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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6호] 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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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진보 사회학자 한상진 교수 “시민단체 전체주의화”

곽승한  기자 seunghan@chosun.com 2021-09-27 오후 12:04:03

▲ 지난 8월 30일 서울 관악구 중민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한상진 교수는 “현재 상당수 시민단체가 전체주의적 특성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진보진영의 어른으로 통하는 한상진(76)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시민운동가들의 정치 참여와 권력화가 ‘전면화’됐다”면서 “상당히 불행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원로 사회학자인 한 교수는 지난 8월 30일 주간조선과 인터뷰에서 시민단체의 역할론, 권력과의 관계 등에 대해 진단하며 “한국 사회에서 시민단체가 이룬 공적은 분명 평가받아야 한다”면서도 “과거 패러다임에만 머물면서 지금도 좋은 기능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근래 시민단체들이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 교수는 “시민단체가 상당히 정치화돼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의 과거는 ‘관리적 권위주의’였다. 시민은 고립된 채 분리됐고, 그냥 정부 명령에 복종하는 체제였다. 이런 체제하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시민들이 모였다. 그래서 시민운동이 일어났다. 1980년대에는 국민들이 비록 스스로 시위를 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분출하기 위해 시민운동에 공감을 보내고 자신과 동일시하는 정도가 컸다.
   
   그래서 1980년대 학생운동은 이념적으로 굉장히 급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광범위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시민운동가들은 무보수로 일하는 경우도 많았고, 급여를 받는다 하더라도 기업이나 정부 관료가 되는 것에 비해 훨씬 적었다. 그들의 공적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시민단체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를 위한 내부조건이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이게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현재 상당수 시민단체가 전체주의적 특성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시민단체·시민사회를 상당히 우려스럽게 보는 이유는 단정할 수 없지만 그 양상이 상당히 전체주의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어떤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정한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지지한다. 촛불집회 때까지도 이런 양상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를 보면 이 세력들이 전체주의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떤 목적을 향해서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쓰러뜨리려는 욕망이 굉장히 전체주의적이다.”
   
   한 교수는 ‘문빠’와 ‘박사모’를 예로 들며 “무작위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세력들에 정치권이 맞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시민운동도, 시민단체들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전체는 아니겠지만 그중 고도로 정치화된 세력들, 예컨대 문빠나 박사모는 어느 쪽이든 그냥 지지하고, 반대자를 매도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통제할 힘이 정치 세력 안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도 통제할 생각조차 없다. 그렇다 보니 여권의 대선후보들도 눈치를 보고 있다. 질서를 잡으려는 시도를 하기가 어려울 만큼 조직화되고 동원된 세력들이 시민사회 안에 있고, 이들이 마치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문제다. 정말 대표성이 있는 시민단체라고 하면 나서서 이런 세력들에 맞서야 한다. ‘이건 아니다. 너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시민운동도 아니고 시민단체도 아니다. 이건 잘못하면 전체주의로 가는 거다’라고 경고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을 두고 ‘참여연대 정권’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의 청와대 진출이 많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장하성·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현 정권 청와대에서 주요 요직에 올랐던 인사들 중 상당수가 참여연대 출신이었다. 한 교수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현실 정치 참여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진 않았다. 다만 ‘남들과는 다르게 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었다.
   
   “참여연대를 주도한 사람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이 모여 각 분야별로 나뉘어 성과도 많이 냈다. 참여연대가 우리 사회에 굉장히 많은 공헌을 했지만, 좀 경솔했다. 386세대에 개인적으로 굉장한 기대감을 가졌는데, 그들은 너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빨리 권력을 차지했다. 참여연대를 위한다면 (정치권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더 고민했어야 하는데 경솔했다. 참여연대가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을 더 강하게 워치(감시)하고 경고하며 자정 기능과 파수꾼 역할을 했으면 어떨까. 그러지 않고 권력에 들어가서 권력의 원리대로 따라가면 그냥 하나의 부품이 될 뿐이다. 결과적으로는 참여연대에 먹칠을 하는 것뿐이다.”
   
   
   “좋은 기능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한 교수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시민단체의 관변화’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권 들어 시민단체들이 과거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문답이었다.
   
   “시민단체가 재정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에 ‘파이프라인’을 대려고 노력하는 것은 분명하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이른바 진보적인 시민단체는 권력 비판을 실천했고 국민의 공감을 받았다. 반면 요즘은 그때 같은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서 시민들은 ‘한물갔다’고 평가한다. 그 이유는 진보적인 집단들이 어느덧 권력의 한 부분이 됐기 때문이다. 시민단체가 과거에는 좋은 기능을 했다. 그런데 현재도 그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좋은 기능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한 교수는 그 ‘착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오늘날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국가주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진보층이 오히려 국가 권력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현재 상황에서 그 국가란, 코로나19를 관리하고 퇴출시키는 가장 선봉에 서 있는 조직들이다. 코로나19를 공공의 적으로 두고, 이를 물리치기 위해 정부가 강력히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강력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자고 해도 지지한다. 진보적인 사람들이 정부의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코로나19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보수라고 하는 집단이 진보보다 훨씬 더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고 있다. 정부가 굉장히 억압적이니까.”
   
   정부에 등록된 시민단체는 1만5000여곳을 넘는다. 그중 1인만 등록된 단체 또는 제대로 된 활동이 전무한 유령단체가 상당수라고 한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단체는 손가락에 꼽힌다. 이른바 시민단체의 ‘양극화’ 현상이다. 한 교수는 대안으로 ‘사회적 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를 제시했다. 시민단체가 정부로부터 수주한 사업에 드는 비용을 직접 대는 것이 골자다. 대신 그 비용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시민들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그 사업의 성과를 심사해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인센티브는 투자자들과 나누는 방식이다.
   
   “객관적인 평가팀이 심사해서 성과를 평가한 것에 따라 인센티브가 많아질수도, 적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정부와의 친소관계가 아닌 성과 위주로, 시민사회도 독립성을 갖고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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