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8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안장식에서 허토하는 문재인 대통령. ⓒphoto 뉴시스
지난 8월 18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안장식에서 허토하는 문재인 대통령. ⓒphoto 뉴시스

북한 당국이 공식 편찬한 조선대백과사전이 봉오동전투의 주역인 홍범도 장군은 수록한 반면, 청산리대첩을 이끈 김좌진 장군은 이름조차 넣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이 주목된다.

홍범도 장군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카자흐스탄에서 국내로 유해가 봉환돼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인물이다. 조선대백과사전은 홍범도 장군을 ‘반일 의병대장, 독립군 지휘관’으로 소개하면서 김일성의 언급도 함께 수록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었다. 유명한 의병대장인 홍범도는 자체로 쇠돌을 녹여 화승대를 만들고 철알을 부어가지고 왜놈들을 무찔렀다.” 이는 ‘김일성 전집’에 나오는 내용이다.

반면 청산리대첩의 영웅인 김좌진 장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이는 김좌진 장군과 홍범도 장군이 함께 참전한 ‘청산리대첩’을 소개하는 항목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대백과사전은 청산리대첩을 ‘청산리전투’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면서, “청산리전투는 봉오골(동)전투와 함께 독립군운동 때 반일 독립군부대들이 진행한 가장 큰 싸움으로서, 당시 조선민족의 반일 적개심을 고무하는데 일정하게 이바지했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휘관의 이름은 김좌진을 빼고 홍범도만 거론하고 있다.

이에 그 배경이 주목되는데, 레닌을 비롯한 소련 공산주의자들과 홍범도 장군과의 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선대백과사전은 홍범도 장군에 대해 서술하는 대목에서 “쏘련(소련)에 대한 제국주의 렬강(열강)들의 무력간섭이 종식될 때까지 붉은군대(적군)와 함께 일제침략군과 백파군(백군)을 반대하여 견결히(굳세게) 투쟁하였다”며 “독립군 대표로 모스크바에 가서 레닌을 만났다”고 서술하고 있다. 반면 공산당과 일정 거리를 두었던 김좌진 장군은 1930년 고려공산당원인 박상실에 의해 암살당한 바 있다.

‘자유시 참변’도 홍범도 장군의 생애에서 주목받는 사건이다. ‘자유시 참변’은 1921년 6월, 소련 자유시(스보보드니시)에서 소련 적군이 편입을 거부한 독립군을 학살한 사건이다. 자유시 참변은 ‘흑하(黑河)사변’으로도 불리는데, 이 사건으로 독립군은 사실상 궤멸됐다. 하지만 홍범도 장군은 ‘자유시 참변’ 이듬해인 1922년 1월 모스크바에서 코민테른(국제공산당) 주최로 열린 극동인민대표대회(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해 레닌으로부터 군복과 권총을 선물받았다. 조선대백과사전에서는 ‘자유시 참변’ 또는 ‘흑하사변’에 대한 언급 역시 찾을 수 없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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