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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0호]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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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의 현장일지]모욕죄, 시기 놓치면 고소 못 한다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2021-08-10 오전 11:55:23

▲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지난 6월 1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천안함 관련해 욕설과 막말을 한 휘문고 교사 A씨에 대해 명예훼손과 모욕죄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한 뒤 접수증을 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안산 선수에서부터, 대선후보로 출마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르기까지 온라인·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과도한 비판과 폄하, 욕설이 발생하고 있다. 공인이라고는 하지만 한 개인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댓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사실 유명인이 아니라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사내 게시판, 교내 게시판 등에서 타깃이 되어 모욕을 당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졌다거나, 어떠한 사안의 평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이나 비방이 자주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혼한 여자가 통일의 꽃?,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라는 댓글을 쓴 사건, 기타 “일베충” “된장녀” 댓글을 쓴 사건에서 모욕죄가 인정되기도 하였고, 술집이나 식당에서 시비가 붙어 모욕죄가 인정된 사건도 있다. 일례로 112 신고로 식당에 출동한 경찰관을 향해 “젊은 놈의 새끼야, 순경 새끼, X새끼야”라고 한 사건에서 모욕죄가 인정된 바 있다.
   
   가해자는 별 생각 없이 말을 뱉거나 댓글을 단 것일 수 있지만, 사안에 따라 피해자는 매우 큰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필자가 담당한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회사에서 퇴사를 하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된 경우도 있다.
   
   그런데 혼자 끙끙 앓다 법적 대응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공소시효’만을 생각한다면 정말 후회할 수 있다.
   
   모욕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그럼 피해자에게 법적 대응을 할 시간이 5년이 주어진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공소시효(5년)는 한참 남았지만, 고소기간은 이미 지났거나, 하루나 이틀 남은 경우도 있다.
   
   모욕죄는 고소권자(피해자,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등)의 고소가 있어야만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한다. 쉽게 말하면 피해자의 고소가 없다면 처벌을 할 수 없는 범죄다. 친고죄의 경우 다른 범죄와 달리 ‘고소기간’이 정해져 있고, 이 고소기간 내에 고소를 해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범인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내 해야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에서는 ‘친고죄에 대하여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 단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로부터 기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고소기간에 제한을 둔 이유는 가해자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를 오랫동안 국가가 아닌 사인의 의사에 맡겨 불확정한 상태에 두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고소기간이 넘어간 상태에서 고소를 하면 그 고소는 부적법하게 되고 소송조건이 결여되므로 공소제기도 부적법하게 된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그 결과 ‘공소’가 ‘기각’되는데, 쉽게 말하면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고소기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다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변호사 입장에서도 의뢰인이 최종적으로 고소를 할지 말지 결정하기에 앞서 남은 고소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상담 과정에서 확인하게 된다.
   
   고소기간 6개월의 기산점이 되는 날은 ‘범인을 알게 된 날’이다. 여기서 범인을 알게 된다 함은 통상인의 입장에서 보아 고소권자가 고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1)범죄사실과 (2)범인을 아는 것을 의미한다.
   
   (1)범죄사실을 안다는 것은 고소권자가 친고죄에 해당하는 범죄의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확정적인 인식이 있음을 말한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도4680 판결) 예컨대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아내가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는 강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남자를 강간죄로 고소한 사건에서, 검찰은 다른 남자가 강간한 사실이 없다고 보아 무혐의 결정을 했다. 남편은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 나자 비로소 자신의 아내가 바람을 폈다고 보아 간통죄로 고소했다. 대법원에서는 강간 고소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 있은 때 비로소 아내와 다른 남자 사이의 간통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때로부터 고소기간을 기산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3106 판결) 즉 아내와 다른 남자 사이의 성관계 사실을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아내가 다른 남자를 ‘강간’으로 고소한 이상, 아내가 ‘간통’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관계 사실을 알게 된 날을 기준으로 ‘간통죄’의 고소기간을 기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강간’에 대해 무혐의 결정이 난 때 비로소 간통(강간이 아니라면 상호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 되는데 유부남이나 유부녀가 자신의 남편이나 아내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하는 것은 간통이 된다) 사실을 인지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때부터 고소기간을 기산해야 한다는 취지다.
   
   (2)범인을 아는 것이라 함은 범인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범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인식함으로써 족하다. 따라서 범인의 성명, 주소, 연령 등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 범인이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 고소기간이 기산될 수 있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도576 판결)
   
   인터넷 댓글 작성자의 닉네임이나 아이디만 알게 된 경우라면 어떠할까? 다른 정보가 없고 오직 이러한 정보만 있을 경우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범인을 알게 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우리 대법원도 “닉네임이나 아이디를 알게 된 것만으로는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알게 되었다거나 그때로부터 친고죄의 고소기간이 진행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9. 9. 25. 선고 2016도13001 판결) 다만 사안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히 언제부터 고소기간이 기산되는지 전문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
   
   
   고소 시기 놓쳐도 민사소송은 가능
   
   만약 고소기간을 놓쳤다 하더라도 형사고소를 통한 형사처벌은 어렵지만, 민사소송으로 위자료 등은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형사고소 없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피해자가 상대 측이 비방의 목적으로 공연히 자신을 욕하거나 조롱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사실 하나하나를 모두 피해자가 맨땅에서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번거롭다. 반면 형사고소가 되어 상대방이 모욕죄로 처벌을 받았다면 그 형사판결을 증거로 제출하면 되기 때문에 입증이 어렵지 않고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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