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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3호]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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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전교조 지고 MZ세대 교사노조 뜨고

조윤정  기자 wastrada0721@chosun.com 2021-08-31 오후 4:19:11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빠져나와 만든 교원노조다. 이전까지 전국적 교원단체로는 조합원 13만5000명의 한국교총(교총)과 5만~6만명의 전교조뿐이었다. 교사노조는 2016년 80여명의 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전교조의 비민주성, 정파성, 중앙집권적 관료성을 비판하며 나와 창립한 서울교사노조가 전신으로 2017년 12월 정식으로 창립했다. 생긴 지 4년이 되지 않은 지금 조합원 수는 3만6000명(2021년 8월 기준)가량이다.
   
   아직은 숫자로만 보면 제3의 교원단체지만, 이익단체 성격이 강한 교총이나 갈수록 노조원 수가 줄어드는 전교조와 비교해 보면 위세나 성장 속도 면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가 됐다. 노조에만 국한해서 보면 전교조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게다가 전교조는 회원수가 감소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전교조가 민주노총이 이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 투쟁에 동참한 것이 젊은 교사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하는 계기가 됐다.
   
   교사노조는 지난 6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가입하면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조직인 전교조와 더불어 ‘양대 교사 노조’로 자리매김했다. 교사노조가 속해 있는 공공서비스노동조합총연맹(공공노총)이 한국노총에 가입하면서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을 누르고 제1노조 지위를 되찾았다. 한국노총 대변인은 “10만명가량의 공공노총이 가입하면서 조합원이 140만명으로 늘어났다”며 “민주노총과 크게 차이가 나는 건 아니지만, 고용노동부에 제1노조 지위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에 큰 힘을 보탠 교사노조는 노조 형태를 띠고 있지만 전교조처럼 조직의 대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걸 강요하지 않는다. 또 교사노조에서 전개하는 사업들은 정치적 이슈보다는 현장에서 교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들이 많다. 교사노조연맹은 2040세대 교사 비율이 95%에 달한다. 노조에 가입한 MZ세대 교사들은 대부분 전교조가 아닌 교사노조를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총은 올드하고 전교조는 실망스럽다.”
   
   교총, 전교조에 대해 한 MZ세대 교사 김모(37)씨는 이렇게 평가했다. 전라남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그는 “두 단체의 이념적·정치적 색깔은 반대지만, 현장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점은 같다”며 “지금 전교조는 기존의 교총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원래 젊은 교사들의 선택은 전교조였다. 양대 단체 중 교총은 현장에서 일하는 평교사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은 단체였기 때문이다. 교장, 교감, 장학사, 대학교수 등 소위 관리직급도 가입할 수 있었다. 또 이들이 조합의 고위 임원으로 자리 잡고 있어 아무래도 평교사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 때문에 ‘교총=관리자 단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김 교사는 “현장을 떠나신 분들이 ‘나 때는 그랬어~’ 하는 입장으로 대안을 내시는 게 많다”며 “학교 현장은 1년 1년이 다른데 젊은 교사들 입장에서는 전혀 와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교조는 대학교수, 교장, 교감 등을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조합 가입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현장과 부대끼는 교사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대변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도 최근 젊은 교사들의 낮은 가입률로 인해 조합원이 5만~6만명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젊은 교사들은 교총도, 전교조에도 모두 거부감을 느끼지만 신생 노조인 교사노조에는 긍정적이다. 한때 전교조 가입도 고민했지만 다른 단체에 가입한 김 교사도 교사노조를 ‘사이다 노조’라고 부를 정도다. 김 교사는 “(교사노조는) 이해관계가 얽히는 게 없어서 그런지 교사들이 현장에서 불만을 가지는 영역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며 “우리 모임도 잘하고 있지만 일단 저희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는 ‘사이다 노조’라고 한다”고 말했다.
   
