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3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 입장문을 발표하고 퇴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Photo 뉴시스
지난 9월 13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 입장문을 발표하고 퇴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Photo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의 우군(友軍)이었던 시민단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9월 13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 입장문을 발표하고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지원된 총금액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오 시장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서울시 도처에 포진해 위탁업체 선정에서부터 지도, 감독까지 관련 사업 전반을 관장했다”며 “자신이 몸담았던 시민단체에 재정지원을 하는 그들만의 마을,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박 전 시장때 기용된 시민단체 출신 일부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을 정면 겨냥했다.

서울시 일각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이날 입장문 발표를 시민단체와의 '전쟁선포'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비서 성(性)추행 의혹에 연루된 박원순 전 시장의 자살로 촉발된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소위 ‘박원순 적폐청산’에 나설 것으로 기대돼 왔다. 하지만 서울시의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조직적 반발로 성과가 미진하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서울시의회 110석 중 99석은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당초 102석에서 성희롱과 청탁금지법 등에 연루된 일부 민주당 시의원들의 탈당으로 3석이 줄어든 숫자다.

서울시의회의 조직적 반발로 오세훈 시장은 산하 주택공기업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조차 취임 이후 5개월째 공석으로 두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지난 4.7 보궐선거 과정에서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개발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서울시청을 압수수색 당하는 등 수세에 몰려왔다. 이날 입장문 발표는 그간 수세로 몰렸던 오세훈 시장이 공세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오세훈 시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일부 시민단체의 행태를 ‘시민단체의 피라미드’‘시민단체형 다단계’‘시민단체 전용 ATM기’라는 말을 써가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한편 오세훈 시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박원순 시정 10년간 왜곡된 서울시와 시민단체의 관계를 정상화할 뜻도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시 조례에 따르면, 민간위탁 대상이 되는 사무는 시민의 권리, 의무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사무 중 특수한 지시와 기술이 요구되는 사무나 시설관리 같은 단순 집행사무 등에 한정된다”며 “시장이 스스로의 책임 하에 시공무원을 통해 엄정한 절차에 따라 해야할 보조금 예산 집행을 시민단체에 통째로 맡겼다면 이는 시민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흔적지우기’라는 민주당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 것은 서울시 수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책무”라는 말로 일축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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