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2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가진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왼쪽)와 한학자 총재(오른쪽). ⓒphoto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1991년 12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가진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왼쪽)와 한학자 총재(오른쪽). ⓒphoto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오는 12월 문선명-김일성 회담 30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념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는 1991년 12월 6일,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단독회담을 가졌다. 평안북도 정주 출신 실향민으로 국제승공(勝共)운동을 이끈 문선명 총재의 전격 방북(訪北)에 이은 김일성과 단독회담, 평양 만수대의사당 연설은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통일교는 평화자동차, 보통강호텔, 세계평화센터 등 남북 경협사업을 벌인 바 있다. 통일교의 대북 투자는 2012년 문선명 총재 서거 전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이에 문선명-김일성 회담 30주년을 계기로 통일교가 준비 중인 대규모 기념행사가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미·중 정상회담 실패 후부터 경색관계에 놓인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통일교 측은 9월 12일부터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싱크탱크(Think Tank) 2022 희망전진대회’를 통해 이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도 밝힐 예정이다. ‘싱크탱크 2022’는 지난 5월 9일 통일교와 산하 유엔(UN) 등록 NGO(비정부기구)인 ‘천주(天宙)평화연합(UPF)’이 발족한 전 세계 지식인 연대체다. 한국 1011명과 세계 1011명 등 모두 2022명의 지식인으로 구성돼 있다. ‘싱크탱크 2022’ 위원장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지난 5월 ‘싱크탱크 2022’ 출범식 때는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 등이 축하연설과 축전 등을 보내왔다. 펜스 전 부통령은 출범식 때 보내온 축하연설에서 “우리가 공동 상대에 맞서면서도 상대를 친구로 만들겠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노력한다면 우리가 살아있을 때 한반도 평화통일의 초석을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싱크탱크 2022 같은 국제적 단결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싱크탱크 2022’는 문선명 총재 서거 9주년(음력 7월 17일)을 기념해 통일교가 준비한 행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통일교 세계본부가 있는 경기도 가평과 전 세계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반도 평화 실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기조연설 및 ‘한반도 평화 서밋’ 조직위 출범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역대 미국 대통령 최초로 재임 중 2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한국 관련 행사에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문선명-김일성 회담 30주년을 기념하는 ‘싱크탱크 2022’ 등 일련의 행사들은 전 세계 194개국에 뿌리를 내린 통일교 세계본부를 이끄는 윤영호 본부장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9월 3일, 통일교 세계본부가 있는 경기도 가평 장락산 자락의 천정궁(天正宮)에서 만난 윤영호 본부장은 “문선명-김일성 회담 30주년을 맞아 한학자 총재의 방북을 비롯 여러 행사를 구상 중”이라며 “다만 대북제제로 미국의 승인을 받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윤 본부장과 일문일답.

윤영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본부장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윤영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본부장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 ‘싱크탱크 2022’는 무엇을 하는 기구인가. “문선명 총재가 돌아가시고 나서 전 세계 평화운동을 많이 했다. 다만 단체로 하다 보니 단체의 한계를 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사람 중심으로 꾸리자고 했다. 제일 먼저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1만여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이후 정치와 종교가 같이 가야 한다는 뜻에서 세계평화종교인연합(IAPD), 세계평화정상연합(ISCP), 세계평화언론인연합(IMAP), 세계평화학술인연합(IAAP), 세계평화경제인연합(IAED) 등 6개 조직을 만들었다. 만든 이유는 단 한 가지. 한반도의 통일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남과 북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국제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이를 함께 논의하고 지지를 받을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6개 기둥(조직)에 1011명을 뽑아냈다. 국내서도 5개 영역에서 1011명을 뽑았다.”

- 올해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 까닭은. “2020년이 문선명 총재 탄생 100주년이었다. 작년 100주년 때 ‘월드 서밋’이라는 행사를 크게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非)대면 플랫폼을 만들어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6번 정도 전 세계로 송출했다. 그 토대 위에 ‘싱크탱크 2022’를 만들었는데 2021년 문선명-김일성 회담 30주년을 기념하는 뜻도 있다. 또 내년에는 한국에 큰 선거가 있지 않나. 우리가 선거에 개입한다는 개념은 아니다. 다만 나라의 대통령과 지자체장을 뽑는다면 제일 중요한 것이 한반도 통일이다. 통일에 대한 부분이 어젠다로서 정책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그래서 지금이 제일 적기라고 봤다.”

- 현 시국에서 통일을 논의하기는 이르지 않나. “남과 북이라는 것이 나라의 문제다. 나라가 풀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국가 이기주의로는 근본적으로 넘어설 수 없다. 국가와 인종, 문화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 민간단체다.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문선명-김일성 회담 30주년 행사를 하겠다 하니 북측은 우리에게 매우 호의적이다. 지금은 교류 자체가 없고 마음 자체가 경색돼 있다. 누군가가 길을 열어줘야 무수한 사람이 다니는 길이 되지 않겠느냐.”