   
   현장 불만 해결하는 ‘사이다 노조’
   
   하나의 통합된 조합 안에 여러 지부를 두는 전교조와 달리, 교사노조는 여러 독립적인 노동조합이 연맹으로 느슨하게 묶여 있는 형태의 연합체다. 전교조는 중앙위원회라는 구심점이 있고, 그 아래 지역별 지부와 유치원·초등·특수교육 등 위원회가 속해 있어 중앙집중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교사노조는 서울·인천·강원 등 지역별 교사노조와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등 개별 노조가 묶여 있다. 이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고 지역별, 단위별 분권 성격이 강하다. 중앙집권적인 전교조와 비교해서 각 개별 노조의 요구가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합비를 운용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전교조는 조합비가 봉급액의 0.9%라 1만7000원에서 3만6000원까지 걷는데, 중앙에서 70%를 쓰고 나머지를 지부에서 분배받아 운용한다. 교사노조연맹은 반대다. 1인당 1만원 안팎의 조합비를 내면 20%를 연맹에 납부하고 나머지는 개별 노조가 독자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이러한 느슨한 연합체식 구성은 젊은 교사들이 교사노조연맹을 찾는 큰 이유 중 하나다. 개별 노조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할 수 있어 현장에서 겪는 불만사항을 가감 없이 얘기하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불만사항은 ‘교사의 업무 과중’이다. 최근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는 돌봄 문제가 뜨거웠다. 2018년 교육부에서는 ‘온종일 돌봄 정책’을 발표하며 초등돌봄교실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지침을 밝혔다. 지난 8월 초에는 돌봄 시간을 정규교육 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3시에서 최대 7시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러한 돌봄 업무는 돌봄 전담사들이 맡긴 하지만, 관련 행정 업무는 모두 교사가 떠안는다. 중·고등학교보다는 초등학교가, 초등학교보다는 유치원 교사의 업무 강도가 더 세다. 저학년으로 갈수록 아이들 통제가 어렵고, 그럴수록 교사의 ‘무한 책임’이 강조된다. 앞서의 김 교사는 “아이들을 상대하는 실무적인 일은 돌봄 전담사들이 하지만, 그 외에 제반 업무는 교무실로 넘겨진다”며 “아이들이 하교하면 돌봄교실로 책임이 이관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담사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가 퇴근한 이후인 돌봄 시간에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은 교사에게 있다. 김 교사는 “만약 돌봄교실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실태조사는 담임 몫”이라며 “안전사고는 물론이고 돌봄교실의 공지나 접수에 문제가 생겨도 학부모들은 담임에게 항의한다”고 설명했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제1차 단체교섭 본교섭 개회식에서 손을 잡고 있다. photo 뉴시스

   졸업앨범 간소화 등 현장 밀착 사업들
   
   이 같은 업무 과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들과, 비교사 교직원들인 행정직원, 돌봄 전담사 등과의 업무 분담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산하 비교사 교원 단체들 때문에, 전교조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도부 역시 젊은 교사들의 불만을 알고 있지만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교사들의 불만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데서 전교조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다. 김 교사는 “교사의 입장을 많이 반영해줬으면 좋겠는데, 민주노총 산하에 있는 다른 직원노조들과의 관계 때문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출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교사노조)을 설립한 정온(28) 위원장도 같은 이유로 전교조가 아닌 교사노조에 가입했다. 지난 8월 18일 서울 여의도 교사노조연맹 사무실에서 만난 정 위원장은 “우리가 만약 전교조에 들어가면 초등위원회에 흡수된다”며 “전교조 안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바를 주장하기 어려울 것 같아 교사노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직 생활 6년 차였던 정 위원장이 소셜미디어 ‘밴드’를 통해 만든 초등교사노조는 현재 3500명이 가입해있다.
   
   “(조합을 만들고) 자고 일어나니까 2000명이 가입해 있었어요. 초등교사 커뮤니티에서 오직 교사만을 위한 노동조합을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많길래, ‘제가 한번 만들어볼까요?’라는 게시글을 남겼더니 동의하는 댓글이 주르륵 달리는 거예요. 그래서 밴드에서 모임을 만들었더니 다음날 2000명이 가입해 있었어요. ‘아, 이제 진짜 도망 못 가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죠.”
   
