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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6호] 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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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이재명發 ‘일산대교’ 논란 전국 SOC로 불똥?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2021-09-25 오후 2:52:12

▲ 지난 3월 ‘일산대교-미시령(터널)-마창대교 공정한 민자도로 운영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운데)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 photo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오는 10월부터 일산대교 무료화를 강행할 뜻을 밝히면서 전국 각지의 민간투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경기도 내 최초의 민자(民資) 교량사업인 일산대교는 지난 2008년 개통했다. 총연장 1.6㎞, 왕복 6차선인 일산대교 개통으로 한강하구(河口)를 사이에 둔 고양과 김포 양 지역은 거리상 18.5㎞, 시간상 20분이 단축됐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까닭에 승용차 기준 1200원의 통행료를 징수 중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일산대교 무료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민자 SOC 사업자들은 사업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국민연금공단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산대교 측은 “주무관청인 경기도와 체결한 실시협약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하겠다”며 “도로이용자의 안전과 편의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법적 대응을 시사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일산대교와 같은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전국 각지의 상당수 교량과 터널, 도로와 철도 등은 국민혈세인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자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국방과 교육, 복지 등 여타 분야에 쓸 돈이 많아졌기 때문에 필수적이지 않은 교량과 터널, 도로와 철도 등은 투자여력이 있는 민간자금을 끌어모아 건설하는 것이다. 투자에 따른 사업비 회수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교량과 터널, 도로와 철도를 이용하는 이용자를 상대로 부과하고 있다. 민자로 지어진 도로나 철도에 이용객을 상대로 소정의 이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런 이치다.
   
   
   민자(民資)도로만 1040㎞ 넘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민간투자 방식으로 운영 중인 도로와 철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국토부가 관리감독하는 민자도로(교량·터널 포함)는 약 1040㎞, 민자철도(교량·터널 포함)는 481㎞에 달한다. 경부고속도로와 경부고속철도의 총연장이 각각 416㎞와 423㎞인 만큼, 도로는 경부고속도로의 2배 이상, 철도는 경부고속철도 길이만큼이 민간에 의해 건설된 셈이다. 이는 일산대교와 같이 경기도 등 각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는 민자사업을 제외한 수치인 만큼 실제로 민간이 건설해 운영하는 SOC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이재명 지사가 있는 경기도만 해도 일산대교 외에 ‘서수원~의왕 간 고속화도로’ ‘제3경인 고속화도로’ 등을 관할 민자도로로 거느리고 있다. 이들 고속화도로는 각각 ‘경기남부도로㈜’와 ‘제삼경인고속도로㈜’라는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사실상의 고속도로다. 서수원~의왕 간 고속화도로는 승용차 기준 900원, 제3경인 고속화도로는 700~1200원의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 이들 유료도로는 민자도로라고는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방침에 따라 명절통행료 무료화를 실시하는 등 칼자루를 쥔 관(官)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경제적 논리보다 교통기본권 회복이 우선”이라며 “국민들은 국가로부터 교통기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로 관이 민(民)의 사업권을 박탈하는 ‘공익처분’을 정당화하고 있다. 민자사업권 박탈에 따른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도로는 국가기간시설로 엄연한 공공재”라며 “사기업일지라도 불합리한 운영으로 정부와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면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부나 지자체 대신 막대한 리스크를 떠안고 투자를 감행한 민간사업자들로서는 집권 여당 유력 대선후보의 이 같은 입장에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경기도에 있는 다른 민자 SOC 사업자들 역시 이재명 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기도 관내에는 비록 국토부의 관리감독 아래 있지만 노선 대부분이 경기도를 지나는 관계로 이재명 지사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일산~퇴계원 구간)와 용인서울고속도로 등 민자고속도로가 상당수다. 신분당선, 서해선, 용인경전철, 의정부경전철 등 민자철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유료도로와 철도는 4년 주기로 돌아오는 지방선거철만 되면 지역정치권으로부터 이용료 인하 요구를 줄기차게 받아왔다. 대선과 지선이 겹치는 내년을 앞두고서는 이 같은 요구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인구 1340만명의 국내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를 주된 지지기반으로 하는 이재명 지사 입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경기도민들의 표심 확보를 위해서도 ‘교통기본권 보장’이라는 미명하에 제2의 일산대교 사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상존하는 셈이다.
   
   특히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일산~퇴계원 구간) 운영사인 ‘서울고속도로㈜’는 이재명 지사의 위세를 한 차례 체감한 적이 있는 까닭에 일산대교 사업권 회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길의 90% 이상이 경기도를 지나고 있음에도 ‘서울 외곽’이라 이름 붙은 도로가 경기도 위상을 격하해 왔다”는 이재명 지사의 한마디에 지난해 고속도로 간판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로 일제히 바꿔 다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서울고속도로의 최대주주 역시 국민연금인데, 당시도 노선연장이나 확·포장 같은 실익 없는 고속도로 간판 교체에만 각 기관들이 분담해 수억원의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진다.
   
   
   마창대교·미시령터널도 거론
   
   이재명 지사가 촉발한 일산대교 공익처분 선례는 다른 지자체로도 번져나갈 조짐이다. 경기도의 일산대교 공익처분 발표 직후, 경남도에서도 마창대교 공익처분 주장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마창대교는 창원시 마산합포구와 성산구를 연결하는 총연장 1.7㎞, 왕복 4차선의 해상교량이다. 일산대교와 같은 2008년 개통한 다리로, 일산대교와 비슷한 길이지만 통행료는 2500원으로 일산대교(1200원)의 갑절이다. 다만 마창대교 대주주인 맥쿼리 측은 유류비 절감과 시간 단축 등 7634원의 이용자 편익이 있다고 주장한다. 경남도는 홍준표 전 지사 시절 마창대교 공익처분을 검토했으나, 맥쿼리의 강한 반발로 결국 중간점인 ‘분할관리방식’으로 재구조화를 단행한 바 있다.
   
   강원도에서는 미시령터널 공익처분 요구가 나온다. 2006년 개통한 미시령터널은 인제군 북면과 고성군 토성면을 연결하는 길이 3.69㎞의 터널이다. 일산대교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있는 미시령동서관통도로㈜가 운영하는 강원도 최초 민자터널인데, 소형차 기준 3300원의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 일산대교처럼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외풍에 취약한 구조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3월 ‘일산대교-미시령(터널)-마창대교 공정한 민자도로 운영 방안 토론회’에서 자신의 대표브랜드인 ‘기본’을 확대적용한 ‘통행기본권’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토론회에는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소속 경기도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이 대거 참석해 힘을 실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있는 일산대교나 미시령터널은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지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겠지만, 맥쿼리가 버티고 있는 마창대교는 쉽게 사업권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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