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지난 8월 23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지난 8월 23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술실 CCTV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동 개정 의료법은 법안 공포 후 2년 후 시행될 예정이므로, 2023년 하반기부터 실제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대학생 A씨가 서울 소재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도중 의료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A씨는 수술 중 과다출혈로 사망하였는데, 문제는 지혈을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가 했다는 점이었다. 2019년 조선일보가 취재한 내용에 의하면, 의사는 수술실을 오랜 시간 비웠고, 지혈을 하던 간호조무사는 화장을 하거나 수시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A씨는 과다출혈로 중태에 빠져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49일 만에 숨을 거두었다.

그런데 검찰은 해당 병원 원장, 의사, 간호조무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여러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검찰은 간호조무사들이 의사가 없는 동안 지혈한 시간이 약 35분 정도로 권씨에 대한 전체 지혈시간에 비추어 그다지 길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보조의사가 수술실 밖으로 나오기 전에 간호조무사에게 어느 부위를 압박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점, 간호조무사가 할 일이 얼굴을 눌러 지혈하는 것 외에 달리 없었다는 점, 인접한 수술실에 3명의 의사가 있었다는 점, 의사가 지혈 행위의 개시와 종료를 결정한 점 등을 근거로 의료진과 간호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분노한 유족들은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를 했으나 기각되었고, 다시 재정신청을 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의료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병원 원장, 의사, 간호조무사들을 기소할 것을 명령했다. 결국 2020년 10월 검찰은 법원의 기소명령에 따라 해당 병원의 원장, 의사, 간호조무사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리고 2021년 8월 19일 1심 법원은 병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사회적 공분을 산 위 사건에서 수술실 CCTV가 A씨의 사망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공론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수술실 CCTV 설치법, 그 세부적인 내용은?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거나 비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 마취 환자에 대한 성범죄 등의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수술실은 외부와 엄격히 차단되어 있어 의료과실이나 범죄행위의 유무를 규명하기 위한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의료법도 ‘의료기관의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하도록 하고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수술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의료분쟁 발생 시 적정한 해결을 도모한다’는 것을 입법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개정 의료법에 의하면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반드시 설치하여야 한다.(제38조의 2 제1항)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제90조)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이 요청하여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동의하는 경우를 포함)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은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장면을 폐쇄회로 텔레비전으로 촬영하여야 한다.(제38조의2 제2항) 마찬가지로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제90조) 단, (1)수술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2)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3)수련병원 등의 전공의 수련 등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예외 사유가 있다면 촬영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이러한 절차를 따르지 아니하고 임의로 의료 행위를 촬영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88조의 제3호)

수술 영상의 관리는?

결국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또는 보호자)의 요청 내지 동의에 따라 그 장면을 촬영하여야 한다. 촬영할 때 원칙적으로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만약 녹음기능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환자뿐만 아니라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제38조의2 제3항)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제90조)

한편 의료기관의 장은 폐쇄회로 텔레비전으로 촬영한 영상정보가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내부 관리계획의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38조의2 제4항)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영상을 분실, 도난, 유출, 변조 또는 훼손이 발생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제88조의2 제2호)

아울러 촬영한 영상을 임의로 열람하게 하거나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수사·재판 업무 수행을 위하여 관계 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조정·중재 개시 절차 이후 환자의 동의를 받아 요청하는 경우, 또는 환자와 의료인 등 정보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하여 열람, 제공할 수 있다.(제38조의2 제5항) 이를 위반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87조의2 제2항)

또한 누구든지 이러한 촬영 영상을 누출 변조, 훼손해서는 안 되며, 의료법에서 정한 목적 이외의 목적(예컨대 영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87조의2 제2항)

마지막으로 의료기관의 장은 촬영 영상을 30일 이상 보관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90조)

법 시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

개정 의료법은 CCTV 설치 및 촬영 의무 대상을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하는 수술’로 한정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영상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환자(또는 보호자의) 요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술 영상 촬영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상당한 곤란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개정 의료법이 영상정보의 열람이나 이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그에 따른 강력한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으나, 영상정보의 특성상 한번 퍼지면 이를 모두 차단하기란 매우 어렵고 해외 사이트 등에 올라가는 경우 삭제조차 힘들기 때문에 수술 영상 유출로 인한 문제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법 시행 과정상에서 위와 같은 문제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각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면밀한 준비를 할 수 있게 조치할 필요가 있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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