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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74호]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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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까칠한 약국]서울의 ‘난민’ 논란이 놓치고 있는 것

박한슬  약사·’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 저자 

▲ 지난 8월 26일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조력자 및 가족들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도착한 후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됐다. 2001년 9월 11일 세계 무역센터 테러로 촉발된 전쟁 이후, 20년 만에 탈레반이 정권을 탈환한 것이다. 남의 나라 얘기라고 하기엔 아프가니스탄 정권 교체의 지정학적 의미나, 미국의 변화한 외교정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한국인들에겐 지나치게 먼 얘기다. 대중적 관심은 아프간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난민과 이들에 대한 국제적 수용 여부에 쏠리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도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압력을 받고 있어서다.
   
   인도적 관점을 우선시하는 측에서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게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일부라도 대한민국이 받아들이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난민 수용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여론은 여기에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러 방식으로 한국을 도운 특별기여자 300여명을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도 “(난민은) 너희 집에나 수용해라”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민들의 이질적인 문화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탓할 수는 없다. 막연한 오해라고 할지라도 무슬림의 이미지가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이미지와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데, 당장 내 이웃집에 무슬림이 들어온다면 이를 반길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런 인식이 문제인 이유는 따로 있다. 메가시티 서울 바깥의 경기도와 지방에는 이미 무슬림이 수십만 명 단위로 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 이미 ‘난민’ 없어도 국제도시
   
   2020년 기준 ‘출입자 및 체류 외국인 통계’를 살펴보면 2020년 말에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광주광역시나 대전광역시 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한국 인구 대비로도 4% 정도니 이 자체도 그리 적은 숫자가 아닌데, 문제는 이들이 극도로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소규모 공단이 많이 위치한 경기도 포천과 안산은 각각 전체 인구의 13.2%, 13.0%가 외국인이고, 농업이 주력인 충청북도 음성과 진천은 외국인 비율이 각각 15%, 12%에 이른다. 기초자치단체 수준으로 내려가면 이런 경향은 더 적나라해진다. 서울에서도 영등포구, 금천구, 구로구는 외국인 비율이 10%를 훨씬 웃돌며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는 2.5%를 넘지 않는다. 거주지에 따라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달라지는 셈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무슬림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정확한 국내 체류 무슬림 통계는 없지만, 전체 인구 중 무슬림 비율이 높은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같은 무슬림 국가 출신만 꼽아도 국내 체류 중인 해당 국적자가 16만명이 넘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특별히 문제를 유발하지도 않는다. 뉴스에서 접하는 무슬림은 라마단을 철저히 지키며 돼지고기와 술을 멀리하는 신실한 이들이겠으나, 지방의 가혹한 노동환경을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은 상상 속의 무슬림과는 전혀 다르다. 할랄푸드는커녕 공장의 평범한 단체급식을 먹고 돼지고기와 소주가 곁들여지는 공장 회식에 따라갈 정도로 한국 문화에 동화되어 평범한 생활인으로 삶을 영위하는 게 되레 일반적이다.
   
   이들이 지방에 터를 잡게 된 건 필연적인 일이다. 지방은 점진적인 고령화로 인해 노동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지방을 떠나며 노동가능인구의 신규 공급 역시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지방이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농산물과 공산품 생산 기능은 그대로 요구되고 있으니, 고강도 노동 수요의 현실적인 합의점은 이주민뿐이다. 실질적으로 지방의 국제도시화가 진행된 것이다. 이처럼 이주민들이 지방에서의 노동 수요·공급 불균형을 맞춰주고 있으므로, 정책적으로 지방 소멸을 꾀하는 게 아니라면 현시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건 이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최근까지도 이에 대한 진전은 거의 없다. 심지어는 생명이 달린 보건 분야마저 그렇다.
   
   약대를 졸업한 후 이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 중 하나인 포천에서 이주민들의 보건 실태를 접할 일이 많았다. 장기간의 고된 육체노동에 시달리다 몸이 고장나면, 이들은 대부분 지역 약국을 찾는다. 어차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니 이들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서다. 한국어가 능숙할 정도로 오래 거주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들은 약사 앞에서 손짓과 몸짓으로 아픈 부위를 설명해야 한다. 듣는 사람도 고역이고 말하는 사람도 고역이지만 이름도 생소한 펀자브어나 우르두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없으니 서글프고 우스꽝스러운 소통은 몇 번이고 반복된다.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 선진국으로 일하러 온 죄라기엔, 해외에 산업 역군으로 나서 달러를 벌어왔던 예전 어른들이 떠올라 입맛이 쓰다.
   
   
   ‘난민 쇼’ 대신 지방 정책 돌봐야
   
   사정이 이런데도 사회의 주된 여론을 형성하는 중산층 이상의 인구집단은 생활공간에서 이주민들과 철저히 단절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이주민 정책에 대한 부적절한 착시를 일으키고 있다. 가게 어느 곳에서도 한국어를 찾아볼 수 없는 시골 읍내의 훌륭한 베트남 음식점,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히잡을 쓴 부인이 장을 보는 광경보다는 CNN에서 보여주는 카불의 비극이 더 가까워 보이는 탓이다. 물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그중에서도 한국에 기여도가 높은 이들만 추려 ‘특별기여자’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도 무척 훌륭한 일이겠으나, 고작 300여명 남짓한 난민들을 받느냐 마느냐로 다투는 게 수백만 명 단위의 이주민과 국내 체류자들보다 우선순위를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더 끔찍한 건 이들 난민마저도 홍보의 수단으로 삼는 정부의 태도다. 법무부 박범계 장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특별기편으로 입국한 특별기여자 아동들에게 인형을 전달하는 작은 이벤트를 기획했다. 거기서 그쳤으면 미담으로 남을 좋은 일이었겠으나, 이 장면을 취재하지 않으면 공항에서의 난민 입국 취재를 불허하겠다며 언론을 겁박한 건 난민보다 홍보가 우선임을 투명하게 드러낸 사례다. 비 내리는 난민 숙소 정문에서 굳이 야외 브리핑을 진행하며 난민을 정권 홍보에 써먹으려다, 우산을 씌워주는 의전 직원을 무릎까지 꿇게 하는 추태를 보인 것도 같은 연장선에 있는 일이다. 난민을 챙긴다는 이미지만 취하는 저급한 쇼다.
   
   이주민 정책은 진보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이상적인 인권운동도 아니며, 한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에게 세금을 퍼주는 포퓰리즘 정책과도 거리가 멀다. 국제화된 지방의 현실을 볼 때 실질적으로 이주민 정책은 지방 정책에 더 가깝다. 물론 자애롭고 정의로운 정치인의 이미지를 연출하는 쇼에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카불보다는 포천과 안산이 더 가깝지 않나. 지역사회에 녹아들어 부족한 노동을 공급하고 지역 내에서 소비활성화를 진행하는 더없이 귀중한 존재들에게 쇼에 쏟는 정성만큼이라도 실질적인 복리 증진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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