- 문선명-김일성 회담 30주년 기념사업 구상은. “‘한반도 평화 서밋’이 핵심이다. 가장 좋은 것은 오프라인으로 하는 것인데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만나는 것 자체도 미국 등의 동의를 구해야 할 부분이다. 1991년 들어갈 때는 ‘세계평화연합’이라는 NGO 이름으로 들어갔다. 2기의 시작은 앞서 말했던 6개의 기둥(조직)을 통해 들어갈 것이다. 남과 북이 공동 수교를 맺은 나라가 157개국이다. 이 나라들의 현직 정상 30~40명을 묶어내서 지지를 받고, 북한과 함께하는 서밋 형태를 고려 중이다. 우리가 서밋을 많이 해봤는데, NGO가 현직 정상들에게 초청장을 보내면 답을 하지 않는다. 나라 대(對) 나라로 해야 한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 서밋’은 조직위원장을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맡았다. 캄보디아는 평양에 대사관도 있고 중국과도 가깝다.”

-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사업을 용인하겠나. “미국의 허락이 필요하다. 그건 이미 우리가 던져놨다. 미국도 국가안보회의가 있고, 우리도 미국에 워싱턴타임스(통일교 운영 신문) 기반이 있다. 제 생각에 9월 중순이나 말경에 미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이 온다면, 실무적인 진행이 시작될 것이다.”

- 문재인 정부는 대북사업에 우호적일 것 같다. “만날 수 있는 분들은 4~5월경에 거의 만났다. 만나서 동의는 구해둔 상태다. 민간이 기념행사 명분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하니 적극적으로 동의를 해주시더라.”

- 남북경협 등 대북사업을 재개할 의사가 있나. “문선명 총재 계실 때가 1기, 한학자 총재가 2기라고 할 수 있다. 2기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할 것이다. 당초 문선명 총재가 대북사업을 할 때 돈을 벌겠다는 목적은 아니었다. 문선명 총재가 1990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을 만났을 때 ‘공산주의로는 당신네들 밥 먹고 살기 어렵다. 과감히 버려라’라고 했다. 결국 실제로 그런 일(소련 패망)이 일어났지 않느냐. 그때 북한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1991년 북한에도 그런 뜻에서 들어가셨다. 탈북자 출신 조명철 전 의원의 간증에 따르면 ‘북한에서 북한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문선명 총재는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공산주의를 버려라’라고 하셨다. 최근 복원된 영상을 나도 봤는데 ‘참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선명 총재는 그렇게 하면서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씀도 하셨다. 대북사업도 비즈니스라기보다는 남북 간 기술평준화로 접근하셨다. 그래서 어느 순간이 됐을 때 과감하게 처분할 수 있는 체제였다.”

- 한학자 총재도 대북사업 의지가 있나. “대북사업 의지가 문선명 총재보다 훨씬 크다. 문선명 총재가 돌아가시기 전에 자주 하신 말씀이 있다. ‘조국이여 밝아오라. 사생결단, 전력투구, 실천궁행(實踐躬行)’, 이 말을 그렇게 자주 하셨다. 문선명·한학자 총재 두 분 다 북한에서 태어나셨다. 어찌 보면 두 분 다 실향민이다. 이 내용들을 놓고 한학자 총재가 어떤 마음을 가지셨겠나. 이것을 자신이 이뤄야 한다고 느끼지 않겠나. 다만 방법론적으로는 국제관계에 대한 부분, 국제협력과 지지, 이런 부분들을 먼저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

- 한학자 총재의 방북 계획도 있나. “2018년 12월 20일에 북한이 한학자 총재에게 ‘시기는 정하지 않을 테니 언제든지 오시면 좋겠다’는 초청장을 보내온 바 있다. 초청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학자 총재가 직접 가실지, 특사를 보낼지 충분히 논의 가능한 내용이다.”

- 한 총재가 1991년 이후 방북한 적 있나. “1991년 이후 직접 들어가신 적은 없다. 다만 교류는 계속 해오셨다. 천정궁에 올라올 때 검문소 옆에 개 두 마리가 보이지 않던가. 개 이름이 ‘정주’(문선명 총재 고향)와 ‘안주’(한학자 총재 고향)다. 북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학자 총재 칠순 때 선물로 보내온 풍산개다.”

- ‘신통일한국’의 비전은 무엇인가. “유일한 분단국가가 한국이다. 우리는 독특한 관점이 있다. 경제적, 정치적 관점이 아닌 섭리(攝理)적으로 남과 북은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194개국에 있는 신도들의 소원이다. 문선명 총재도 과거 ‘남북통일을 신앙(信仰)화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신통일한국’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신앙이다. 남한 사람이 북한을 더 사랑하고, 북한 사람이 남한을 더 사랑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신통일한국’의 비전이다. 해외 신도들도 100% 공감한다.”

-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에 어려움은 없나. “코로나19로 인해 더 바쁘다. 일반 기독교는 대형 예배 중심이다. 우리는 애초에 가정교회다. 교회라는 개념이 ‘교회당’ 개념이 아니고 공동체 개념이다. 가정의 부모 자식이 최초의 교회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정연합’이라고 한다. 방역지침에 따라 예배를 중단하라고 해도 별문제가 없다. 가정 단위로 계속 예배를 드리기 때문이다. ‘축복행사’(합동결혼식)를 과거 한국에서 했는데 요즘은 온라인 비대면으로 한다. 요즘은 더 크게 하고 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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