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1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photo 뉴시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1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photo 뉴시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8월 11일 법원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지난 2013년 민주노총·경찰 간 대치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양 위원장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 법원에 출석해 구속영장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보다 노동자의 고통 해결이 절박하다고 판단했다”며 “정부의 방역 책임 전가, 민주주의의 훼손, 노동자 문제의 외면을 방관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가만히 있으라는 권력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앞서 양 위원장에게 7월 3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8000여명이 모인 전국노동자대회 등을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와 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 등을 적용했다. 5월 1일 세계 노동절 대회 및 6월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를 위한 시민분향소 설치 등도 양 위원장이 주도했으며 그 과정에서도 집시법과 방역지침을 위반했다는 것이 경찰 입장이다. 정부의 과로사 대책 이행을 촉구한 택배노동자들의 상경 투쟁, 산재사망 노동자 합동 추모제 또한 마찬가지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양 위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지난 9일 민주노총측 법률대리인과의 면담 이후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은 11일 오전 10시 30분 양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양 위원장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기로 한 것은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노동계에선 양 위원장의 이번 출석 거부로 향후 경찰의 강경 조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3년 수서발 KTX 민영화 반대 총파업 당시 경찰은 잠적한 김명환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진 체포를 위해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이 입주한 서울 정동 경향신문 건물에 진입하기도 했는데, 당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시 경찰과 민주노총 조합원 간 극한 대치로 현장은 사옥 유리 현관문이 깨지는 등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경찰은 곧 양 위원장 신병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노총은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노총 측은 “방역대책본부가 집회 참여 확진자는 집회와 무관하며 지역 음식점에서 확진된 사실을 발표했다. 집회는 평화적으로 진행했고 사실관계를 인정했기 때문에 증거인멸의 위험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범의 우려고 있다고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영장실질심사는 7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중심으로 정치공세와 탄압으로 일관했던 시나리오의 마지막 절차”라고 지적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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