. 1기당 양산가격은 70억~8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425사업 대형 위성 1기 가격으로 30여기의 초소형 SAR 위성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초소형 위성의 가격이 이렇게 싸진 데엔 SAR 위성에 KF-X(한국형 전투기) AESA(위상배열) 레이더 송수신 모듈을 그대로 활용한 것 등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한화시스템이 KF-X AESA 레이더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에 초소형 위성용 SAR 개발 시간 및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는 것이다. 위성 본체를 개발 중인 쎄트렉아이는 두바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전자광학 또는 SAR 중소형 정찰위성을 수출해 세계적인 소형 위성 강소기업으로 인정받은 업체다. 한화시스템과 함께 참여하고 있는 솔탑은 위성 분야 강소기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민간업체로는 처음으로 대형 위성 수신 안테나를 설치해 위성 영상 등 수신능력을 강화했다. 솔탑은 내년엔 민간업체 중 처음으로 초소형 큐브 위성도 발사할 예정이다. 초소형 SAR 위성의 경우 32기를 띄우면 30분 간격으로 북한 지역을 정찰할 수 있다고 한다. 425사업 위성에 비해 4분의1 정도로 사각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 등이 개발 중인 국산 초소형 SAR(영상 레이더) 정찰위성. ⓒphoto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 등이 개발 중인 국산 초소형 SAR(영상 레이더) 정찰위성. ⓒphoto 국방과학연구소

32기 띄우면 30분 간격으로 북한 정찰 가능

하지만 우리 초소형 정찰위성 도입에는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ADD가 공개한 초소형 정찰위성은 일종의 첨단기술 개발 시범사업으로 2023년까지 개발이 끝나면 양산과 실전배치 전에 검증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발사를 해 우주공간에 띄워봐야 제대로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데 아직 실제 발사 계획은 없는 상태다. 국제우주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숙제다. 미국 ‘카펠라’, 핀란드 ‘아이스아이’ 등은 이미 해상도 50㎝~1m급인 초소형 SAR 위성을 띄워 상업용 사진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도 민간 주도로 초소형 SAR 위성을 속속 띄우고 있다.

또 위성발사체 가격을 낮추는 것도 과제다. 세계 우주발사체 시장은 스페이스X가 발사비용을 기존의 절반 이하로 낮춰 뛰어들면서 크게 요동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사일 지침 해제에 따라 고체로켓 우주발사체를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소재비용 절감 등을 통해 발사체 비용을 낮춰야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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