   그렇다고 강성노조 같은 응집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날 회의실에서 줌(zoom)으로 노조 집행부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들어온 정 위원장은 집행위원들의 연령을 묻는 질문에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다른 노조에 중복가입하는 것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연령대도 그렇지만, 중복가입을 했는지 다른 노조에서 왔는지 등을 일일이 조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활발히 활동하는 조합원들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2030이 71%였다고 한다.
   
   이들이 다루는 문제는 현장에서 교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졸업앨범 간소화 사업이다. 모든 학급 교사와 아이들의 사진, 이름, 연락처가 공개되는 졸업앨범에 교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앨범에 실린 사진을 본 학부모가 교사를 스토킹하거나 제자를 사칭해 보험 판매를 하고, 심지어 보이스피싱 문제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성범죄인 ‘n번방’에서 현직 교사 사진을 합성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사실이 알려지며 불안감이 더 커졌다. 교사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70% 이상의 교사가 ‘본인의 사진 자료가 범죄에 악용될까봐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교사노조는 같은 반 학급만 넣어서 간소화된 졸업앨범 만들기, 정보제공에 동의한 교사나 학생만 사진 넣기 등을 주장해 몇몇 학교에서 이러한 방법을 따르고 있다. 이외에도 학교 청소 예산 확대, 부장과 담임 수당 인상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교조의 이념을 앞세운 운동과 비교하면 이런 이슈는 ‘하찮은’ 편에 속하지만, 오히려 젊은 교사들의 호응도는 크다. 졸업앨범, 청소 예산 문제를 연구하고 총괄한 교사노조연맹 장경주 정책국장은 “사업을 추진할 때 옛날에 전교조에 계셨던 50대 이상 조합원 분들은 ‘설마 이것만 할 건 아니지?’ 하셨다”며 “정치 투쟁, 거대 이슈를 맡아서 하는 전교조 입장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젊은 교사들이 공감하는 것은 이런 생활밀착형 어려움이다”라고 설명했다.
   
   
   젊은 교사들 실망이 전교조 약화시켜
   
   결국 교사노조연맹에 대한 젊은 교사들의 호응은, 교사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해 전교조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데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했다고 볼 수 있다. 2017년에도 전교조가 민주노총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투쟁에 동참하자 회원들이 대거 탈퇴하며 ‘전교조가 분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때 송원재 당시 전교조 서울지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에 “하루에도 몇 번이나 탈퇴하겠다는 조합원들의 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전화 받기가 두렵다”고 적었다.
   
   교원단체가 지나치게 정치적, 관념적인 구호를 외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젊은 교사들이 전교조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2016년 김달효 동아대 교수의 논문 ‘중등 교원양성기관 학생들의 교원단체에 관한 인식 분석’을 보면 전교조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너무 급진적이거나 정치적 경향이 있다(35.5%)’는 답변이 많았다.
   
   앞서의 김 교사는 “전교조에는 옛날 민주화세력들이 조직 헤게모니를 꽉 잡고 있다”며 “전교조 출신 교사 선배들이 교육청 고위직에 올라가 있고, 교육감의 최측근 보좌관이 전교조 선배로 임용되는 것 등을 보면 예전의 전교조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 위원장은 노조를 창립할 때부터 ‘탈이념, 탈정치 노조’라고 정의했다.
   
   전교조처럼 정치 세력화된 교원단체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99년 합법노조로 인정받은 전교조는 2003년 조합원 수가 10만여명(2003년 기준 9만3000여명)에 달했지만 이후 하락세가 계속됐다. 교원노조 조직률은 2004년 27.3%에서 계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2019년 3.1%를 기록했다.
   
   전교조가 2016년 법외노조화되면서 조직률이 낮아진 영향도 있었지만 지난해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지 7년 만에 합법노조 지위를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교사들의 외면은 계속되고 있다. 낮은 가입률은 전교조의 고민 중 하나다. 일본에서는 전교조와 비슷한 성향의 일본교직원조합이 있었지만, 점점 조직률이 낮아지다가 1980년대에 와해됐다. 전교조 역시 위원장 공약으로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젊은 교사 의견 수렴’ 등을 발표하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교조 측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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